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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DNA 검사 잘못됐을 가능성 없다”…하지만 계속된 부인 왜?
입력 2021.03.18 (14:20) 수정 2021.03.18 (20:31) 취재K
신고 전날 아이 시신 유기 시도...'바람 소리'에 놀라 포기
구미 여아 사망 사건 친모 석 씨…계속해서 부인 '왜?'
경찰 "DNA검사 잘못됐을 가능성 없다" 일축...재검사 결과도 동일
경찰 "석 씨에 '숨진 세 살 아이' 시신 유기 미수 혐의 추가"
검찰로 넘어간 사건, 수사는 계속…"아이 아버지 아직 못 찾아내"
사라진 아이 행방 오리무중..출산·입양기관 수소문

■ 신고 전날 아이 시신을 유기하려 했다...그러나 '바람소리'에 놀라

아이 시신을 발견한 뒤 딸 김 씨에 전화 걸어… '내가 치우겠다'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이 시신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10일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 아이의 친모로 밝혀진 석 씨는 당시 22살 딸 김 씨가 살던 집에서 손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알린 신고자였습니다.

하지만 어제 경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고 하루 전인 지난 9일, 석 씨는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시신 유기 정황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석 씨는 딸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시신을 자신이 치우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동의를 받은 석 씨는 박스에 담아 아이 시신을 옮기려고 합니다.

그러나 바람 소리에 깜짝 놀랐고 무서운 기분이 들어 아이를 원래 상태로 두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시신 유기는 미수에 그쳤고, 다음 날 석 씨가 남편에게 시신 발견 사실을 알리면서 석 씨가 아닌 석 씨의 남편이 최초 신고를 했습니다.

결국, 석 씨는 어제 기존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사체 유기 미수' 혐의가 더해져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 구미 여아 사망 사건 친모 석 씨…계속해서 부인 '왜?'

"제가 이렇게까지 아니라고 할 때는 제 말을 좀 믿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구미 세 살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씨는, 어제 기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숨진 세살 아이는 손녀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자신은 여전히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며, DNA 검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 본인은 잘못한 점이 하나도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라며 큰소리로 외쳤던 것이 어제 우리가 만난 석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 경찰 "DNA검사 잘못됐을 가능성 없다" 일축...재검사 결과도 동일

하지만 경찰은 단호합니다. 사건을 수사해 온 구미경찰서는 어제 브리핑을 열고 DNA 검사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심지어 석 씨가 DNA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해 다시 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같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석 씨는 왜 입을 닫고 있는 걸까.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석 씨는 간곡하게 억울하다고 하지만 과학은 그녀가 아이의 친모라고 합니다.

박동균 대구 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석 씨의 거듭된 부인은 범죄 심리상 당연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뜻밖의 엄청난 일을 맞닥뜨리면 '나는 정말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경찰은 석 씨의 정신감정 실시 여부, 현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 검찰로 넘어간 사건, 수사는 계속…"아이 아버지 아직 못 찾아내 "

석 씨가 검찰로 송치되면서 경찰 수사는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우선 숨진 아이의 아버지를 찾지 못했습니다. 친부를 찾아야 아이가 바꿔치기 된 정황 등을 밝혀낼 수 있는데요. 경찰이 석 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아이 아버지로 드러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 사라진 아이 행방 오리무중..출산·입양기관 수소문

또 사라진 아이의 행방이 말 그대로 오리무중입니다. 석 씨는 22살 딸 김 씨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고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석 씨의 출산 기록이 없어 사라진 아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시기에 입양기관에 입소한 아이는 없는지 수사범위를 넓혔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석 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고로 바꿔치기 된 아이도 없다. 모른다.' 로 일관하고 있으니 아이의 생사조차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경찰은 석 씨 송치 이후 경찰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아직 숨진 세 살 아이에 대한 사인 규명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된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 공개수사 전환했어야 한다? 친모 얼굴 공개하라? 논란도

하지만 석 씨가 친모로 밝혀진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범 여부, 아이 사망 개입 여부 등 중요한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서 답답한 상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구미라는 지역이 좁은 만큼 일찌감치 공개수사로 전환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다는 겁니다.

또 일부 언론에서 석 씨 얼굴을 흐릿하게 공개하면서, 피의자의 신상 공개 요구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피의자 석 씨가 한사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있고 명확한 증거가 나온 상황이 아니라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경찰은 얼굴 사진 공개는 물론 '내연남' 같은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할 수 있는 표현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아이를 떠나 보내며 ...

이번 사건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 살 아이가 혼자 빈집에서 스러져 간 시간을 생각하면 취재를 이어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요. 정말 아무도 듣지 못했을까요. 왜 어린아이가 이토록 잔혹하게 쓸쓸한 삶을 마감했어야 했던 걸까요.

