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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독일의 잇단 ‘마스크 스캔들’…‘혈세 낭비’에 보건장관 배우자 의혹까지
입력 2021.03.22 (10:12) 수정 2021.03.22 (10:13) 특파원 리포트
독일 보건 당국의 허술한 행정으로 약국들은 거액의 '마스크 불로소득'을 벌어들였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보도한 ntv 홈 페이지 독일 보건 당국의 허술한 행정으로 약국들은 거액의 '마스크 불로소득'을 벌어들였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보도한 ntv 홈 페이지

■1유로짜리 마스크로 6유로를 버는 마법

코로나 초기부터 마스크와 관련돼 잡음이 끊이지 않던 독일.
최근엔 집권당 의원들이 마스크 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로 이어졌는데요, 이번엔 마스크와 관련된 황당한 행정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 2차 유행 시기인 지난해 11월 기저질환이 있는 시민이나 60세 이상 노령층에 FFP2 마스크(우리나라 KF94 마스크와 같은 등급)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대상자들은 정부가 발행한 쿠폰을 가지고 약국에 가면 FFP2 마스크 6개를 2유로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약국에 마스크 1개당 6유로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약국은 이 마스크를 얼마에 들여왔을까요? 고작 1유로, 비싸야 2유로라는 게 독일 언론의 보도입니다.

독일 약국들이 쿠폰 한 장(FFP2 마스크 6개) 당 버는 돈을 산수로만 계산해보면, 정부 지원금 36유로에 소비자가 내는 2유로, 여기에서 약국이 마스크를 사 온 가격(적게는 6유로에서 많게는 12유로)을 제하면 최소 26유로에서 32유로입니다.

약국들에게는 1유로짜리 마스크로 6유로를 버는 마법이 생긴 셈입니다.

독일 언론들은 이를 ‘dumm und dämlich’라고 표현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많은 돈을 쉽게 번다는 뜻입니다.

 FFP2 마스크. 도매가 1유로가 조금 넘는 이 마스크에 정부는 개당 6유로를 지원했다.  FFP2 마스크. 도매가 1유로가 조금 넘는 이 마스크에 정부는 개당 6유로를 지원했다.

■약국 한 곳 당 평균 2만 5000유로 지급…소관 부서 반대, 밀어붙인 슈판 장관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 정책을 내놓으며 연방정부는 대상자를 2,73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에 따라 약사 협회에 4억 9,140만 유로(약 6,600억여 원)를 지원했습니다.

약사 협회는 이 돈을 독일의 모든 개별 약국에 분배했는데, 약국 한 곳이 받은 지원금이 평균 2만 5000유로(약 3,360만 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 지원금은 약국이 마스크를 얼마나 파는지에 관계없이 지급됐다는 게 독일 언론의 보돕니다. 세금으로 잔치가 벌어진 셈입니다.

그런데 애초 보건부 담당 부서는 ‘심각한 재정적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이 정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관 부서의 반대에도 이를 추진한 사람은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었습니다.

또 마스크 개당 지원금이 6유로로 정해진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초 마스크 도매가격은 1.22유로였고 소매 평균 가격은 4.29유로였습니다. 6유로 지원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인데, 보건부는 4.29유로 기준에 약사의 인건비를 고려해 6유로로 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슈판 보건부 장관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독일 타게스슈피겔 21일 자 인터넷판.(출처=타게스슈피겔 홈페이지 갈무리) 슈판 보건부 장관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독일 타게스슈피겔 21일 자 인터넷판.(출처=타게스슈피겔 홈페이지 갈무리)

■슈판 장관 배우자 회사가 마스크 공급? 끊이지 않는 ‘마스크 스캔들’


독일 언론들은 슈판 보건부 장관과 관련된 또 다른 ‘마스크 스캔들’을 21일 일요일 오후에 보도했습니다. 보통 일요일에 큰 기사를 올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언론들이 사안을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겠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연방 보건부가 지난해 Burda GmbH라는 회사에서 FFP2 마스크 57만 개를 구매했는데, 이 회사의 베를린 사무소 매니저 겸 로비스트가 바로 슈판 장관의 배우자 다니엘 풍케였다는 겁니다.

연방정부는 “Burda GmbH와의 계약은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제안을 받았고 시장 가격에 맞춰 정상적으로 체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Burda의 대변인도 “지난해 4월 보건부를 돕기 위해 마스크 조달을 제안했다”며 “슈판 장관의 배우자가 거래에 관여한 적도 없고, 어떠한 커미션도 지불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방정부와 Burda의 주장대로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일 수도 있지만, 현직 보건부 장관의 배우자가 고위층인 회사의 마스크를 보건부가 사들인 건 ‘이해충돌’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집권 기민·기사연합은 마스크 악재가 쌓이고 있습니다. 최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자당 의원들의 마스크 뒷돈 의혹에 이어 수억 유로 세금 낭비 의혹, 여기에 마스크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부 장관과 관련된 ‘스캔들’까지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격입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큰 폭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독일 집권당.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마스크 스캔들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 [특파원 리포트] 독일의 잇단 ‘마스크 스캔들’…‘혈세 낭비’에 보건장관 배우자 의혹까지
    • 입력 2021-03-22 10:12:28
    • 수정2021-03-22 10:13:17
    특파원 리포트
독일 보건 당국의 허술한 행정으로 약국들은 거액의 '마스크 불로소득'을 벌어들였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보도한 ntv 홈 페이지 독일 보건 당국의 허술한 행정으로 약국들은 거액의 '마스크 불로소득'을 벌어들였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보도한 ntv 홈 페이지

