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손가락 경례 초모툰 대사 “군부 반대 연설 두려웠다”

입력 2021.03.14 (09:00) 수정 2021.03.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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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에서 연설하는 초모툰 미얀마 대사

UN에서 연설하는 초모툰 미얀마 대사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초모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먼저 "나는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사정권이 아닌 민의로 세워진 문민정부를 대표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리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추고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도 잊지 않았습니다.

연설 이후 전 세계에서 응원이 쏟아졌지만 미얀마 군부의 분노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그 다음날 곧바로 초모툰 대사를 해임한 겁니다.

군부는 새로운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로 틴 마웅 나잉 부대사를 임명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볼칸 보즈키르 유엔총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이 미얀마의 합법적인 유엔 대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응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틴 마웅 나잉 부대사는 사의를 밝혔고, 유엔도 초모툰 대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초모툰 대사는 현재 어떤 심경이고,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을까요?

KBS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초모툰 대사와 단독 공식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는 3월 12일 금요일 0시 반부터 약 1시간 동안 화상 연결로 진행됐습니다.


■"사람으로서 두려웠다…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초모툰 대사가 공개적으로 군부에 반대하는 연설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미얀마 젊은 세대들의 시위 때문이었습니다. 미얀마에서 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들이 목숨을 걸고 길거리로 나서고 있는데, 자신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주저함이나 두려움이 없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한 사람으로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신에겐 정말 큰 결정이었고 많은 것을 걸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초모툰 대사가 군부 반대 연설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족들도 몰랐다고 합니다.

연설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자 딸이 제일 먼저 건넨 말은 세 손가락 경례를 틀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세 손가락을 붙여야 하는데 초모툰 대사가 손가락 사이를 떨어뜨렸다는 겁니다.

물론 장난스런 지적을 끝내고 난 뒤, 딸은 아빠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해줬습니다. 아내 역시 초모툰 대사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더 큰 싸움을 위해서 용기와 힘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미얀마 재선거 필요 없어…이미 공정하게 치뤘다"

지난 11일 미얀마 군부는 현재 상황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 국제 사회가 오해를 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계획대로 재선거를 치러 정권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군부는 필요할 때만 무력을 쓰고 있고, 불안을 부추기는 언론인들만 체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잘 알아서 하고 있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에 대해 초모툰 대사는 지난해 11월 8일에 진행된 미얀마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총선에선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 정당이 476석 가운데 396석을 획득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선거 참관인들도 총선이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증언을 했기 때문에 재선거는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얀마 각지에서 길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만 봐도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며 군부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수 치 고문의 60만 달러 뇌물 혐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튀어나온 대답은 "It's ridiculous"였습니다.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초모툰 대사는 수 치 고문의 뇌물수수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며 확신에 찬 어투로 대답했습니다. 군부가 수 치 고문을 재판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방의회 대표위원회 'CRPH' 지지해달라"

초모툰 대사가 가장 반긴 질문은 'CRPH'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CRPH는 군부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입니다.

총선에서 당선된 연방의회 의원 17명이 주축이 돼서 임시정부 수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와 별개로 부통령과 유엔 특사, 국제관계 대표 등을 선임해서 자신들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가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선 반드시 CRPH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평화적인 거리 시위이고, 또 하나는 공무원들의 파업 등 시민 불복종운동입니다. 마지막 하나가 CRPH의 노력이라는 겁니다.

자신은 이미 CRPH와 일을 하고 있다며, 미얀마를 민주적인 연방 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RPH는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무실을 마련해서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초모툰 대사는 CRPH를 지지해달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한국인들의 시위 동참 감동적이었다"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자연스레 뉴스 비중도 큰 편입니다.

초모툰 대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한국인들에게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남긴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문 대통령의 지지에 감사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앞으로도 강력한 지지와 행동을 해주길 요청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초모툰 대사의 마지막 인터뷰 질문은 미얀마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세 마디 말과 함께 세 손가락 경례를 보여줬습니다.

"군부는 실패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길 것입니다."

