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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인생처럼…“번아웃 없어야 오래갑니다”
입력 2021.03.12 (08:00) 수정 2021.03.22 (11:00) 스포츠K
"한국 선수들 유달리 '번아웃' 증후군 빨리 찾아와"
선수 생활 오래 하려면 '자기 주도적 삶'이 중요
"즐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압박감 넘어서야…."

■ 한국 여자 골퍼, 치열한 경쟁 거쳐 성장해 세계 정상에 등극

우리나라엔 세계 최정상에 올라 있는 여자 골퍼들이 많다. 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필두로 그다음 자리에 김세영, 한자리 건너 4위에는 박인비가 포진하고 있다. 김효주는 또 9위에 올라 있어. 10위 안에 우리 선수만 4명이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고 탄탄한 교습 과정을 받고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성장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프로에 데뷔하는 것도 우리나라 여자 골프 선수의 특징이다. 인재를 끊임없이 양산해 세계 여자 골프계에 공급하는 화수분 같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치면서 기량이 급성장하고 일찌감치 세계 정상에 서는 열매를 맛보기도 하지만, 선수 개인으로 봤을 때엔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 점차 목표를 상실하고 당위성이나 방향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 전인지, "골프를 대하는 마음 달라지자 부진 탈출"

여자 골프 선수 가운데 최근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의 변화가 두드러진 선수는 전인지(27) 프로다.

2021 시즌 개막 이후 3개 대회 연속 10위 안에 진입하며 부활을 알린 전인지는 최근 "코스에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골프를 하는 시간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즐겁고 행복해지고 있다"면서 마음에 변화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2016년 한때 개인 최고인 세계 랭킹 3위까지 오르고 올림픽 대표로도 출전했던 전인지는 한때 골프가 싫어지고 미워지기까지 했던 마음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지난겨울 동안 '심리 코치'를 고용해 상담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배경은, 중3 때 프로 입문해 29살에 은퇴 "그 시절 골프밖에 모르는 '골프 바보'였죠"

중학교 3학년의 나이로 프로에 입문한 배경은도 전인지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배경은은 한국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프로에 입회하는 자격 조건에 나이 제한을 폐지했던 지난 2000년 이선화, 이유라 선수와 함께 프로에 입문했다. 파격이었다.

이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배경은은 2001년 만 16세 4개월 20일의 나이로 KL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2005년 KLPGA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던 배경은은 LPGA투어에 진출했다가 국내에 복귀하는 등 투어 생활을 이어가다 2014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 데뷔도 빨랐던 배경은의 은퇴 당시 나이는 29살이었다.

먼 길을 돌아 6년 만에 1부 투어 선수로 필드에 복귀한 배경은은 "돌아보니 자신은 골프밖에 모르는 '골프 바보'였다 "고 자신을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생활을 골프에만 집중시켜 온 힘을 다하다 보니 다른 분야에 대해선 잘 모르고 골프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골프 영재로 성장한 다른 선수들처럼 골프 이외의 생활은 모두 부모와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골프 바보'가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투어를 나가 골프를 하는 것은 당연히 치열한 생존 경쟁이고 전쟁이었다.

"모든 게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웠고 대회 때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죠. 은퇴하고 나이를 먹어보니 이제야 골프가 뭔지 보이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내가 골프를 진짜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그때 생긴 거에요"라면서 이제 골프를 즐기면서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박인혜 교수 '골프는 대표적인 심리 스포츠' "번 아웃 일찍 와서 골프 오래 할 수 없었어요."

2000년 배경은과 같은 해에 프로에 입회한 박인혜 호남대학 교수는 자신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리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대학교 3학년 시절 프로에 입문한 박인혜 교수는 2년 동안 미국에 왕래하면서 유명 프로의 개인 지도를 받고 스윙을 교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부모의 전적인 지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빨리 성적을 내려고 노력을 다했지만, 조바심을 내면 낼수록 잘되지 않았고 스스로 지쳐갔다고 한다.

오래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끝에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의 길을 선택한 박인혜 교수는 당시 자신이 지쳤던 이유를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분석했다.

탈진(脫盡) 또는 소진(消盡)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번 아웃 현상은 자기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신체적·정신적 압박감이 계속 쌓여 무기력감에 빠지고 점차 불안감과 자기혐오, 분노, 의욕 상실 등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박 교수는 '번 아웃 현상' 을 겪는 선수들이 비단 전인지나 배경은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호남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박인혜 교수(42)는 너무 골프에 몰두하다 ‘번 아웃’이 빨리 올 수 있다며, 골프 외에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호남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박인혜 교수(42)는 너무 골프에 몰두하다 ‘번 아웃’이 빨리 올 수 있다며, 골프 외에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 "골프와 삶의 균형을 잘 맞춰가는 것이 중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자기 주도적 삶 살아야!

우리나라의 많은 골퍼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지도 또는 타인의 주도로 끌려가면서 골프를 하다가 압박감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스스로 지쳐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해지면 골프가 미워지고 싫어지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해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인혜 교수는 골프 외에 자신의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프와 삶의 균형을 잘 맞춰가야 한다고 봐요. 골프 외에 다른 것도 부닥쳐 보는 등 골프 말고도 인생에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죠. 타인이 내 인생을 끌고 가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구요. "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미래를 멀리 보고 스스로 설계를 해서 자신의 의지로 끌고 갈 수 있이어 하고, 즐기는 자세로 하다 보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골프를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 정상에 서 있는 우리나라 골퍼들이 아직 기량과 체력이 충분한데도 빨리 은퇴하는 것은 골프계 전체의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 골프도 인생처럼…“번아웃 없어야 오래갑니다”
    • 입력 2021-03-12 08:00:22
    • 수정2021-03-22 11:00:34
    스포츠K
"한국 선수들 유달리 '번아웃' 증후군 빨리 찾아와"<br />선수 생활 오래 하려면 '자기 주도적 삶'이 중요<br />"즐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압박감 넘어서야…."