■1유로짜리 마스크로 6유로를 버는 마법

코로나 초기부터 마스크와 관련돼 잡음이 끊이지 않던 독일.
최근엔 집권당 의원들이 마스크 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로 이어졌는데요, 이번엔 마스크와 관련된 황당한 행정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 2차 유행 시기인 지난해 11월 기저질환이 있는 시민이나 60세 이상 노령층에 FFP2 마스크(우리나라 KF94 마스크와 같은 등급)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대상자들은 정부가 발행한 쿠폰을 가지고 약국에 가면 FFP2 마스크 6개를 2유로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약국에 마스크 1개당 6유로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약국은 이 마스크를 얼마에 들여왔을까요? 고작 1유로, 비싸야 2유로라는 게 독일 언론의 보도입니다.

독일 약국들이 쿠폰 한 장(FFP2 마스크 6개) 당 버는 돈을 산수로만 계산해보면, 정부 지원금 36유로에 소비자가 내는 2유로, 여기에서 약국이 마스크를 사 온 가격(적게는 6유로에서 많게는 12유로)을 제하면 최소 26유로에서 32유로입니다.

약국들에게는 1유로짜리 마스크로 6유로를 버는 마법이 생긴 셈입니다.

독일 언론들은 이를 ‘dumm und dämlich’라고 표현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많은 돈을 쉽게 번다는 뜻입니다.

 FFP2 마스크. 도매가 1유로가 조금 넘는 이 마스크에 정부는 개당 6유로를 지원했다.  FFP2 마스크. 도매가 1유로가 조금 넘는 이 마스크에 정부는 개당 6유로를 지원했다.

■약국 한 곳 당 평균 2만 5000유로 지급…소관 부서 반대, 밀어붙인 슈판 장관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 정책을 내놓으며 연방정부는 대상자를 2,73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에 따라 약사 협회에 4억 9,140만 유로(약 6,600억여 원)를 지원했습니다.

약사 협회는 이 돈을 독일의 모든 개별 약국에 분배했는데, 약국 한 곳이 받은 지원금이 평균 2만 5000유로(약 3,360만 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 지원금은 약국이 마스크를 얼마나 파는지에 관계없이 지급됐다는 게 독일 언론의 보돕니다. 세금으로 잔치가 벌어진 셈입니다.

그런데 애초 보건부 담당 부서는 ‘심각한 재정적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이 정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관 부서의 반대에도 이를 추진한 사람은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었습니다.

또 마스크 개당 지원금이 6유로로 정해진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초 마스크 도매가격은 1.22유로였고 소매 평균 가격은 4.29유로였습니다. 6유로 지원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인데, 보건부는 4.29유로 기준에 약사의 인건비를 고려해 6유로로 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슈판 보건부 장관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독일 타게스슈피겔 21일 자 인터넷판.(출처=타게스슈피겔 홈페이지 갈무리) 슈판 보건부 장관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독일 타게스슈피겔 21일 자 인터넷판.(출처=타게스슈피겔 홈페이지 갈무리)

■슈판 장관 배우자 회사가 마스크 공급? 끊이지 않는 ‘마스크 스캔들’


독일 언론들은 슈판 보건부 장관과 관련된 또 다른 ‘마스크 스캔들’을 21일 일요일 오후에 보도했습니다. 보통 일요일에 큰 기사를 올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언론들이 사안을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겠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연방 보건부가 지난해 Burda GmbH라는 회사에서 FFP2 마스크 57만 개를 구매했는데, 이 회사의 베를린 사무소 매니저 겸 로비스트가 바로 슈판 장관의 배우자 다니엘 풍케였다는 겁니다.

연방정부는 “Burda GmbH와의 계약은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제안을 받았고 시장 가격에 맞춰 정상적으로 체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Burda의 대변인도 “지난해 4월 보건부를 돕기 위해 마스크 조달을 제안했다”며 “슈판 장관의 배우자가 거래에 관여한 적도 없고, 어떠한 커미션도 지불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방정부와 Burda의 주장대로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일 수도 있지만, 현직 보건부 장관의 배우자가 고위층인 회사의 마스크를 보건부가 사들인 건 ‘이해충돌’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집권 기민·기사연합은 마스크 악재가 쌓이고 있습니다. 최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자당 의원들의 마스크 뒷돈 의혹에 이어 수억 유로 세금 낭비 의혹, 여기에 마스크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부 장관과 관련된 ‘스캔들’까지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격입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큰 폭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독일 집권당.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마스크 스캔들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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