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나방의 습격, 올해는 피할 수 있나?

입력 2021.03.21 (07:01) 수정 2021.03.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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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갉아먹는 매미나방 유충 (영상제공 : 국립생태원 정길상 기후생태연구실장)

나뭇잎이며 농작물이며 초록 이파리는 수종을 안 가리고 죄다 갉아먹는 이 녀석. 최근 2~3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난 돌발 해충, '매미나방' 유충입니다.

지난해 여름, 도심 곳곳에 매미나방이 떼 지어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요. 수백, 수천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몸에 닿으면 사람에 따라 두드러기나 피부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는 독충입니다.

도심 공원 시설물에 출몰한 매미나방 떼를 손수 제거하는 모습.도심 공원 시설물에 출몰한 매미나방 떼를 손수 제거하는 모습.

주로 북미에 광범위하게 출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발견되기 시작해 이미 토착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근래 들어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학계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대발생'하고 있습니다.

머리, 가슴, 배 3등신 체형에서 배가 매미처럼 부풀 정도로 많은 알을 품는다고 해서 '매미나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원래 배가 홀쭉해지도록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는 게 특징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따뜻한 겨울 날씨 등 기후 변화로 자연 도태하는 알이나 유충이 줄고 번식력은 왕성해지면서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매미처럼 배 부풀 정도로 가득 알 품는 '매미나방'…알집 제거 비상

매미나방 한 마리가 낳은 알집. 털로 뒤덮힌 알집 안에 수백개의 알이 빼곡하다.  매미나방 한 마리가 낳은 알집. 털로 뒤덮힌 알집 안에 수백개의 알이 빼곡하다.

요즘 겨울을 버틴 매미나방 알집이 곳곳에서 발견돼, 부화하기 전 제거하려는 방제작업이 한창입니다.

수백 개의 알 덩어리(난괴)는 노란 털 뭉치에 쌓여 주로 나무 기둥이나 도로 난간, 각종 시설물에 빽빽하게 붙어있습니다. 털은 보온, 방수 역할과 함께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합니다.

매미나방 알집으로 뒤덮인 나무 기둥. 매미나방 알집으로 뒤덮인 나무 기둥.

3월 말에서 4월 초쯤 알에서 깬 유충은 입에서 어른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실을 뽑아내 나뭇가지 등 주변에 연결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실을 타고 멀리 날아가 안착한 곳에서 푸른 이파리를 갉아 먹고 성충으로 자라는겁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방제 측면에선 알에서 깨기 전, 이 시기의 알집 제거가 중요합니다.

알집을 끌개나 붓으로 털어 땅으로 떨어뜨리기만 해도, 알은 개미 등의 먹이가 되거나 털 보호막이 사라져 생명을 다하게 됩니다. 이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친환경 방제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백산 국립공원에서 매미나방 알집을 제거하는 모습.소백산 국립공원에서 매미나방 알집을 제거하는 모습.

벌이나 파리류의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를 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방제 효율 측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정 파장의 빛을 내는 유인등(포충기)을 활용한 제거 방법도 고안됐는데, 매미나방뿐 아니라 다른 곤충들도 죽일 수 있어 맞춤 방제법은 아닙니다.

알집을 일일이 제거하는 물리적 방제 다음은 결국 성충이 된 매미나방 떼에 유독한 약을 살포하는 것뿐입니다.

방제 당국은 지난해 대유행 이후 알집 제거 등의 사전 방제에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올여름에는 매미나방이 잦아 들어 이 화학적 방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매미나방 유충이 잎을 갉아먹어 잎사귀 형태가 사라졌다.매미나방 유충이 잎을 갉아먹어 잎사귀 형태가 사라졌다.

■ 닥치는대로 잎 갉아먹어…탄소 흡수 저하까지?

산림청이 집계한 지난해 매미나방 피해 산림 면적은 전국적으로 6,183만㎡, 축구장 8,660개 규모입니다.

대부분 한창 자라야 할 수목의 잎을 모두 갉아 먹어 제대로 생장하지 못한 이른바 식엽 피해인데, 따로 집계되지 않은 과수나 농작물을 포함하면 더 심각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에서는 매미나방이 대발생한 지역에서 산림의 광합성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시적으로 탄소 흡수가 저하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상 고온으로 매미나방이 크게 번지고, 그 여파로 탄소 흡수가 줄어 다시 기후 위기를 채근하는 악순환의 반복인 셈입니다.

지난해 여름 매미나방 떼를 제거하는 모습. 지난해 여름 매미나방 떼를 제거하는 모습.

