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죽음’ 고독사 급증… “1인 가구 사각지대 찾는다”

입력 2021.03.15 (08:00) 수정 2021.03.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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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부산시 사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지내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2018년 6월, 부산시 사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지내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3년여 전, 부산시 사상구의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두 달 전부터 A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웃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센터 직원과 경찰, 소방관이 집안을 살펴보다 발견한 것인데요.

발견 당시 A 씨는 백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숨진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겁니다. A 씨는 가족, 이웃과도 교류하지 않고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A 씨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였습니다.

■ '쓸쓸한 죽음' 고독사 늘어… "1인 가구 증가가 원인"

복지·돌봄 사각지대에서 혼자 살다가 쓸쓸한 죽음에 이르는 것을 '고독사'라 부릅니다. 사회에서 격리돼 아무도 모르게 홀로 임종을 맞이하다 보니 시신이 오랜 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전문가들은 고령화, 핵가족화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해왔습니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증가'가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고독사'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고독사에 대한 통계는 없습니다. '고독사'는 사회 현상과 통념을 담은 용어일 뿐, 공식 행정 용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단절, 고립, 실업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까지…. 사망 원인을 '고독'이라고만 표현하기엔 그 죽음의 무게는 너무 무겁습니다.

■ 50~64세 이하 '장년층' 1인 가구 조사… "사회 보호망, 상대적으로 느슨해"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1인 가구의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치단체의 실태 조사는 1인 가구 전체가 아니라 50세 이상 64세 이하 장년층을 중점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 연금 등 여러 공적 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 생계 급여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 과정에서 65세 이상 노년층은 제도권 내에 포섭돼 최소한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자치단체의 설명입니다.
또한, 40대는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주 연령대로 경제 활동이 대체로 활발한 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50세 이상 64세 이하 장년층사회보장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독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자치단체가 파악하는 무연고 사망 사례를 통해 미루어 가늠할 수 있는데요. 무연고 사망은 연고가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을 포기하는 사례를 칭합니다.

충북 청주시를 보면 지난해, 자치단체가 파악한 무연고 사망 사례는 모두 56건입니다. 이 가운데 50세 이상 64세 미만 장년층이 48%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충북 청주시가 장년층 1인 가구 실태 조사에 나선 이유입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열악한 1인 가구가 적지 않다는 점도, 자치단체의 정확한 관련 실태 조사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전체 가구 수 대비 기초생활수급가구 수는 5.9%지만, 전체 1인 가구로 살펴보면 10.4% 비중으로 늘어납니다. 또한, 충북 청주시 전체 기초생활수급가구의 70%는 1인 가구였습니다.

 충북 청주시의 장년층 1인 가구 실태 조사 모습 충북 청주시의 장년층 1인 가구 실태 조사 모습

KBS는 충북 청주시의 장년층 1인 가구 실태 조사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사례자는 60세 남성으로 7년째 홀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몸을 다쳐 사실상 온종일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한 달 소득은 기초생활수급 생계 급여 50여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 돈에서 월세와 식비, 생계비를 충당해야 해 빠듯한 수준이었는데요. 그러나 이 남성은 가장 힘들다고 호소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외로움'이라고 밝혔습니다.

충북 청주시는 오는 6월까지 지역 1인 가구의 생활 실태를 조사합니다. 결혼 여부와 소득 현황, 거주 형태 등 일반적인 사항에서부터 음주 횟수와 우울감 등 정서 상태까지 다양하게 조사하게 되는데요.

1차 조사를 마친 뒤 고위험군 500가구에 대한 심층 조사가 이뤄집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업과 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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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쓸한 죽음’ 고독사 급증… “1인 가구 사각지대 찾는다”
    • 입력 2021-03-15 08:00:50
    • 수정2021-03-15 08:19:46
    취재K
2018년 6월, 부산시 사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지내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3년여 전, 부산시 사상구의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두 달 전부터 A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웃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센터 직원과 경찰, 소방관이 집안을 살펴보다 발견한 것인데요.

발견 당시 A 씨는 백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숨진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겁니다. A 씨는 가족, 이웃과도 교류하지 않고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A 씨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였습니다.

■ '쓸쓸한 죽음' 고독사 늘어… "1인 가구 증가가 원인"

복지·돌봄 사각지대에서 혼자 살다가 쓸쓸한 죽음에 이르는 것을 '고독사'라 부릅니다. 사회에서 격리돼 아무도 모르게 홀로 임종을 맞이하다 보니 시신이 오랜 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전문가들은 고령화, 핵가족화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해왔습니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증가'가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고독사'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고독사에 대한 통계는 없습니다. '고독사'는 사회 현상과 통념을 담은 용어일 뿐, 공식 행정 용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단절, 고립, 실업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까지…. 사망 원인을 '고독'이라고만 표현하기엔 그 죽음의 무게는 너무 무겁습니다.

■ 50~64세 이하 '장년층' 1인 가구 조사… "사회 보호망, 상대적으로 느슨해"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1인 가구의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치단체의 실태 조사는 1인 가구 전체가 아니라 50세 이상 64세 이하 장년층을 중점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 연금 등 여러 공적 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 생계 급여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 과정에서 65세 이상 노년층은 제도권 내에 포섭돼 최소한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자치단체의 설명입니다.
또한, 40대는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주 연령대로 경제 활동이 대체로 활발한 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50세 이상 64세 이하 장년층사회보장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독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자치단체가 파악하는 무연고 사망 사례를 통해 미루어 가늠할 수 있는데요. 무연고 사망은 연고가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을 포기하는 사례를 칭합니다.

충북 청주시를 보면 지난해, 자치단체가 파악한 무연고 사망 사례는 모두 56건입니다. 이 가운데 50세 이상 64세 미만 장년층이 48%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충북 청주시가 장년층 1인 가구 실태 조사에 나선 이유입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열악한 1인 가구가 적지 않다는 점도, 자치단체의 정확한 관련 실태 조사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전체 가구 수 대비 기초생활수급가구 수는 5.9%지만, 전체 1인 가구로 살펴보면 10.4% 비중으로 늘어납니다. 또한, 충북 청주시 전체 기초생활수급가구의 70%는 1인 가구였습니다.

 충북 청주시의 장년층 1인 가구 실태 조사 모습
KBS는 충북 청주시의 장년층 1인 가구 실태 조사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사례자는 60세 남성으로 7년째 홀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몸을 다쳐 사실상 온종일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한 달 소득은 기초생활수급 생계 급여 50여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 돈에서 월세와 식비, 생계비를 충당해야 해 빠듯한 수준이었는데요. 그러나 이 남성은 가장 힘들다고 호소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외로움'이라고 밝혔습니다.

충북 청주시는 오는 6월까지 지역 1인 가구의 생활 실태를 조사합니다. 결혼 여부와 소득 현황, 거주 형태 등 일반적인 사항에서부터 음주 횟수와 우울감 등 정서 상태까지 다양하게 조사하게 되는데요.

1차 조사를 마친 뒤 고위험군 500가구에 대한 심층 조사가 이뤄집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업과 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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