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 실수라더니…11년 만에 드러난 軍의 잘못

입력 2021.03.16 (06:37) 수정 2021.03.1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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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민국 남성이면 '대부분 가야만 하는 군대, 과연 갈 만한 모습인가'라는 주제로 KBS가 연속 취재하는 기획보도, 오늘은 군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군에서 난 사고의 진짜 원인이 11년이 지나서야 밝혀진 고 이강일 상병의 사연부터 보시죠.

신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故 이강일 상병 어머니 : "녹슨 봉고차에다가 덩치 이만한 백 킬로그램이 넘는 애를 덜그덕덜그덕 거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 치고 가라고 했어요."]

2009년 그날 군으로부터 걸려온 청천벽력 같은 전화, 군대 간 아들이 숨졌다고 했습니다.

대민 지원 때문에 다른 부대로 파견 갔던 이강일 상병, 운전병이라 차량을 이동시키려 가다 부대 내 축구 골대에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골대가 갑자기 넘어지며 머리에 부딪혔습니다.

순간이었고, 이 상병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故 이강일 상병 어머니 : "이렇게 피가 흘러가지고 이게 눈으로 봤는데 내가 어떡하냐고..."]

군사 경찰의 조사를 토대로 고 이 상병은 순직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보훈처는 '본인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게 쓰러져서 내 아들을 잃었는데 용납이 되겠어요? 이 나라 잘 지키라고 아들을 보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서 내 품안에 데려다 줘야지..."]

부모는 군 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재조사를 요청했고, 몰랐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고 골대가 규격에 맞지 않는 부대가 자체 제작한 경량 골대였다는 것, 무게 중심을 잡는 받침대도 없었고, 연결 부위는 용접이 떨어져 끊겨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00kg의 청년이 그저 운 없게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진상규명위원회의 전문가들은 골대가 버틸 수 있는 하중을 45kg로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눕혀놓거나 철골로 고정해 뒀는데, 파견 와서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치명적 결함이 있던 골대가 직접적인 원인이고, 부대가 파견 병력을 관리 못한 점도 확인됐다고 판단했습니다.

[故 이강일 상병 어버지 : "군의 처음의 수사가 너무 형식적이지 않았느냐 진짜 죽음의 가치를 더 심도 있게 평가를 하고 유족의 아픔을 더 간절하게 생각했었다면..."]

부모가 아들의 사고 원인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사고 뒤 11년 만이었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최근혁/삽화: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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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아들 실수라더니…11년 만에 드러난 軍의 잘못
    • 입력 2021-03-16 06:37:02
    • 수정2021-03-16 06: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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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민국 남성이면 '대부분 가야만 하는 군대, 과연 갈 만한 모습인가'라는 주제로 KBS가 연속 취재하는 기획보도, 오늘은 군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군에서 난 사고의 진짜 원인이 11년이 지나서야 밝혀진 고 이강일 상병의 사연부터 보시죠.

신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故 이강일 상병 어머니 : "녹슨 봉고차에다가 덩치 이만한 백 킬로그램이 넘는 애를 덜그덕덜그덕 거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 치고 가라고 했어요."]

2009년 그날 군으로부터 걸려온 청천벽력 같은 전화, 군대 간 아들이 숨졌다고 했습니다.

대민 지원 때문에 다른 부대로 파견 갔던 이강일 상병, 운전병이라 차량을 이동시키려 가다 부대 내 축구 골대에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골대가 갑자기 넘어지며 머리에 부딪혔습니다.

순간이었고, 이 상병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故 이강일 상병 어머니 : "이렇게 피가 흘러가지고 이게 눈으로 봤는데 내가 어떡하냐고..."]

군사 경찰의 조사를 토대로 고 이 상병은 순직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보훈처는 '본인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게 쓰러져서 내 아들을 잃었는데 용납이 되겠어요? 이 나라 잘 지키라고 아들을 보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서 내 품안에 데려다 줘야지..."]

부모는 군 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재조사를 요청했고, 몰랐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고 골대가 규격에 맞지 않는 부대가 자체 제작한 경량 골대였다는 것, 무게 중심을 잡는 받침대도 없었고, 연결 부위는 용접이 떨어져 끊겨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00kg의 청년이 그저 운 없게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진상규명위원회의 전문가들은 골대가 버틸 수 있는 하중을 45kg로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눕혀놓거나 철골로 고정해 뒀는데, 파견 와서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치명적 결함이 있던 골대가 직접적인 원인이고, 부대가 파견 병력을 관리 못한 점도 확인됐다고 판단했습니다.

[故 이강일 상병 어버지 : "군의 처음의 수사가 너무 형식적이지 않았느냐 진짜 죽음의 가치를 더 심도 있게 평가를 하고 유족의 아픔을 더 간절하게 생각했었다면..."]

부모가 아들의 사고 원인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사고 뒤 11년 만이었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최근혁/삽화: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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