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땅투기 의혹’ 속 금융당국 직원의 주식 거래는?

입력 2021.03.17 (11:18) 수정 2021.03.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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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LH 땅투기’ 의혹…금융당국 직원 주식 거래 규정 봤더니
자본시장법부터 장애물…내부 규정 ‘촘촘’
금감원, ‘연 소득 절반 밑’으로만…금융위, 4급 이상 ‘금지’
십수 년 다듬은 내부 규정…부동산 관련 규정은?


이 정도 매매 패턴이면 부동산 시장에서 볼 때 '단타' 수준입니다. 이렇게 밝혀진 LH 직원의 '단타'를 보며 뜨끔했을 만한 직원이 금융당국에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 A 씨입니다. A 씨는 4년(2013년~2016년)간 7,200여 회 거래하고, 700억 원이 넘는 주식 '단타'를 쳤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계좌도 본인 계좌가 아닌 장모의 계좌를 썼습니다. 매일 5번꼴 거래인데요. 장중 거래만 했다면, 금융시장 감독할 시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럼 궁금해집니다. A 씨 같은 사람 또 나올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주식시장 정보에 가까운 사람들의 주식 거래 규정입니다.


■자본시장법부터 까다로워

일부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매매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지만, 금융당국 직원은 주식 계좌 2개만 써도 수사 대상입니다. 자본시장법 때문입니다.

자본시장법 제63조(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1항입니다. ▲본인 명의 거래 ▲증권사 1곳의 1개 계좌만 사용 ▲거래내용 분기마다 보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내 계좌 1개로, 분기마다 무슨 종목 사고팔았는지 일일이 보고하지 않으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차명 거래는 3년 이하 징역까지 처벌받습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는 '1년 이상' 징역이 가능한 중죄입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강령 중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 기준>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강령 중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 기준>

■68쪽짜리 금감원 행동강령..."주식은 점심때만, 연 소득 절반 이하로"

그렇다고 자본시장법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먼저, A씨가 소속돼 있던 금융감독원의 경우입니다. 임직원 행동강령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주식투자 방법을 써놨습니다.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 기준」입니다.

먼저, 근무시간에 거래하면 안 됩니다. 점심시간엔 됩니다. 국내 신용융자잔고가 무려 21조 원이 넘는다는데 신용도 못 씁니다. 미수거래도 안 됩니다.

거래총액이 원천징수영수증에 찍힌 노동소득 총액의 50%를 넘어서도 안 됩니다. 거래 횟수는 분기별로 10번을 넘으면 안 됩니다. 매수든 매도든 모두 거래가 체결되면 1번입니다. 단타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 국·실장급 이상 직원은 주식거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금감원 직원들은 "직접 투자는 거의 못한다고 봐야 한다, 장 좋았던 지난해도 공모펀드나 ETF 정도를 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금융위 더 엄격...4급 이상 주식 '금지'

금융시장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어떨까요. 여기는 '공무원' 신분이란 단서가 더 붙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된단 소리입니다. 주식 거래 규정이 더 엄격합니다.

4급 이상 공무원부터 주식 거래가 금지돼 있습니다. 갖고 있던 주식은 3천만 원이 넘으면 팔아야 합니다. 어기면 역시 수사대상입니다.

4급 이상 공무원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주식이 3천만 원을 넘어도 팔아야 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우자가 어떤 종목에 얼마 투자하는지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부모나 성인 자녀보고 '가진 있는 주식 팔라'고 하면 제대로 응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금융위 5급 공무원 이하는 주식투자 좀 할 수 있을까요. 분기별 20회 안에서 주식투자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론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직원이 주식 거래 내역을 보고하면, 내부 검토를 거칩니다. 내가 담은 종목 다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 테마주 같은 주식은 근처도 못 가고, 대형주만 사야 한다고 합니다. 금융위의 경우 과 한 곳에서 많아야 1~2명 정도만 주식 거래를 한다고 합니다.


■금융당국 직원이 LH에 혀를 찰 수 있게 되기까지

"아니, 그래가지고 주택 정책할 때 신경이 안 쓰일 수 있겠어요?"

금융당국 관계자가 혀를 차며 한 말입니다.

LH 등 주택 정책을 이끄는 공기업과 공무원이 현재의 느슨한 공직자 부동산 매매 규정 속에선 미공개 정보에 흔들리기 쉽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마 금융당국 직원이 모든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해서는 아닐 겁니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개편 출범하면서 직원 주식거래 기준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동안 금융당국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두고 수많은 반칙이 적발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그렇게 쌓인 결과가 지금의 금융당국 직원 주식거래 규정입니다.

모든 금융당국 직원에게 완전히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것도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겠죠. 재산권과 공직자 윤리 사이에 절충점을 십여 년간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잡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LH 직원이라고 집이나 땅 사지 못하게 할 제도를 만들 수도 없을 테죠. 역시 절충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지금일 겁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오늘(17일) "LH 관련 투기 근절안을 이달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식 계좌 없이 금융 정책을 맡는 금융당국 직원이 이번에 발표될 LH 등 투기 근절안을 보고 또 혀를 차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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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직원 ‘땅투기 의혹’ 속 금융당국 직원의 주식 거래는?
    • 입력 2021-03-17 11:18:14
    • 수정2021-03-17 11:49:47
    취재K
‘LH 땅투기’ 의혹…금융당국 직원 주식 거래 규정 봤더니<br />자본시장법부터 장애물…내부 규정 ‘촘촘’<br />금감원, ‘연 소득 절반 밑’으로만…금융위, 4급 이상 ‘금지’<br />십수 년 다듬은 내부 규정…부동산 관련 규정은?

