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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법까지 어겨가며 추진한 ‘예술인마을’…그 이유는?
입력 2021.03.22 (08:00) 수정 2021.03.22 (08:00) 취재후·사건후
2018년 완공한 의령군 궁류지구 ‘예술인 전원마을’2018년 완공한 의령군 궁류지구 ‘예술인 전원마을’

지난 2013년 3월, 경남 의령군은 '예술인 전원마을'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의령에서도 오지마을로 손꼽히는 궁류면 평촌리 2만 9천여㎡에 31가구의 예술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예술인 중심의 입주자 주도형으로 관광과 문화자원으로 키우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지 안에는 문화예술 활동 터와 갤러리, 카페와 체험교실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 사실 이 마을은 지어질 수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정비구역 지정과 개발행위허가 등의 인허가 과정에서 조합원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입주예정자의 2/3 이상이 얻어야 하는 건축 인허가를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또, 미등기 토지 7필지가 있어 소유권을 100%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행정적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던 것.
하지만 의령군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스스로 사업 시행자로 나섰습니다.

사업 터를 100%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소유자가 숨진 미등기 토지에 허위 매매계약서와 토지사용 동의서 등을 제출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또 공사 과정에서 필요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농지와 산지전용 등 필요한 행정절차도 무시했습니다.

 크기와 강도 기준에 미달하는 돌로 쌓아진 석축 크기와 강도 기준에 미달하는 돌로 쌓아진 석축

■ 추진할 수 없었던 사업을 법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어떻게 됐을까요?

공사가 시작된 지 두 달 뒤인 2016년 9월, 나흘 동안 내린 174㎜의 비에 공사장 석축 사면이 무너졌습니다. 설계된 목표강우량보다 훨씬 적은 비였음에도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다섯 곳의 사면에서 부실시공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의령군은 건설업체에 손해배상이나 하자보수책임을 묻지 않고 1억 3천여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준공 직후인 2018년 6월, 나흘 동안 내린 123㎜의 비에 사면은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한 달 뒤인 7월 역시 사흘 동안 내린 100.5㎜의 비에 사면은 또 무너졌습니다. 한 공사장에서 3차례 사면 붕괴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붕괴한 사면은 도로와 택지를 파손시켰습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의령군은 해당 업체에 부실시공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부실설계에 대한 규명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완공 뒤 또다시 13억 9,200만 원의 혈세를 들여 보수공사를 벌였습니다.

심지어 이 13억 9,200만 원의 혈세는 대부분 편법으로 모인 돈이었습니다. 하나의 사업에 국비가 두 차례 투입될 수 없습니다. 이 공사 초반 국비가 들어가 추가 국비를 투입할 수 없었지만, 의령군은 다른 지역에 교부된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억여 원을 '목적 외'라는 편법으로 전용했습니다.

공사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의령군이 업체의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것도 모자라 혈세를 들여 업체가 져야 할 금전적 책임마저 진 것입니다.

■ 이해되지 않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업체의 공사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도 묵인했습니다.

시공사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흙을 합천군의 한 농지에 처리했습니다. 이러려면 농지를 사토장으로 인허가받아 사용해야 하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습니다. 불법 사토장을 이용한 것. 트럭 과적을 점검해야 하는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도 불법이었습니다.

시공사는 또 자재의 품질시험실도 설치하지 않았고 공사 중간중간 제출해야 하는 품질시험표, 검사성과표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공사 뒤엔 불량 자재를 반입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이런 불법 행위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게 된 건데, 의령군은 모두 알면서도 묵인했습니다.


■ 의령군은 건설업체의 불법 일괄하도급도 눈감아주는 특혜를 줬습니다.

의령군으로부터 원도급을 받은 업체는 양산 소재의 한 건설사. 하지만 이 건설사가 의령에 있는 또 다른 업체와 음성적으로 불법 계약을 맺고 공사를 일괄 하도급했습니다.

원도급자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 없었고 신고하지도 않은 의령의 불법 하도급업체가 현장을 일괄관리했습니다. 의령군의 담당 공무원이 불법 하도급 사실을 모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불법 하도급을 받은 의령군의 업체는 석축 공사와 조경, 상수 공사 면허가 없는 자격 미달업체였습니다.

■ 갖은 불법과 부실시공을 알고도 넘어가 준 의령군.

주민들은 어이 없어 합니다.