대부분의 돌발해충이 그렇듯 특정 기후조건과 자연조건에 따라 매미나방도 대발생의 정점을 찍은 뒤, 개체 수가 줄었다 늘었다 무한히 반복할 겁니다. 다만 방제 당국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매미나방 같은 돌발해충이 더 자주 출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매미나방의 대발생 원인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올해부터 유전자형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확산한 매미나방이 원래 있던 종인지, 해외에서 새로 유입된 종인지, 아니면 특정 환경 조건에 적응한 새로운 유형의 종인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또 대발생하는 유전자형이 따로 있는지, 전국적으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분포 현황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대발생을 예측해 적절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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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미나방의 습격, 올해는 피할 수 있나?
    • 입력 2021-03-21 07:01:13
    • 수정2021-03-21 09:19:40
    취재K


잎 갉아먹는 매미나방 유충 (영상제공 : 국립생태원 정길상 기후생태연구실장)

나뭇잎이며 농작물이며 초록 이파리는 수종을 안 가리고 죄다 갉아먹는 이 녀석. 최근 2~3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난 돌발 해충, '매미나방' 유충입니다.

지난해 여름, 도심 곳곳에 매미나방이 떼 지어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요. 수백, 수천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몸에 닿으면 사람에 따라 두드러기나 피부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는 독충입니다.

도심 공원 시설물에 출몰한 매미나방 떼를 손수 제거하는 모습.
주로 북미에 광범위하게 출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발견되기 시작해 이미 토착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근래 들어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학계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대발생'하고 있습니다.

머리, 가슴, 배 3등신 체형에서 배가 매미처럼 부풀 정도로 많은 알을 품는다고 해서 '매미나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원래 배가 홀쭉해지도록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는 게 특징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따뜻한 겨울 날씨 등 기후 변화로 자연 도태하는 알이나 유충이 줄고 번식력은 왕성해지면서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매미처럼 배 부풀 정도로 가득 알 품는 '매미나방'…알집 제거 비상

매미나방 한 마리가 낳은 알집. 털로 뒤덮힌 알집 안에 수백개의 알이 빼곡하다.
요즘 겨울을 버틴 매미나방 알집이 곳곳에서 발견돼, 부화하기 전 제거하려는 방제작업이 한창입니다.

수백 개의 알 덩어리(난괴)는 노란 털 뭉치에 쌓여 주로 나무 기둥이나 도로 난간, 각종 시설물에 빽빽하게 붙어있습니다. 털은 보온, 방수 역할과 함께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합니다.

매미나방 알집으로 뒤덮인 나무 기둥.
3월 말에서 4월 초쯤 알에서 깬 유충은 입에서 어른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실을 뽑아내 나뭇가지 등 주변에 연결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실을 타고 멀리 날아가 안착한 곳에서 푸른 이파리를 갉아 먹고 성충으로 자라는겁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방제 측면에선 알에서 깨기 전, 이 시기의 알집 제거가 중요합니다.

알집을 끌개나 붓으로 털어 땅으로 떨어뜨리기만 해도, 알은 개미 등의 먹이가 되거나 털 보호막이 사라져 생명을 다하게 됩니다. 이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친환경 방제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백산 국립공원에서 매미나방 알집을 제거하는 모습.
벌이나 파리류의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를 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방제 효율 측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정 파장의 빛을 내는 유인등(포충기)을 활용한 제거 방법도 고안됐는데, 매미나방뿐 아니라 다른 곤충들도 죽일 수 있어 맞춤 방제법은 아닙니다.

알집을 일일이 제거하는 물리적 방제 다음은 결국 성충이 된 매미나방 떼에 유독한 약을 살포하는 것뿐입니다.

방제 당국은 지난해 대유행 이후 알집 제거 등의 사전 방제에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올여름에는 매미나방이 잦아 들어 이 화학적 방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매미나방 유충이 잎을 갉아먹어 잎사귀 형태가 사라졌다.
■ 닥치는대로 잎 갉아먹어…탄소 흡수 저하까지?

산림청이 집계한 지난해 매미나방 피해 산림 면적은 전국적으로 6,183만㎡, 축구장 8,660개 규모입니다.

대부분 한창 자라야 할 수목의 잎을 모두 갉아 먹어 제대로 생장하지 못한 이른바 식엽 피해인데, 따로 집계되지 않은 과수나 농작물을 포함하면 더 심각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에서는 매미나방이 대발생한 지역에서 산림의 광합성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시적으로 탄소 흡수가 저하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상 고온으로 매미나방이 크게 번지고, 그 여파로 탄소 흡수가 줄어 다시 기후 위기를 채근하는 악순환의 반복인 셈입니다.

지난해 여름 매미나방 떼를 제거하는 모습.
대부분의 돌발해충이 그렇듯 특정 기후조건과 자연조건에 따라 매미나방도 대발생의 정점을 찍은 뒤, 개체 수가 줄었다 늘었다 무한히 반복할 겁니다. 다만 방제 당국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매미나방 같은 돌발해충이 더 자주 출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매미나방의 대발생 원인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올해부터 유전자형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확산한 매미나방이 원래 있던 종인지, 해외에서 새로 유입된 종인지, 아니면 특정 환경 조건에 적응한 새로운 유형의 종인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또 대발생하는 유전자형이 따로 있는지, 전국적으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분포 현황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대발생을 예측해 적절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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