[연관기사]
[단독] 세 손가락 경례 초모툰 대사 “무서웠다…재선거 필요 없어”
초모툰 UN 주재 미얀마 대사 단독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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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손가락 경례 초모툰 대사 “군부 반대 연설 두려웠다”
    • 입력 2021-03-14 09:00:06
    • 수정2021-03-14 15:18:57
    취재K

UN에서 연설하는 초모툰 미얀마 대사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초모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먼저 "나는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사정권이 아닌 민의로 세워진 문민정부를 대표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리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추고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도 잊지 않았습니다.

연설 이후 전 세계에서 응원이 쏟아졌지만 미얀마 군부의 분노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그 다음날 곧바로 초모툰 대사를 해임한 겁니다.

군부는 새로운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로 틴 마웅 나잉 부대사를 임명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볼칸 보즈키르 유엔총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이 미얀마의 합법적인 유엔 대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응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틴 마웅 나잉 부대사는 사의를 밝혔고, 유엔도 초모툰 대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초모툰 대사는 현재 어떤 심경이고,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을까요?

KBS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초모툰 대사와 단독 공식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는 3월 12일 금요일 0시 반부터 약 1시간 동안 화상 연결로 진행됐습니다.


■"사람으로서 두려웠다…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초모툰 대사가 공개적으로 군부에 반대하는 연설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미얀마 젊은 세대들의 시위 때문이었습니다. 미얀마에서 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들이 목숨을 걸고 길거리로 나서고 있는데, 자신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주저함이나 두려움이 없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한 사람으로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신에겐 정말 큰 결정이었고 많은 것을 걸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초모툰 대사가 군부 반대 연설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족들도 몰랐다고 합니다.

연설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자 딸이 제일 먼저 건넨 말은 세 손가락 경례를 틀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세 손가락을 붙여야 하는데 초모툰 대사가 손가락 사이를 떨어뜨렸다는 겁니다.

물론 장난스런 지적을 끝내고 난 뒤, 딸은 아빠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해줬습니다. 아내 역시 초모툰 대사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더 큰 싸움을 위해서 용기와 힘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미얀마 재선거 필요 없어…이미 공정하게 치뤘다"

지난 11일 미얀마 군부는 현재 상황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 국제 사회가 오해를 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계획대로 재선거를 치러 정권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군부는 필요할 때만 무력을 쓰고 있고, 불안을 부추기는 언론인들만 체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잘 알아서 하고 있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에 대해 초모툰 대사는 지난해 11월 8일에 진행된 미얀마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총선에선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 정당이 476석 가운데 396석을 획득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선거 참관인들도 총선이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증언을 했기 때문에 재선거는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얀마 각지에서 길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만 봐도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며 군부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수 치 고문의 60만 달러 뇌물 혐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튀어나온 대답은 "It's ridiculous"였습니다.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초모툰 대사는 수 치 고문의 뇌물수수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며 확신에 찬 어투로 대답했습니다. 군부가 수 치 고문을 재판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방의회 대표위원회 'CRPH' 지지해달라"

초모툰 대사가 가장 반긴 질문은 'CRPH'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CRPH는 군부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입니다.

총선에서 당선된 연방의회 의원 17명이 주축이 돼서 임시정부 수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와 별개로 부통령과 유엔 특사, 국제관계 대표 등을 선임해서 자신들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가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선 반드시 CRPH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평화적인 거리 시위이고, 또 하나는 공무원들의 파업 등 시민 불복종운동입니다. 마지막 하나가 CRPH의 노력이라는 겁니다.

자신은 이미 CRPH와 일을 하고 있다며, 미얀마를 민주적인 연방 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RPH는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무실을 마련해서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초모툰 대사는 CRPH를 지지해달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한국인들의 시위 동참 감동적이었다"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자연스레 뉴스 비중도 큰 편입니다.

초모툰 대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한국인들에게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남긴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문 대통령의 지지에 감사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앞으로도 강력한 지지와 행동을 해주길 요청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초모툰 대사의 마지막 인터뷰 질문은 미얀마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초모툰 대사는 세 마디 말과 함께 세 손가락 경례를 보여줬습니다.

"군부는 실패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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