궁류면 대현마을에 사는 주민 박인호 씨는 "공사가 벌어진 곳은 예전부터 논이 있던 곳으로 지반이 매우 무르다."면서 "기본적인 지질 조사도 하지 않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볼 때도 엉망으로 공사를 진행해 사면이 붕괴하는 등 부실공사를 자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 기간 조금 내린 비에 도로가 지진이 난 것처럼 솟구쳐 올라 모두 걷어냈다."면서 "세금 들여 지자체가 진행하는 공사가 이렇게 부실하게 이뤄지다니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 입주가 예정됐던 입주민들도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한 입주예정자는 "원래 입주민 주도로 친환경적인 설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의령군이 시행자가 되면서 산을 깎아 땅을 돋우는 개발 형식의 조성공사가 돼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애초 2018년 완공 뒤 입주 예정이었지만, 아직 언제 입주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안전성 검사를 거쳐 주택 건설이 가능할 때까지는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의령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어쩌다 이렇게 진행됐는지, 업체의 부실시공과 불법행위를 왜 눈감아줬는지 묻는 말에 "아직 징계 수위가 결정되지 않아 답할 수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공사 총액 등 기본적인 공개 내용을 묻는 말에도 같은 답을 되풀이했습니다.

혈세를 들여 진행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누구든 물을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농어촌정비법, 농지법, 산지관리법, 지방자치법, 지방계약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환경영향평가법, 자연재해대책법, 건설기술관리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도로법, 지방교부세법.

경상남도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의령군이 이번 공사를 진행하면서 위반한 법률은 13개에 달합니다.

경상남도는 이번 공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직무를 유기하고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상남도 감사위원회의 한 직원은 "우리도 감사를 시작할 때는 이 정도로 엉망일 줄 몰랐다"라면서 "업체에 특혜를 준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상남도는 의령군의 담당 공무원 11명 가운데 2명에게 중징계, 2명에게 경징계, 7명에게 훈계를 요청했습니다. 또, 원도급업체와 불법하도급업체 2곳을 경찰에 고발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 도대체 어떤 관계이길래

공사업체들은 숱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숱한 부실시공을 하면서도 책임 한 번 지지 않고 어떻게 공무원들의 '묵인'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이어질 경찰 수사에서 자세히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 [취재후] 법까지 어겨가며 추진한 ‘예술인마을’…그 이유는?
    • 입력 2021-03-22 08:00:33
    • 수정2021-03-22 08:00:38
    취재후·사건후
2018년 완공한 의령군 궁류지구 ‘예술인 전원마을’2018년 완공한 의령군 궁류지구 ‘예술인 전원마을’

지난 2013년 3월, 경남 의령군은 '예술인 전원마을'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의령에서도 오지마을로 손꼽히는 궁류면 평촌리 2만 9천여㎡에 31가구의 예술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예술인 중심의 입주자 주도형으로 관광과 문화자원으로 키우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지 안에는 문화예술 활동 터와 갤러리, 카페와 체험교실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 사실 이 마을은 지어질 수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정비구역 지정과 개발행위허가 등의 인허가 과정에서 조합원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입주예정자의 2/3 이상이 얻어야 하는 건축 인허가를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또, 미등기 토지 7필지가 있어 소유권을 100%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행정적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던 것.
하지만 의령군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스스로 사업 시행자로 나섰습니다.

사업 터를 100%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소유자가 숨진 미등기 토지에 허위 매매계약서와 토지사용 동의서 등을 제출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또 공사 과정에서 필요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농지와 산지전용 등 필요한 행정절차도 무시했습니다.

 크기와 강도 기준에 미달하는 돌로 쌓아진 석축 크기와 강도 기준에 미달하는 돌로 쌓아진 석축

■ 추진할 수 없었던 사업을 법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어떻게 됐을까요?

공사가 시작된 지 두 달 뒤인 2016년 9월, 나흘 동안 내린 174㎜의 비에 공사장 석축 사면이 무너졌습니다. 설계된 목표강우량보다 훨씬 적은 비였음에도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다섯 곳의 사면에서 부실시공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의령군은 건설업체에 손해배상이나 하자보수책임을 묻지 않고 1억 3천여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준공 직후인 2018년 6월, 나흘 동안 내린 123㎜의 비에 사면은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한 달 뒤인 7월 역시 사흘 동안 내린 100.5㎜의 비에 사면은 또 무너졌습니다. 한 공사장에서 3차례 사면 붕괴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붕괴한 사면은 도로와 택지를 파손시켰습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의령군은 해당 업체에 부실시공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부실설계에 대한 규명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완공 뒤 또다시 13억 9,200만 원의 혈세를 들여 보수공사를 벌였습니다.

