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이 짜다”…갈수기 포항 형산강 취수 괜찮나?

입력 2021.03.18 (07:00) 수정 2021.03.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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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포항에서 '수돗물이 짜다'는 민원이 잇따랐습니다.

민원이 발생한 곳은 포항 남구 오천읍과 연일읍 유강리 등입니다.

입맛의 문제였을까요? 수치를 재보니 실제로 짰습니다.

■ 형산강 취수 물에서 염분 다량 검출…평소의 3배

먼저, 민원이 잇따랐던 곳에 물을 공급하는 곳은 유강 수계. 지하수에 스며든 형산강 물, 복류수가 모여 유강 정수장에서 정수된 뒤 포항 남구 곳곳에 공급됩니다.

포항 오천읍과 연일읍 유강리뿐만 아니라 효자동과 구룡포읍 등 포항 전체 가구 40%에 이곳 물이 공급되는데요.

포항 형산강 물 취수정 포항 형산강 물 취수정

이 물의 염소이온 농도를 쟀더니 지난달 22일 리터당 150㎎이 나왔습니다. 먹는 물 수질 기준은 리터당 250㎎으로 이 수치를 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소 농도는 리터당 50에서 60㎎입니다. 150㎎이면 평소보다 3배가량 높은 거죠.

예민한 사람이라면 물이 평소보다 조금 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저수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금 농도가 낮아지지만, 바로 물을 받아 사용하는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농도 차이를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민원이 많이 들어온 곳도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라는 게 포항시 설명입니다.

■ 원인은 갈수기 바닷물 역류…댐수 비율 높여 수치 '안정'

일단 원인부터 알아봐야겠죠. 포항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포항에 비가 적게 내리면서 바닷물 수위가 높아졌고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수정이 있는 형산강 구역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구역입니다.

포항 앞바다와 형산강 취수정은 8㎞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갈수기에는 바닷물이 직접 취수정에 닿지는 않아도 취수정 주변에 흐르는 지하수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바닷물을 먹고 있는 건가'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괜찮습니다.

포항시는 민원이 발생한 뒤 바로 안계댐의 댐수 비율을 높여 염소이온 농도를 낮췄습니다. 기존 유강수계는 안계댐수를 30%, 형산강 복류수 70% 비율로 취수하는데요. 안계댐수 비율을 늘린 겁니다.

노언정/포항시 맑은물사업본부 정수과장
"저희가 민원이 발생한 이후 안계댐수를 약 80%, 복류수를 20% 취수해서
지금 현재는 (수치가) 안정을 찾았습니다.
또 염소이온이라든가 염도에 대해서는 매일 1회 이상 검사해
현재는 20에서 23정도를 늘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6일 KBS취재진이 동행해 유강정수장에서 물을 받아 검사한 결과 리터당 23㎎이 나왔습니다. 10배 희석한 결과여서 검사기에는 2.3㎎이 표시됩니다.

지난 16일 형산강 취수 물(10배 희석)의 염소이온 농도지난 16일 형산강 취수 물(10배 희석)의 염소이온 농도

■ 댐수 비율 늘리는 건 임시방편…장기적인 대안 필요

하지만 댐수 비율을 늘리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한 데다 바닷물 역류현상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아니라는 거죠.

포항시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시작한 가동보 공사와 연관이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올 연말 완공 예정인 이 가동보는 기존 고정보에 있는 차수벽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포항시는 가동보에도 차수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공사로 인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으면 공사 시 보완하려고 검토하고 있고, 원인을 분석 해 보고 용역이 필요하면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포항 형산강 취수정 가동보 공사 현장포항 형산강 취수정 가동보 공사 현장

먹는물 수질 기준을 넘은 것도, 지금도 짠 수돗물이 공급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비가 올 때 조용히 넘어갔다가 비가 오지 않으면 그때마다 임시변통으로 물을 공급해서는 주민들의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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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돗물이 짜다”…갈수기 포항 형산강 취수 괜찮나?
    • 입력 2021-03-18 07:00:55
    • 수정2021-03-18 09:26:42
    취재K

지난달 말 포항에서 '수돗물이 짜다'는 민원이 잇따랐습니다.

민원이 발생한 곳은 포항 남구 오천읍과 연일읍 유강리 등입니다.

입맛의 문제였을까요? 수치를 재보니 실제로 짰습니다.

■ 형산강 취수 물에서 염분 다량 검출…평소의 3배

먼저, 민원이 잇따랐던 곳에 물을 공급하는 곳은 유강 수계. 지하수에 스며든 형산강 물, 복류수가 모여 유강 정수장에서 정수된 뒤 포항 남구 곳곳에 공급됩니다.

포항 오천읍과 연일읍 유강리뿐만 아니라 효자동과 구룡포읍 등 포항 전체 가구 40%에 이곳 물이 공급되는데요.

포항 형산강 물 취수정
이 물의 염소이온 농도를 쟀더니 지난달 22일 리터당 150㎎이 나왔습니다. 먹는 물 수질 기준은 리터당 250㎎으로 이 수치를 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소 농도는 리터당 50에서 60㎎입니다. 150㎎이면 평소보다 3배가량 높은 거죠.

예민한 사람이라면 물이 평소보다 조금 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저수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금 농도가 낮아지지만, 바로 물을 받아 사용하는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농도 차이를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민원이 많이 들어온 곳도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라는 게 포항시 설명입니다.

■ 원인은 갈수기 바닷물 역류…댐수 비율 높여 수치 '안정'

일단 원인부터 알아봐야겠죠. 포항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포항에 비가 적게 내리면서 바닷물 수위가 높아졌고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수정이 있는 형산강 구역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구역입니다.

포항 앞바다와 형산강 취수정은 8㎞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갈수기에는 바닷물이 직접 취수정에 닿지는 않아도 취수정 주변에 흐르는 지하수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바닷물을 먹고 있는 건가'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괜찮습니다.

포항시는 민원이 발생한 뒤 바로 안계댐의 댐수 비율을 높여 염소이온 농도를 낮췄습니다. 기존 유강수계는 안계댐수를 30%, 형산강 복류수 70% 비율로 취수하는데요. 안계댐수 비율을 늘린 겁니다.

노언정/포항시 맑은물사업본부 정수과장
"저희가 민원이 발생한 이후 안계댐수를 약 80%, 복류수를 20% 취수해서
지금 현재는 (수치가) 안정을 찾았습니다.
또 염소이온이라든가 염도에 대해서는 매일 1회 이상 검사해
현재는 20에서 23정도를 늘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6일 KBS취재진이 동행해 유강정수장에서 물을 받아 검사한 결과 리터당 23㎎이 나왔습니다. 10배 희석한 결과여서 검사기에는 2.3㎎이 표시됩니다.

지난 16일 형산강 취수 물(10배 희석)의 염소이온 농도
■ 댐수 비율 늘리는 건 임시방편…장기적인 대안 필요

하지만 댐수 비율을 늘리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한 데다 바닷물 역류현상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아니라는 거죠.

포항시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시작한 가동보 공사와 연관이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올 연말 완공 예정인 이 가동보는 기존 고정보에 있는 차수벽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포항시는 가동보에도 차수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공사로 인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으면 공사 시 보완하려고 검토하고 있고, 원인을 분석 해 보고 용역이 필요하면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포항 형산강 취수정 가동보 공사 현장
먹는물 수질 기준을 넘은 것도, 지금도 짠 수돗물이 공급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비가 올 때 조용히 넘어갔다가 비가 오지 않으면 그때마다 임시변통으로 물을 공급해서는 주민들의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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