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노동자도 이웃인데”…열악한 환경에 고용 불안

입력 2021.03.17 (07:37) 수정 2021.03.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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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 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는데요.

전북지역의 경비노동자들의 실태는 어떨까요.

열악한 환경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머무는 공간.

한 사람이 서기도 비좁은 곳에서 밤을 새우며 숙식을 해결합니다.

세 뼘 남짓 침상 너머 화장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경비실.

임시 건물이다 보니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고 화장실도 따로 없습니다.

[경비노동자/음성변조 : "여기서 쉬다가 다시 순찰 돌고. 지하 기계실 가서 씻고 오든지, 평소에는 그냥 여기서 씻어요."]

입주민의 갑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노동자의 사연이 알려진 뒤,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전라북도에서 처음으로 실태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도의회가 만든 보고서를 보면 도내 경비노동자 평균 연령은 66.4세로 6, 70대 고령자가 대부분이었고, 휴게공간이 따로 없는 환경에서, 95퍼센트가 하루를 꼬박 일하는 스물네 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79 퍼센트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1년 미만 단기 계약을 반복하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단 점입니다.

아파트 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경비 외에 청소나 주차 안내, 조경 등 가욋일을 거부하기 힘듭니다.

[최영규/전북도의원 :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짧은 근로계약의 노예로 전락해 갑질 등 부당대우에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취약계층의 근로여건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경비원 대부분이 '감시·단속적' 혹은 '촉탁직' 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데다, 일하다 다치더라도 치료비를 떠안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받는 등 노동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송하진/전북도지사 : "입주자 대표회의, 위탁관리업체 간 '상생협약'을 체결해 고용안정을 유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에 경비노동자 갑질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하겠습니다."]

뒤늦게나마 제도 개선과 지원을 약속한 전라북도, 경비노동자의 노동 여건과 처우가 개선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그래픽: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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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비노동자도 이웃인데”…열악한 환경에 고용 불안
    • 입력 2021-03-17 07:37:44
    • 수정2021-03-17 08:54:55
    뉴스광장(전주)
[앵커]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 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는데요.

전북지역의 경비노동자들의 실태는 어떨까요.

열악한 환경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머무는 공간.

한 사람이 서기도 비좁은 곳에서 밤을 새우며 숙식을 해결합니다.

세 뼘 남짓 침상 너머 화장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경비실.

임시 건물이다 보니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고 화장실도 따로 없습니다.

[경비노동자/음성변조 : "여기서 쉬다가 다시 순찰 돌고. 지하 기계실 가서 씻고 오든지, 평소에는 그냥 여기서 씻어요."]

입주민의 갑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노동자의 사연이 알려진 뒤,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전라북도에서 처음으로 실태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도의회가 만든 보고서를 보면 도내 경비노동자 평균 연령은 66.4세로 6, 70대 고령자가 대부분이었고, 휴게공간이 따로 없는 환경에서, 95퍼센트가 하루를 꼬박 일하는 스물네 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79 퍼센트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1년 미만 단기 계약을 반복하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단 점입니다.

아파트 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경비 외에 청소나 주차 안내, 조경 등 가욋일을 거부하기 힘듭니다.

[최영규/전북도의원 :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짧은 근로계약의 노예로 전락해 갑질 등 부당대우에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취약계층의 근로여건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경비원 대부분이 '감시·단속적' 혹은 '촉탁직' 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데다, 일하다 다치더라도 치료비를 떠안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받는 등 노동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송하진/전북도지사 : "입주자 대표회의, 위탁관리업체 간 '상생협약'을 체결해 고용안정을 유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에 경비노동자 갑질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하겠습니다."]

뒤늦게나마 제도 개선과 지원을 약속한 전라북도, 경비노동자의 노동 여건과 처우가 개선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그래픽: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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