심지어 이 13억 9,200만 원의 혈세는 대부분 편법으로 모인 돈이었습니다. 하나의 사업에 국비가 두 차례 투입될 수 없습니다. 이 공사 초반 국비가 들어가 추가 국비를 투입할 수 없었지만, 의령군은 다른 지역에 교부된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억여 원을 '목적 외'라는 편법으로 전용했습니다.

공사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의령군이 업체의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것도 모자라 혈세를 들여 업체가 져야 할 금전적 책임마저 진 것입니다.

■ 이해되지 않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업체의 공사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도 묵인했습니다.

시공사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흙을 합천군의 한 농지에 처리했습니다. 이러려면 농지를 사토장으로 인허가받아 사용해야 하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습니다. 불법 사토장을 이용한 것. 트럭 과적을 점검해야 하는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도 불법이었습니다.

시공사는 또 자재의 품질시험실도 설치하지 않았고 공사 중간중간 제출해야 하는 품질시험표, 검사성과표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공사 뒤엔 불량 자재를 반입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이런 불법 행위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게 된 건데, 의령군은 모두 알면서도 묵인했습니다.


■ 의령군은 건설업체의 불법 일괄하도급도 눈감아주는 특혜를 줬습니다.

의령군으로부터 원도급을 받은 업체는 양산 소재의 한 건설사. 하지만 이 건설사가 의령에 있는 또 다른 업체와 음성적으로 불법 계약을 맺고 공사를 일괄 하도급했습니다.

원도급자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 없었고 신고하지도 않은 의령의 불법 하도급업체가 현장을 일괄관리했습니다. 의령군의 담당 공무원이 불법 하도급 사실을 모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불법 하도급을 받은 의령군의 업체는 석축 공사와 조경, 상수 공사 면허가 없는 자격 미달업체였습니다.

■ 갖은 불법과 부실시공을 알고도 넘어가 준 의령군.

주민들은 어이 없어 합니다.

궁류면 대현마을에 사는 주민 박인호 씨는 "공사가 벌어진 곳은 예전부터 논이 있던 곳으로 지반이 매우 무르다."면서 "기본적인 지질 조사도 하지 않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볼 때도 엉망으로 공사를 진행해 사면이 붕괴하는 등 부실공사를 자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 기간 조금 내린 비에 도로가 지진이 난 것처럼 솟구쳐 올라 모두 걷어냈다."면서 "세금 들여 지자체가 진행하는 공사가 이렇게 부실하게 이뤄지다니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 입주가 예정됐던 입주민들도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한 입주예정자는 "원래 입주민 주도로 친환경적인 설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의령군이 시행자가 되면서 산을 깎아 땅을 돋우는 개발 형식의 조성공사가 돼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애초 2018년 완공 뒤 입주 예정이었지만, 아직 언제 입주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안전성 검사를 거쳐 주택 건설이 가능할 때까지는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의령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어쩌다 이렇게 진행됐는지, 업체의 부실시공과 불법행위를 왜 눈감아줬는지 묻는 말에 "아직 징계 수위가 결정되지 않아 답할 수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공사 총액 등 기본적인 공개 내용을 묻는 말에도 같은 답을 되풀이했습니다.

혈세를 들여 진행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누구든 물을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농어촌정비법, 농지법, 산지관리법, 지방자치법, 지방계약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환경영향평가법, 자연재해대책법, 건설기술관리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도로법, 지방교부세법.

경상남도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의령군이 이번 공사를 진행하면서 위반한 법률은 13개에 달합니다.

경상남도는 이번 공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직무를 유기하고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상남도 감사위원회의 한 직원은 "우리도 감사를 시작할 때는 이 정도로 엉망일 줄 몰랐다"라면서 "업체에 특혜를 준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상남도는 의령군의 담당 공무원 11명 가운데 2명에게 중징계, 2명에게 경징계, 7명에게 훈계를 요청했습니다. 또, 원도급업체와 불법하도급업체 2곳을 경찰에 고발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 도대체 어떤 관계이길래

공사업체들은 숱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숱한 부실시공을 하면서도 책임 한 번 지지 않고 어떻게 공무원들의 '묵인'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이어질 경찰 수사에서 자세히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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