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코로나19 백신의 임산부 예방접종은?

입력 2021.03.16 (05:00) 수정 2021.03.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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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정부의 우선 접종 대상 순서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임산부, 이 두 집단은 접종에서 제외되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에는 일반 성인 대비 코로나19 발생률과 치명률 모두 상대적으로 낮지만, 임산부에게는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임산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비임신 여성에 비해 중환자 치료실에 입원하거나 호흡기 기계장치에 산소 공급을 의존하게 될 위험성이 높으며, 코로나19 치명률 또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임신 도중 중증의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산후 출혈, 조산의 위험도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감염이 임산부에게 더 큰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임신 시 커진 자궁에 밀려 횡경막이 올라가 임산부의 폐활량은 임신 전보다 줄어든다. 임신을 하면 혈액량도 늘어나고, 더 많은 혈액을 자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심장도 더욱 활발히 뛴다. 모체는 공급되는 산소도 태아와 함께 나눠 쓰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산소 공급에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임산부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비임신 여성에 비해 입원율이 높으며 감염되지 않은 임산부에 비해 조산 및 사산의 위험 모두 증가하게 된다.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의 우선 접종 대상자에 빠짐없이 임산부가 포함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감염 시 비임신 여성에 비해 임산부 및 태아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상자에는 임산부는 제외되었다.

이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며, 특히 코로나19 백신이 임산부와 태아에 미치는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추가로 더 필요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백신 임상시험에 있어서 임산부는 초기 임상시험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직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백신 개발단계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단계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전 연구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건강한 성인에 있어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어야 하며, 발달 및 생식 독성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안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임산부와 태아의 권리 및 복지 보호를 위한 조치들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한다.

새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대상에서 임산부는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전성 등에 대한 근거 불충분으로 정부의 이번 백신 접종 권고대상에서도 임산부가 제외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증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커서 백신 접종이 더욱 필요한 임산부들이 오히려 새로 개발된 백신을 당분간 접종받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즉,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임산부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코로나19 임상시험 대상에서 임산부들을 제외하였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모을 수 없어 임산부들은 백신 접종을 통한 보호는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임산부의 에볼라 감염시 치사율이 93%에 달했지만, 에볼라 백신 역시 초기에는 자료 불충분으로 임산부는 접종에서 제외되었다. E형 간염은 특히 임산부에게서 급성으로 진행되어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지만, 임산부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백신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임산부의 임상시험 제외 원칙을 범용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의약품의 기전(작용 메커니즘)에 근거하여 임산부의 임상시험 참여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감염병 대유행시 임산부를 대상으로도 임상 자료가 축적될 수 있도록 임상개발 단계에서부터 임산부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합한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임산부의 임상시험 참여가 그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때문에 그들을 오히려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mRNA백신의 기전에 비추어 볼 때 임산부들에게서 특정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미 대규모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의 경우 지난 2월에서야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접종 용량과 간격은 기존 임상시험과 동일하게 수행되지만, 코로나19 감염증 예방 효능과 더불어 출산 후 신생아에 대해서도 생후 6개월까지 추적관찰을 함으로써 태아에 대한 안전성 자료도 수집될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해 모체에서 생성된 방어 항체는 태아에게도 전달되므로, 임신 중 백신을 접종받은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의 코로나19 방어능력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임산부들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여부는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가능성, 감염 시 합병증 위험 인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접종의 득과 실을 따져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임산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경우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여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체크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임산부에게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개별적인 상담을 통하여 접종을 결정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접종 전 임신검사 혹은 접종 후 피임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임산부에 대한 충분한 근거 데이터 부재를 이유로 임산부를 접종 권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백신에 있어서는 안전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강력하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권고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안전성 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임산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있어서 접종 후 나타나는 단기적⦁장기적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임산부들에 대한 추적 관찰연구 또한 매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자료가 수집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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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백신] 코로나19 백신의 임산부 예방접종은?
    • 입력 2021-03-16 05:00:22
    • 수정2021-03-16 05:03:22
    취재K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정부의 우선 접종 대상 순서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임산부, 이 두 집단은 접종에서 제외되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에는 일반 성인 대비 코로나19 발생률과 치명률 모두 상대적으로 낮지만, 임산부에게는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임산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비임신 여성에 비해 중환자 치료실에 입원하거나 호흡기 기계장치에 산소 공급을 의존하게 될 위험성이 높으며, 코로나19 치명률 또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임신 도중 중증의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산후 출혈, 조산의 위험도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감염이 임산부에게 더 큰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임신 시 커진 자궁에 밀려 횡경막이 올라가 임산부의 폐활량은 임신 전보다 줄어든다. 임신을 하면 혈액량도 늘어나고, 더 많은 혈액을 자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심장도 더욱 활발히 뛴다. 모체는 공급되는 산소도 태아와 함께 나눠 쓰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산소 공급에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임산부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비임신 여성에 비해 입원율이 높으며 감염되지 않은 임산부에 비해 조산 및 사산의 위험 모두 증가하게 된다.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의 우선 접종 대상자에 빠짐없이 임산부가 포함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감염 시 비임신 여성에 비해 임산부 및 태아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상자에는 임산부는 제외되었다.

이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며, 특히 코로나19 백신이 임산부와 태아에 미치는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추가로 더 필요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백신 임상시험에 있어서 임산부는 초기 임상시험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직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백신 개발단계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단계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전 연구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건강한 성인에 있어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어야 하며, 발달 및 생식 독성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안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임산부와 태아의 권리 및 복지 보호를 위한 조치들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한다.

새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대상에서 임산부는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전성 등에 대한 근거 불충분으로 정부의 이번 백신 접종 권고대상에서도 임산부가 제외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증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커서 백신 접종이 더욱 필요한 임산부들이 오히려 새로 개발된 백신을 당분간 접종받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즉,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임산부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코로나19 임상시험 대상에서 임산부들을 제외하였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모을 수 없어 임산부들은 백신 접종을 통한 보호는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임산부의 에볼라 감염시 치사율이 93%에 달했지만, 에볼라 백신 역시 초기에는 자료 불충분으로 임산부는 접종에서 제외되었다. E형 간염은 특히 임산부에게서 급성으로 진행되어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지만, 임산부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백신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임산부의 임상시험 제외 원칙을 범용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의약품의 기전(작용 메커니즘)에 근거하여 임산부의 임상시험 참여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감염병 대유행시 임산부를 대상으로도 임상 자료가 축적될 수 있도록 임상개발 단계에서부터 임산부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합한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임산부의 임상시험 참여가 그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때문에 그들을 오히려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mRNA백신의 기전에 비추어 볼 때 임산부들에게서 특정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미 대규모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의 경우 지난 2월에서야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접종 용량과 간격은 기존 임상시험과 동일하게 수행되지만, 코로나19 감염증 예방 효능과 더불어 출산 후 신생아에 대해서도 생후 6개월까지 추적관찰을 함으로써 태아에 대한 안전성 자료도 수집될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해 모체에서 생성된 방어 항체는 태아에게도 전달되므로, 임신 중 백신을 접종받은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의 코로나19 방어능력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임산부들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여부는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가능성, 감염 시 합병증 위험 인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접종의 득과 실을 따져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임산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경우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여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체크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임산부에게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개별적인 상담을 통하여 접종을 결정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접종 전 임신검사 혹은 접종 후 피임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임산부에 대한 충분한 근거 데이터 부재를 이유로 임산부를 접종 권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백신에 있어서는 안전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강력하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권고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안전성 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임산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있어서 접종 후 나타나는 단기적⦁장기적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임산부들에 대한 추적 관찰연구 또한 매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자료가 수집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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