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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도 피해가지 못한 남녀차별
입력 2021.03.12 (17:40) 수정 2021.03.12 (18:18) 취재K
 유중권 지사(유관순 열사 부친) 묘소 유중권 지사(유관순 열사 부친) 묘소

3.1만세운동 하면 가장 먼저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 집안에는 유 열사 말고도 독립운동 공로로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이 8분이나 더 있습니다. 그야말로 애국자 가족인 셈이죠.

그중의 한 분이 유 열사의 부친 유중권 지사입니다. 1919년 4월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하다 일제의 총검에 현장에서 목숨을 잃어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습니다.

■ 부친 묘비에 빠진 유관순 열사의 이름

3.1절을 즈음해 유열사 가족들의 독립운동사를 취재하기 위해 유중권 지사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묘소는 여느 산소와 비슷했습니다. 묘비에는 그분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상이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묘비를 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유중권 지사의 슬하에는 유관순 열사를 포함해 5명(3남 2녀)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묘비에는 아들 3명의 이름만 새겨져 있었습니다. 유 열사와 유 열사의 언니 유계출 여사의 이름은 제외돼 있었습니다.

 딸 이름은 제외된 묘비 딸 이름은 제외된 묘비

이 묘비를 세운 사람은 1981년 당시 천원군수(천원군은 현재 천안시로 편입)였습니다. 묘비 옆쪽에 비석을 세운 날짜와 이름이 새겨져 있어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의 이름만 빠지게 된 걸까요? 천안시 담당 부서와 학계에 문의를 해보니 당시만 해도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여성의 이름은 묘비에 새겨넣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우석 지사(유관순 열사 오빠)의 묘비유우석 지사(유관순 열사 오빠)의 묘비
■격상된 지 30년 넘었지만 수정 안 된 서훈

유중권 지사의 묘소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 지사의 묘소가 있습니다. 유우석 지사 또한 1919년 4월 공주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는 등 많은 독립운동 공로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은 분입니다. 묘소에는 제법 큰 묘비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묘비의 기록을 보니 유 지사의 서훈이 건국 포장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부인 조화벽 여사의 서훈도 대통령 표창으로 쓰여 있습니다. 두 분의 서훈이 건국훈장 애국장과 애족장으로 격상된 게 1990년이니까 30년이 넘도록 수정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유 지사의 묘비에는 잘못된 기록도 발견됐습니다. 1919년 만세운동 뒤 체포돼 공주감옥에 갇혔던 기간이 기록에는 6개월이지만 묘비에는 1년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묘비를 세울 당시 고증이 정확했던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묘비 역시 1984년 당시 천원 군수가 세웠습니다.

■당국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애국지사 묘소

현재 유관순 열사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애국지사 묘소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관리를 하려면 사적으로 지정되는 등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관리할 권한도, 예산도 없어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후손이나 유족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묘비 등에 있는 오류를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비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국까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요? 유중권 지사의 묘비만 해도 양성평등 개념이 거의 없던 시대에 세워지다 보니 유관순 열사의 이름마저 빠져 있는데, 지금의 시대상과 맞지 않는 것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둬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우석 지사의 묘비에 있는 기록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니 지금이라도 서둘러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국의 관리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방치해도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지금이라도 전국의 애국지사 묘소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정비 방안을 세우는 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애국지사들에 대한 후손의 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를 함께한 나사렛대 심재권 교수는 애국지사 묘비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후손들의 몫이라며 조속한 실태조사와 정비를 촉구했습니다.
  • 유관순 열사도 피해가지 못한 남녀차별
    • 입력 2021-03-12 17:40:10
    • 수정2021-03-12 18:18:51
    취재K
 유중권 지사(유관순 열사 부친) 묘소 유중권 지사(유관순 열사 부친) 묘소

3.1만세운동 하면 가장 먼저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 집안에는 유 열사 말고도 독립운동 공로로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이 8분이나 더 있습니다. 그야말로 애국자 가족인 셈이죠.

그중의 한 분이 유 열사의 부친 유중권 지사입니다. 1919년 4월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하다 일제의 총검에 현장에서 목숨을 잃어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습니다.

■ 부친 묘비에 빠진 유관순 열사의 이름

3.1절을 즈음해 유열사 가족들의 독립운동사를 취재하기 위해 유중권 지사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묘소는 여느 산소와 비슷했습니다. 묘비에는 그분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상이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묘비를 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유중권 지사의 슬하에는 유관순 열사를 포함해 5명(3남 2녀)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묘비에는 아들 3명의 이름만 새겨져 있었습니다. 유 열사와 유 열사의 언니 유계출 여사의 이름은 제외돼 있었습니다.

 딸 이름은 제외된 묘비 딸 이름은 제외된 묘비

이 묘비를 세운 사람은 1981년 당시 천원군수(천원군은 현재 천안시로 편입)였습니다. 묘비 옆쪽에 비석을 세운 날짜와 이름이 새겨져 있어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의 이름만 빠지게 된 걸까요? 천안시 담당 부서와 학계에 문의를 해보니 당시만 해도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여성의 이름은 묘비에 새겨넣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우석 지사(유관순 열사 오빠)의 묘비유우석 지사(유관순 열사 오빠)의 묘비
■격상된 지 30년 넘었지만 수정 안 된 서훈

유중권 지사의 묘소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 지사의 묘소가 있습니다. 유우석 지사 또한 1919년 4월 공주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는 등 많은 독립운동 공로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은 분입니다. 묘소에는 제법 큰 묘비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묘비의 기록을 보니 유 지사의 서훈이 건국 포장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부인 조화벽 여사의 서훈도 대통령 표창으로 쓰여 있습니다. 두 분의 서훈이 건국훈장 애국장과 애족장으로 격상된 게 1990년이니까 30년이 넘도록 수정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유 지사의 묘비에는 잘못된 기록도 발견됐습니다. 1919년 만세운동 뒤 체포돼 공주감옥에 갇혔던 기간이 기록에는 6개월이지만 묘비에는 1년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묘비를 세울 당시 고증이 정확했던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묘비 역시 1984년 당시 천원 군수가 세웠습니다.

■당국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애국지사 묘소

현재 유관순 열사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애국지사 묘소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관리를 하려면 사적으로 지정되는 등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관리할 권한도, 예산도 없어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후손이나 유족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묘비 등에 있는 오류를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비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국까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요? 유중권 지사의 묘비만 해도 양성평등 개념이 거의 없던 시대에 세워지다 보니 유관순 열사의 이름마저 빠져 있는데, 지금의 시대상과 맞지 않는 것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둬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우석 지사의 묘비에 있는 기록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니 지금이라도 서둘러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국의 관리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방치해도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지금이라도 전국의 애국지사 묘소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정비 방안을 세우는 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애국지사들에 대한 후손의 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를 함께한 나사렛대 심재권 교수는 애국지사 묘비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후손들의 몫이라며 조속한 실태조사와 정비를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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