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부검의 “아동학대 피해자 중 가장 심한 경우”…법의학자도 “발로 밟혀”

입력 2021.03.17 (15:32) 수정 2021.03.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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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정인 양을 부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가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에 가장 심한 경우였다"고 밝혔습니다.

부검의 A 씨는 오늘(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 심리로 열린 정인이 양모 장 모 씨와 양부 안 모 씨에 대한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2002년부터 국과수에서 일하면서 약 3,800건을 부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부검의 A 씨 "학대냐 아니냐 구분할 필요 없을 정도"

A 씨는 "부검에 함께 참여한 의사 3명도 같은 의견이었다"면서 "상태가 너무 심하고 (상처 등이) 여러 곳에 있었기 때문에 학대냐 아니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공개된 정인이의 부검 감정서에는 학대 정황을 뒷받침하는 결과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정인이의 부검 감정서가 법정 내부에 설치된 화면에 공개되자, 이를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 머리 부분에만 수십개 이상의 피하출혈로 생긴 멍이 있다"면서 "뒤통수에는 뼈가 골절됐다가 다시 붙은 흔적들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또 "골절이 몇 군데만 있어도 아동학대로 의심할 수 있는데, (정인이의 경우) 그런 흔적이 많기 때문에 학대에 의해 생긴 거라고 추정한다"면서 "직접 때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몸통을 잡고 흔들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인이의 양모 장 모 씨가 '외력을 가했다'는 근거로 제시된 '췌장 절단'과 관련해서 A 씨는 "사망 직전보다 며칠 전에 손상을 입은 상태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주 크게 찢어진 손상 부위는 사망 당일에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A 씨는 또 "췌장이나 장간막은 복부에 강한 외력을 받았을 때 생기기 때문에 어른이 발로 밟아서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교통사고나 추락으로 손상되는 경우보다 췌장이 뼈에 눌렸을 때 생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인이 팔 뼈 아랫부분에 골절이 생긴 이유에 대해선 A 씨는 "팔 뼈 끝부분에 골절이 있으면 '아동학대'를 시사한다"면서 "넘어져서 생기는 골절이 아니라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등 아동학대의 특징으로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의 몸에 나타난 다발성 장기손상에 대해서도 사고로 다 생길 수 없는 손상이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양부모 측 변호인은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복부에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A 씨는 "CPR로 췌장이 절단될 정도로 힘이 가해지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A 씨는 또, "췌장은 누적된 상처가 있다면 약한 힘에도 손상될 수 있지만, 장간막이 찢어지려면 사망 당일 강한 힘이 가해졌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A 씨의 증인신문을 마무리하면서 검찰 측이 "정인이가 숨진 당일 복부에 누적된 상처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인지, 다른 학대로 사망한 것인지 (변호인 측) 입장을 말해달라"고 하자, 변호인은 "그것은 검찰이 입증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의학자 "발로 밟혔다고 봐야…엄마라면 누구나 눈치챌 고통 여러번 반복"

정인 양에 대한 부검 재감정을 맡았던 법의학자 B 씨도 정인이의 췌장이 절단된 것과 관련해 "발로 밟혔다고 봐야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B 씨는 "너무 작은 아이가 여러 곳에 상처가 있었고, 너무 많이 다쳤다"면서 "스스로 구호조치를 할 수 없는 아이한테 반복적이고 치명적인 손상이 있었다면 사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습니다.

B 씨는 또 "배가 아프면 누구나 안다. 저정도 외상이 있으면 굉장히 아프다"면서 "엄마라면 누구라도 눈치챌 고통을 여러번 반복했다. 판단은 재판부가 하겠지만 저는 (이런 경우를) 처음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양부모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복부에 가해진 충격이 누적돼 사망할 수 있는지" 묻자, B 씨는 "사망 당일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일어난 것은 맞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양모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상습 폭행·학대하다가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양부 안 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1월 이들에 대한 첫 공판에서 부검 재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장 씨에게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주위적 공소사실이 무죄 판결이 날 때 다시 판단 받을 수 있는 죄목을 말합니다.

