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 그 후]③ 부당한 처벌은 재심…‘부당한 석방’은?

입력 2021.03.17 (19:08) 수정 2021.03.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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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잇단 재심 사건과 국가배상에서 비롯된 쟁점을 짚어보는 기획보도 순서입니다.

부당하게 처벌받고, 억울하게 옥살이한 자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재심제도를 뒀는데요.

그렇다면 죄를 짓고도 무죄로 풀려난 자를 다시 심판할 수 있을까요?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지난 11일 : "우리는 또다시 버려졌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분노하고 화가 나는 건데…."]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피해자의 울분입니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자를 선도한다며 1975년 만들어졌습니다.

길 가던 학생까지 잡아다 감금해 강제노역을 시켰고 구타, 성폭행까지 자행됐지요.

무려 12년 동안의 인권유린에 공식 집계로만 513명이 숨졌고 일부는 암매장됐습니다.

지금도, 찾지 못한 시신이 있을 정도지요.

당시 형제복지원장 고 박인근 씨입니다.

박 씨는 지난 1989년 횡령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고, 특수감금은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박 씨가 벌인 부랑자 수용은 정부 훈령을 따랐을 뿐이란 게 당시 판결 취지입니다.

30년이 지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훈령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박 씨의 무죄판단이 잘못됐다며 비상상고를 냈는데, 대법원이 지난주 이걸 기각한 겁니다.

그럼 대법원이 비상상고를 인용했다면, 박 원장은 뒤늦게라도 단죄될까요?

결론은, 안 됩니다.

비상상고는 잘못된 법적 쟁점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사건을 재심리하지 않고, 효력도 피고인에 미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박 원장의 무죄를 유죄로 뒤집을 순 없는 겁니다.

그저 '선언적 의미'이지요.

사건을 다시 심리해 확정판결을 뒤집는 건 우리가 잘 아는 '재심'입니다.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있고, 수형인 335명이 누명을 벗은 '제주 4·3 불법군사재판' 재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들, 공통점이 있지요.

바로 '억울한 옥살이'입니다.

우리 재심 제도는 누명을 쓴 당사자를 구제하는 '이익재심'만 허락합니다.

죄를 짓고도 무죄로 풀려난 자를 다시 심판하는 건 반대로 '불이익재심'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엔 없는 제도입니다.

형사법의 원칙인 일사부재리, 불이익 변경 금지 등이 피고인의 무죄 판결을 유죄로 바꾸는걸 허용하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가 불이익 재심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유불리를 떠나 재심의 본질을 추구하자는 게 이들 국가가 무죄를 유죄로 바꾸는 재심도 허용한 배경입니다.

[박준영/변호사 :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방법도 법에 규정된 절차를 따라야 하거든요. 안타깝지만 잘못된 무죄 판결을 바로잡는 절차가 아직 완비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 이건 우리 사회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는 인간의 것'이라는 점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오류를 밝히고 시정하는 것이 신뢰받는 사법의 첫걸음이다.

이전 판결의 오류가 심각할 정도로 사회적 정의에 어긋난다면, 중대범죄만은 다시 단죄하는 게 합리적 사법운용이란 목소리.

실제적 사법 정의를 위해 들어보고 따져볼 이유가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김종훈·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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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배상 그 후]③ 부당한 처벌은 재심…‘부당한 석방’은?
    • 입력 2021-03-17 19:08:37
    • 수정2021-03-17 19:28:00
    뉴스7(전주)
[앵커]

잇단 재심 사건과 국가배상에서 비롯된 쟁점을 짚어보는 기획보도 순서입니다.

부당하게 처벌받고, 억울하게 옥살이한 자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재심제도를 뒀는데요.

그렇다면 죄를 짓고도 무죄로 풀려난 자를 다시 심판할 수 있을까요?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지난 11일 : "우리는 또다시 버려졌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분노하고 화가 나는 건데…."]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피해자의 울분입니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자를 선도한다며 1975년 만들어졌습니다.

길 가던 학생까지 잡아다 감금해 강제노역을 시켰고 구타, 성폭행까지 자행됐지요.

무려 12년 동안의 인권유린에 공식 집계로만 513명이 숨졌고 일부는 암매장됐습니다.

지금도, 찾지 못한 시신이 있을 정도지요.

당시 형제복지원장 고 박인근 씨입니다.

박 씨는 지난 1989년 횡령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고, 특수감금은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박 씨가 벌인 부랑자 수용은 정부 훈령을 따랐을 뿐이란 게 당시 판결 취지입니다.

30년이 지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훈령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박 씨의 무죄판단이 잘못됐다며 비상상고를 냈는데, 대법원이 지난주 이걸 기각한 겁니다.

그럼 대법원이 비상상고를 인용했다면, 박 원장은 뒤늦게라도 단죄될까요?

결론은, 안 됩니다.

비상상고는 잘못된 법적 쟁점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사건을 재심리하지 않고, 효력도 피고인에 미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박 원장의 무죄를 유죄로 뒤집을 순 없는 겁니다.

그저 '선언적 의미'이지요.

사건을 다시 심리해 확정판결을 뒤집는 건 우리가 잘 아는 '재심'입니다.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있고, 수형인 335명이 누명을 벗은 '제주 4·3 불법군사재판' 재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들, 공통점이 있지요.

바로 '억울한 옥살이'입니다.

우리 재심 제도는 누명을 쓴 당사자를 구제하는 '이익재심'만 허락합니다.

죄를 짓고도 무죄로 풀려난 자를 다시 심판하는 건 반대로 '불이익재심'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엔 없는 제도입니다.

형사법의 원칙인 일사부재리, 불이익 변경 금지 등이 피고인의 무죄 판결을 유죄로 바꾸는걸 허용하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가 불이익 재심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유불리를 떠나 재심의 본질을 추구하자는 게 이들 국가가 무죄를 유죄로 바꾸는 재심도 허용한 배경입니다.

[박준영/변호사 :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방법도 법에 규정된 절차를 따라야 하거든요. 안타깝지만 잘못된 무죄 판결을 바로잡는 절차가 아직 완비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 이건 우리 사회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는 인간의 것'이라는 점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오류를 밝히고 시정하는 것이 신뢰받는 사법의 첫걸음이다.

이전 판결의 오류가 심각할 정도로 사회적 정의에 어긋난다면, 중대범죄만은 다시 단죄하는 게 합리적 사법운용이란 목소리.

실제적 사법 정의를 위해 들어보고 따져볼 이유가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김종훈·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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