이 정도 매매 패턴이면 부동산 시장에서 볼 때 '단타' 수준입니다. 이렇게 밝혀진 LH 직원의 '단타'를 보며 뜨끔했을 만한 직원이 금융당국에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 A 씨입니다. A 씨는 4년(2013년~2016년)간 7,200여 회 거래하고, 700억 원이 넘는 주식 '단타'를 쳤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계좌도 본인 계좌가 아닌 장모의 계좌를 썼습니다. 매일 5번꼴 거래인데요. 장중 거래만 했다면, 금융시장 감독할 시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럼 궁금해집니다. A 씨 같은 사람 또 나올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주식시장 정보에 가까운 사람들의 주식 거래 규정입니다.


■자본시장법부터 까다로워

일부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매매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지만, 금융당국 직원은 주식 계좌 2개만 써도 수사 대상입니다. 자본시장법 때문입니다.

자본시장법 제63조(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1항입니다. ▲본인 명의 거래 ▲증권사 1곳의 1개 계좌만 사용 ▲거래내용 분기마다 보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내 계좌 1개로, 분기마다 무슨 종목 사고팔았는지 일일이 보고하지 않으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차명 거래는 3년 이하 징역까지 처벌받습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는 '1년 이상' 징역이 가능한 중죄입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강령 중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 기준>
■68쪽짜리 금감원 행동강령..."주식은 점심때만, 연 소득 절반 이하로"

그렇다고 자본시장법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먼저, A씨가 소속돼 있던 금융감독원의 경우입니다. 임직원 행동강령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주식투자 방법을 써놨습니다.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 기준」입니다.

먼저, 근무시간에 거래하면 안 됩니다. 점심시간엔 됩니다. 국내 신용융자잔고가 무려 21조 원이 넘는다는데 신용도 못 씁니다. 미수거래도 안 됩니다.

거래총액이 원천징수영수증에 찍힌 노동소득 총액의 50%를 넘어서도 안 됩니다. 거래 횟수는 분기별로 10번을 넘으면 안 됩니다. 매수든 매도든 모두 거래가 체결되면 1번입니다. 단타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 국·실장급 이상 직원은 주식거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금감원 직원들은 "직접 투자는 거의 못한다고 봐야 한다, 장 좋았던 지난해도 공모펀드나 ETF 정도를 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금융위 더 엄격...4급 이상 주식 '금지'

금융시장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어떨까요. 여기는 '공무원' 신분이란 단서가 더 붙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된단 소리입니다. 주식 거래 규정이 더 엄격합니다.

4급 이상 공무원부터 주식 거래가 금지돼 있습니다. 갖고 있던 주식은 3천만 원이 넘으면 팔아야 합니다. 어기면 역시 수사대상입니다.

4급 이상 공무원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주식이 3천만 원을 넘어도 팔아야 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우자가 어떤 종목에 얼마 투자하는지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부모나 성인 자녀보고 '가진 있는 주식 팔라'고 하면 제대로 응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금융위 5급 공무원 이하는 주식투자 좀 할 수 있을까요. 분기별 20회 안에서 주식투자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론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직원이 주식 거래 내역을 보고하면, 내부 검토를 거칩니다. 내가 담은 종목 다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 테마주 같은 주식은 근처도 못 가고, 대형주만 사야 한다고 합니다. 금융위의 경우 과 한 곳에서 많아야 1~2명 정도만 주식 거래를 한다고 합니다.


■금융당국 직원이 LH에 혀를 찰 수 있게 되기까지

"아니, 그래가지고 주택 정책할 때 신경이 안 쓰일 수 있겠어요?"

금융당국 관계자가 혀를 차며 한 말입니다.

LH 등 주택 정책을 이끄는 공기업과 공무원이 현재의 느슨한 공직자 부동산 매매 규정 속에선 미공개 정보에 흔들리기 쉽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마 금융당국 직원이 모든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해서는 아닐 겁니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개편 출범하면서 직원 주식거래 기준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동안 금융당국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두고 수많은 반칙이 적발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그렇게 쌓인 결과가 지금의 금융당국 직원 주식거래 규정입니다.

모든 금융당국 직원에게 완전히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것도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겠죠. 재산권과 공직자 윤리 사이에 절충점을 십여 년간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잡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LH 직원이라고 집이나 땅 사지 못하게 할 제도를 만들 수도 없을 테죠. 역시 절충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지금일 겁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오늘(17일) "LH 관련 투기 근절안을 이달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식 계좌 없이 금융 정책을 맡는 금융당국 직원이 이번에 발표될 LH 등 투기 근절안을 보고 또 혀를 차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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