아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연일 소란스럽습니다. 아이 실명은 물론 사진까지 공개됐고 아이의 국적이나 출생,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매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란이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또 반복되는 '출생신고 없이 아동학대 속에 숨진'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지난 시간 몇 번을 비슷한 사건을 지나고도 해결하지 못해온 문제입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사라진다고 비판받았던 출생신고 의무화, 아동학대 방지 대책 등도 오히려 이번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숨지게 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강한 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수사력을 모으고 있고, 언론은 취재하고, 사회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이제부터는 사회의 문제이고 시스템의 문제이고 결국 우리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꿔가는 것이 결국 떠난 아이를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 아닐까요.
  • 경찰 “DNA 검사 잘못됐을 가능성 없다”…하지만 계속된 부인 왜?
    • 입력 2021-03-18 14:20:32
    • 수정2021-03-18 20:31:26
    취재K
신고 전날 아이 시신 유기 시도...'바람 소리'에 놀라 포기<br />구미 여아 사망 사건 친모 석 씨…계속해서 부인 '왜?'<br />경찰 "DNA검사 잘못됐을 가능성 없다" 일축...재검사 결과도 동일<br />경찰 "석 씨에 '숨진 세 살 아이' 시신 유기 미수 혐의 추가"<br />검찰로 넘어간 사건, 수사는 계속…"아이 아버지 아직 못 찾아내"<br />사라진 아이 행방 오리무중..출산·입양기관 수소문

■ 신고 전날 아이 시신을 유기하려 했다...그러나 '바람소리'에 놀라

아이 시신을 발견한 뒤 딸 김 씨에 전화 걸어… '내가 치우겠다'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이 시신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10일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 아이의 친모로 밝혀진 석 씨는 당시 22살 딸 김 씨가 살던 집에서 손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알린 신고자였습니다.

하지만 어제 경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고 하루 전인 지난 9일, 석 씨는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시신 유기 정황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석 씨는 딸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시신을 자신이 치우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동의를 받은 석 씨는 박스에 담아 아이 시신을 옮기려고 합니다.

그러나 바람 소리에 깜짝 놀랐고 무서운 기분이 들어 아이를 원래 상태로 두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시신 유기는 미수에 그쳤고, 다음 날 석 씨가 남편에게 시신 발견 사실을 알리면서 석 씨가 아닌 석 씨의 남편이 최초 신고를 했습니다.

결국, 석 씨는 어제 기존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사체 유기 미수' 혐의가 더해져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 구미 여아 사망 사건 친모 석 씨…계속해서 부인 '왜?'

"제가 이렇게까지 아니라고 할 때는 제 말을 좀 믿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구미 세 살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씨는, 어제 기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숨진 세살 아이는 손녀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자신은 여전히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며, DNA 검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 본인은 잘못한 점이 하나도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라며 큰소리로 외쳤던 것이 어제 우리가 만난 석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 경찰 "DNA검사 잘못됐을 가능성 없다" 일축...재검사 결과도 동일

하지만 경찰은 단호합니다. 사건을 수사해 온 구미경찰서는 어제 브리핑을 열고 DNA 검사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심지어 석 씨가 DNA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해 다시 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같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석 씨는 왜 입을 닫고 있는 걸까.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석 씨는 간곡하게 억울하다고 하지만 과학은 그녀가 아이의 친모라고 합니다.

박동균 대구 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석 씨의 거듭된 부인은 범죄 심리상 당연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뜻밖의 엄청난 일을 맞닥뜨리면 '나는 정말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경찰은 석 씨의 정신감정 실시 여부, 현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 검찰로 넘어간 사건, 수사는 계속…"아이 아버지 아직 못 찾아내 "

석 씨가 검찰로 송치되면서 경찰 수사는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우선 숨진 아이의 아버지를 찾지 못했습니다. 친부를 찾아야 아이가 바꿔치기 된 정황 등을 밝혀낼 수 있는데요. 경찰이 석 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아이 아버지로 드러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 사라진 아이 행방 오리무중..출산·입양기관 수소문

또 사라진 아이의 행방이 말 그대로 오리무중입니다. 석 씨는 22살 딸 김 씨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고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석 씨의 출산 기록이 없어 사라진 아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시기에 입양기관에 입소한 아이는 없는지 수사범위를 넓혔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석 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고로 바꿔치기 된 아이도 없다. 모른다.' 로 일관하고 있으니 아이의 생사조차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경찰은 석 씨 송치 이후 경찰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아직 숨진 세 살 아이에 대한 사인 규명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된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 공개수사 전환했어야 한다? 친모 얼굴 공개하라? 논란도

하지만 석 씨가 친모로 밝혀진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범 여부, 아이 사망 개입 여부 등 중요한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서 답답한 상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구미라는 지역이 좁은 만큼 일찌감치 공개수사로 전환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다는 겁니다.

또 일부 언론에서 석 씨 얼굴을 흐릿하게 공개하면서, 피의자의 신상 공개 요구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피의자 석 씨가 한사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있고 명확한 증거가 나온 상황이 아니라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경찰은 얼굴 사진 공개는 물론 '내연남' 같은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할 수 있는 표현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아이를 떠나 보내며 ...

이번 사건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 살 아이가 혼자 빈집에서 스러져 간 시간을 생각하면 취재를 이어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요. 정말 아무도 듣지 못했을까요. 왜 어린아이가 이토록 잔혹하게 쓸쓸한 삶을 마감했어야 했던 걸까요.

아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연일 소란스럽습니다. 아이 실명은 물론 사진까지 공개됐고 아이의 국적이나 출생,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매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란이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또 반복되는 '출생신고 없이 아동학대 속에 숨진'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지난 시간 몇 번을 비슷한 사건을 지나고도 해결하지 못해온 문제입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사라진다고 비판받았던 출생신고 의무화, 아동학대 방지 대책 등도 오히려 이번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숨지게 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강한 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수사력을 모으고 있고, 언론은 취재하고, 사회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이제부터는 사회의 문제이고 시스템의 문제이고 결국 우리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꿔가는 것이 결국 떠난 아이를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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