■ 한국 여자 골퍼, 치열한 경쟁 거쳐 성장해 세계 정상에 등극

우리나라엔 세계 최정상에 올라 있는 여자 골퍼들이 많다. 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필두로 그다음 자리에 김세영, 한자리 건너 4위에는 박인비가 포진하고 있다. 김효주는 또 9위에 올라 있어. 10위 안에 우리 선수만 4명이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고 탄탄한 교습 과정을 받고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성장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프로에 데뷔하는 것도 우리나라 여자 골프 선수의 특징이다. 인재를 끊임없이 양산해 세계 여자 골프계에 공급하는 화수분 같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치면서 기량이 급성장하고 일찌감치 세계 정상에 서는 열매를 맛보기도 하지만, 선수 개인으로 봤을 때엔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 점차 목표를 상실하고 당위성이나 방향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 전인지, "골프를 대하는 마음 달라지자 부진 탈출"

여자 골프 선수 가운데 최근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의 변화가 두드러진 선수는 전인지(27) 프로다.

2021 시즌 개막 이후 3개 대회 연속 10위 안에 진입하며 부활을 알린 전인지는 최근 "코스에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골프를 하는 시간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즐겁고 행복해지고 있다"면서 마음에 변화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2016년 한때 개인 최고인 세계 랭킹 3위까지 오르고 올림픽 대표로도 출전했던 전인지는 한때 골프가 싫어지고 미워지기까지 했던 마음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지난겨울 동안 '심리 코치'를 고용해 상담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배경은, 중3 때 프로 입문해 29살에 은퇴 "그 시절 골프밖에 모르는 '골프 바보'였죠"

중학교 3학년의 나이로 프로에 입문한 배경은도 전인지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배경은은 한국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프로에 입회하는 자격 조건에 나이 제한을 폐지했던 지난 2000년 이선화, 이유라 선수와 함께 프로에 입문했다. 파격이었다.

이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배경은은 2001년 만 16세 4개월 20일의 나이로 KL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2005년 KLPGA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던 배경은은 LPGA투어에 진출했다가 국내에 복귀하는 등 투어 생활을 이어가다 2014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 데뷔도 빨랐던 배경은의 은퇴 당시 나이는 29살이었다.

먼 길을 돌아 6년 만에 1부 투어 선수로 필드에 복귀한 배경은은 "돌아보니 자신은 골프밖에 모르는 '골프 바보'였다 "고 자신을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생활을 골프에만 집중시켜 온 힘을 다하다 보니 다른 분야에 대해선 잘 모르고 골프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골프 영재로 성장한 다른 선수들처럼 골프 이외의 생활은 모두 부모와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골프 바보'가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투어를 나가 골프를 하는 것은 당연히 치열한 생존 경쟁이고 전쟁이었다.

"모든 게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웠고 대회 때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죠. 은퇴하고 나이를 먹어보니 이제야 골프가 뭔지 보이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내가 골프를 진짜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그때 생긴 거에요"라면서 이제 골프를 즐기면서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박인혜 교수 '골프는 대표적인 심리 스포츠' "번 아웃 일찍 와서 골프 오래 할 수 없었어요."

2000년 배경은과 같은 해에 프로에 입회한 박인혜 호남대학 교수는 자신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리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대학교 3학년 시절 프로에 입문한 박인혜 교수는 2년 동안 미국에 왕래하면서 유명 프로의 개인 지도를 받고 스윙을 교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부모의 전적인 지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빨리 성적을 내려고 노력을 다했지만, 조바심을 내면 낼수록 잘되지 않았고 스스로 지쳐갔다고 한다.

오래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끝에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의 길을 선택한 박인혜 교수는 당시 자신이 지쳤던 이유를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분석했다.

탈진(脫盡) 또는 소진(消盡)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번 아웃 현상은 자기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신체적·정신적 압박감이 계속 쌓여 무기력감에 빠지고 점차 불안감과 자기혐오, 분노, 의욕 상실 등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박 교수는 '번 아웃 현상' 을 겪는 선수들이 비단 전인지나 배경은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호남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박인혜 교수(42)는 너무 골프에 몰두하다 ‘번 아웃’이 빨리 올 수 있다며, 골프 외에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호남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박인혜 교수(42)는 너무 골프에 몰두하다 ‘번 아웃’이 빨리 올 수 있다며, 골프 외에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 "골프와 삶의 균형을 잘 맞춰가는 것이 중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자기 주도적 삶 살아야!

우리나라의 많은 골퍼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지도 또는 타인의 주도로 끌려가면서 골프를 하다가 압박감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스스로 지쳐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해지면 골프가 미워지고 싫어지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해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인혜 교수는 골프 외에 자신의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프와 삶의 균형을 잘 맞춰가야 한다고 봐요. 골프 외에 다른 것도 부닥쳐 보는 등 골프 말고도 인생에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죠. 타인이 내 인생을 끌고 가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구요. "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미래를 멀리 보고 스스로 설계를 해서 자신의 의지로 끌고 갈 수 있이어 하고, 즐기는 자세로 하다 보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골프를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 정상에 서 있는 우리나라 골퍼들이 아직 기량과 체력이 충분한데도 빨리 은퇴하는 것은 골프계 전체의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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