양부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7일 열릴 예정으로 정인양의 사인을 재감정한 또 다른 법의학자가 마지막 증인으로 참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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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7 15:32:49
    • 수정2021-03-17 17: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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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정인 양을 부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가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에 가장 심한 경우였다"고 밝혔습니다.

부검의 A 씨는 오늘(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 심리로 열린 정인이 양모 장 모 씨와 양부 안 모 씨에 대한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2002년부터 국과수에서 일하면서 약 3,800건을 부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부검의 A 씨 "학대냐 아니냐 구분할 필요 없을 정도"

A 씨는 "부검에 함께 참여한 의사 3명도 같은 의견이었다"면서 "상태가 너무 심하고 (상처 등이) 여러 곳에 있었기 때문에 학대냐 아니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공개된 정인이의 부검 감정서에는 학대 정황을 뒷받침하는 결과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정인이의 부검 감정서가 법정 내부에 설치된 화면에 공개되자, 이를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 머리 부분에만 수십개 이상의 피하출혈로 생긴 멍이 있다"면서 "뒤통수에는 뼈가 골절됐다가 다시 붙은 흔적들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또 "골절이 몇 군데만 있어도 아동학대로 의심할 수 있는데, (정인이의 경우) 그런 흔적이 많기 때문에 학대에 의해 생긴 거라고 추정한다"면서 "직접 때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몸통을 잡고 흔들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인이의 양모 장 모 씨가 '외력을 가했다'는 근거로 제시된 '췌장 절단'과 관련해서 A 씨는 "사망 직전보다 며칠 전에 손상을 입은 상태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주 크게 찢어진 손상 부위는 사망 당일에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A 씨는 또 "췌장이나 장간막은 복부에 강한 외력을 받았을 때 생기기 때문에 어른이 발로 밟아서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교통사고나 추락으로 손상되는 경우보다 췌장이 뼈에 눌렸을 때 생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인이 팔 뼈 아랫부분에 골절이 생긴 이유에 대해선 A 씨는 "팔 뼈 끝부분에 골절이 있으면 '아동학대'를 시사한다"면서 "넘어져서 생기는 골절이 아니라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등 아동학대의 특징으로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의 몸에 나타난 다발성 장기손상에 대해서도 사고로 다 생길 수 없는 손상이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양부모 측 변호인은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복부에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A 씨는 "CPR로 췌장이 절단될 정도로 힘이 가해지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A 씨는 또, "췌장은 누적된 상처가 있다면 약한 힘에도 손상될 수 있지만, 장간막이 찢어지려면 사망 당일 강한 힘이 가해졌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A 씨의 증인신문을 마무리하면서 검찰 측이 "정인이가 숨진 당일 복부에 누적된 상처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인지, 다른 학대로 사망한 것인지 (변호인 측) 입장을 말해달라"고 하자, 변호인은 "그것은 검찰이 입증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의학자 "발로 밟혔다고 봐야…엄마라면 누구나 눈치챌 고통 여러번 반복"

정인 양에 대한 부검 재감정을 맡았던 법의학자 B 씨도 정인이의 췌장이 절단된 것과 관련해 "발로 밟혔다고 봐야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B 씨는 "너무 작은 아이가 여러 곳에 상처가 있었고, 너무 많이 다쳤다"면서 "스스로 구호조치를 할 수 없는 아이한테 반복적이고 치명적인 손상이 있었다면 사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습니다.

B 씨는 또 "배가 아프면 누구나 안다. 저정도 외상이 있으면 굉장히 아프다"면서 "엄마라면 누구라도 눈치챌 고통을 여러번 반복했다. 판단은 재판부가 하겠지만 저는 (이런 경우를) 처음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양부모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복부에 가해진 충격이 누적돼 사망할 수 있는지" 묻자, B 씨는 "사망 당일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일어난 것은 맞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양모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상습 폭행·학대하다가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양부 안 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1월 이들에 대한 첫 공판에서 부검 재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장 씨에게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주위적 공소사실이 무죄 판결이 날 때 다시 판단 받을 수 있는 죄목을 말합니다.

양부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7일 열릴 예정으로 정인양의 사인을 재감정한 또 다른 법의학자가 마지막 증인으로 참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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