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술·도박에 생활비 안 준 남편과 다툰 50대 주부의 ‘비극’…징역 10년 선고

입력 2021.03.22 (14:30) 수정 2021.03.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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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56·여)는 한 차례 이혼 후 B 씨(53)와 재혼, 자녀 2명을 출산하는 등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초부터 자주 다툼을 벌이면서 결혼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남편 B 씨가 도박과 술을 즐기며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점 ‘인연’의 마침표를 찍어 가던 이들 부부, 급기야 남편 B 씨가 집을 가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6월 B 씨는 중학생인 아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돈만 달라고 한다는 이유로 아들의 목을 졸랐다. 아들은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B 씨는 집을 나와 강원도 춘천시의 한 주택에 따로 나와 살게 됐다.

결혼 초부터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자 A 씨는 음식점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8월 6일 근무하던 식당에서 해고됐다.

다음날(8월 7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춘천시의 한 술집에서 A 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또 일주일간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해 혼자 소주 약 3병을 마셨다.

이어 A 씨는 남편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남편의 거주지로 찾아갔다. A 씨가 남편의 집에 도착했을 당시 남편 B 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난 A 씨는 B 씨에게 ‘이혼서류를 가져오라’는 등 소리를 질렀다. A 씨는 또 수저와 젓가락, 주방용 가위를 들어 남편을 위협하는 등 두 사람은 실랑이를 벌였다.

A 씨가 가위를 남편 머리 위로 들어 위협했고 놀란 남편은 아내의 손목을 잡아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남편이 손목을 놓치자 A 씨는 남편의 왼쪽 가슴을 한 차례 찔렀다. 놀란 A 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했고, 심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남편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결국,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가위를 들어 위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남편을 찔러 살인의 고의가 없다며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 당시 평소 주량의 3배 정도 술을 마신 만취 상태였으므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범행 도구의 구조 및 형태, 피고인의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범행 당시 피해자가 가위에 찔려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된다”며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인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 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심신미약과 관련해서도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당시 피해자와 술을 마셨던 친구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술을 별로 안 마신 것 같아 보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며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남편인 피해자의 왼쪽 가슴 부위를 가위로 찔러 참혹하게 살해했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은 친아버지를 잃게 되었다.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범죄는 어떠한 이유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서 엄히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대체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피해자는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고 피고인에게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혼인생활에서 피고인이 겪었을 어려움에 비추어 범행 경위에 일부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아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피해자의 형·누나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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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술·도박에 생활비 안 준 남편과 다툰 50대 주부의 ‘비극’…징역 10년 선고
    • 입력 2021-03-22 14:30:27
    • 수정2021-03-22 14:59:37
    취재후·사건후

A 씨(56·여)는 한 차례 이혼 후 B 씨(53)와 재혼, 자녀 2명을 출산하는 등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초부터 자주 다툼을 벌이면서 결혼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남편 B 씨가 도박과 술을 즐기며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점 ‘인연’의 마침표를 찍어 가던 이들 부부, 급기야 남편 B 씨가 집을 가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6월 B 씨는 중학생인 아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돈만 달라고 한다는 이유로 아들의 목을 졸랐다. 아들은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B 씨는 집을 나와 강원도 춘천시의 한 주택에 따로 나와 살게 됐다.

결혼 초부터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자 A 씨는 음식점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8월 6일 근무하던 식당에서 해고됐다.

다음날(8월 7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춘천시의 한 술집에서 A 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또 일주일간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해 혼자 소주 약 3병을 마셨다.

이어 A 씨는 남편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남편의 거주지로 찾아갔다. A 씨가 남편의 집에 도착했을 당시 남편 B 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난 A 씨는 B 씨에게 ‘이혼서류를 가져오라’는 등 소리를 질렀다. A 씨는 또 수저와 젓가락, 주방용 가위를 들어 남편을 위협하는 등 두 사람은 실랑이를 벌였다.

A 씨가 가위를 남편 머리 위로 들어 위협했고 놀란 남편은 아내의 손목을 잡아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남편이 손목을 놓치자 A 씨는 남편의 왼쪽 가슴을 한 차례 찔렀다. 놀란 A 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했고, 심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남편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결국,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가위를 들어 위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남편을 찔러 살인의 고의가 없다며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 당시 평소 주량의 3배 정도 술을 마신 만취 상태였으므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범행 도구의 구조 및 형태, 피고인의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범행 당시 피해자가 가위에 찔려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된다”며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인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 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심신미약과 관련해서도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당시 피해자와 술을 마셨던 친구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술을 별로 안 마신 것 같아 보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며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남편인 피해자의 왼쪽 가슴 부위를 가위로 찔러 참혹하게 살해했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은 친아버지를 잃게 되었다.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범죄는 어떠한 이유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서 엄히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대체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피해자는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고 피고인에게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혼인생활에서 피고인이 겪었을 어려움에 비추어 범행 경위에 일부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아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피해자의 형·누나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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