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 인권 압박하는데, 北 인권결의안 어쩌나?

입력 2021.03.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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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의 핵심 키워드는 인권입니다.

우선 내일(23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3년 만에 인권이사회에 복귀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결의안입니다.

여기에 미 국무부가 펴내는 연례 인권보고서에도 남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기술이 포함됩니다. 북한이 당장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한국의 선택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 "광범위한 인권 유린" 北인권결의안 채택할 듯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내일(23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이 지난 11일에 제출한 결의안에는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43개 나라가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2018년 6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가 이번에 돌아온 미국도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결의안 초안은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는 제도적이며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강력히 규탄"하고, 지금까지 채택된 모든 북한 인권 결의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추가 제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은 연례행사입니다.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現 인권이사회의 전신)에서 처음 채택된 뒤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채택됐습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별도의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됐는데 올해 역시 이번 이사회 마지막 날인 내일(23일) 합의 방식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의안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초안이 제출되는 과정과 최종적으로 채택되기 전에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9년부터 10년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찬성 의사를 밝히며 동참할 수 있습니다. 공동제안 단계에서부터 이름을 올리는 것보다는 덜 적극적인 선택입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 2019년과 2020년 2년 동안은 이 방식을 취했습니다.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한다는 게 명분이었습니다.


■ 내일 결론내는데도 공식 답변은 "미정"

올해는 어떨까요? 외교부 당국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인권보다 북한과 대화 재개가 우선이라는 기류라 이번에도, 공동제안국에는 참여하지 않고, 합의 채택에만 응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제안국 참여도 중요하지만 컨센서스(결의안 채택 합의)에 참여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면 좋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미정'이라고 하면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밤사이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한 지난 두 해 동안의 방식 (공동제안국 불참, 합의채택에는 참여) 으로, 정부 방침은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 미 인권보고서 "북한 정권, 조직적 인권 유린"

하지만 미국의 인권 압박은 거셉니다. 지난주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방한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고 비판했습니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고,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는 '억압적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유린에 의해 계속해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미 국무부가 매년 펴내는 국가별 인권보고서 2020년 판이 발간을 앞두고 있는데요.

북한 편에는 고문과 자의적 구금, 정치범 수용소, 강제노동 등 23개 항목으로 인권 유린 실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적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년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 미국 압박, 북한 반발... 정부의 고심

북한은 거칠게 맞받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흑백 전도의 극치' 등 3편의 글을 싣고 "서방의 인권유린 실상이야말로 국제사회가 바로잡아야 할 초미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눈썹에 불이 붙은 것만큼이나 시급하게 바로잡을 사안은 북한 인권이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금 이 시각에도 서방 나라들에서는 근로인민대중이 각종 총기류, 흉기에 의한 범죄의 희생물로 되고 있으며 범죄폭력집단들이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폭력행위도 말로는 다 표현 못 할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서방의 극악한 도전과 책동으로 말미암아 인종차별 행위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이어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방이 "국제무대에서 '인권옹호' 타령을 떠들어대고 다른 나라들의 제도 전복을 노린 지명공격, 악법 채택을 자행하면서 인권 문제의 정치화, 이중기준, 선택성을 고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추진에 대한 반발입니다.

미국은 인권 압박 수위를 높이고 북한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 거기에 미국은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덧붙이고 있습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기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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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북 인권 압박하는데, 北 인권결의안 어쩌나?
    • 입력 2021-03-22 18:17:20
    취재K

이번 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의 핵심 키워드는 인권입니다.

우선 내일(23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3년 만에 인권이사회에 복귀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결의안입니다.

여기에 미 국무부가 펴내는 연례 인권보고서에도 남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기술이 포함됩니다. 북한이 당장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한국의 선택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 "광범위한 인권 유린" 北인권결의안 채택할 듯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내일(23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이 지난 11일에 제출한 결의안에는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43개 나라가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2018년 6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가 이번에 돌아온 미국도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결의안 초안은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는 제도적이며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강력히 규탄"하고, 지금까지 채택된 모든 북한 인권 결의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추가 제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은 연례행사입니다.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現 인권이사회의 전신)에서 처음 채택된 뒤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채택됐습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별도의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됐는데 올해 역시 이번 이사회 마지막 날인 내일(23일) 합의 방식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의안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초안이 제출되는 과정과 최종적으로 채택되기 전에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9년부터 10년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찬성 의사를 밝히며 동참할 수 있습니다. 공동제안 단계에서부터 이름을 올리는 것보다는 덜 적극적인 선택입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 2019년과 2020년 2년 동안은 이 방식을 취했습니다.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한다는 게 명분이었습니다.


■ 내일 결론내는데도 공식 답변은 "미정"

올해는 어떨까요? 외교부 당국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인권보다 북한과 대화 재개가 우선이라는 기류라 이번에도, 공동제안국에는 참여하지 않고, 합의 채택에만 응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제안국 참여도 중요하지만 컨센서스(결의안 채택 합의)에 참여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면 좋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미정'이라고 하면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밤사이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한 지난 두 해 동안의 방식 (공동제안국 불참, 합의채택에는 참여) 으로, 정부 방침은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 미 인권보고서 "북한 정권, 조직적 인권 유린"

하지만 미국의 인권 압박은 거셉니다. 지난주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방한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고 비판했습니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고,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는 '억압적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유린에 의해 계속해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미 국무부가 매년 펴내는 국가별 인권보고서 2020년 판이 발간을 앞두고 있는데요.

북한 편에는 고문과 자의적 구금, 정치범 수용소, 강제노동 등 23개 항목으로 인권 유린 실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적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년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 미국 압박, 북한 반발... 정부의 고심

북한은 거칠게 맞받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흑백 전도의 극치' 등 3편의 글을 싣고 "서방의 인권유린 실상이야말로 국제사회가 바로잡아야 할 초미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눈썹에 불이 붙은 것만큼이나 시급하게 바로잡을 사안은 북한 인권이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금 이 시각에도 서방 나라들에서는 근로인민대중이 각종 총기류, 흉기에 의한 범죄의 희생물로 되고 있으며 범죄폭력집단들이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폭력행위도 말로는 다 표현 못 할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서방의 극악한 도전과 책동으로 말미암아 인종차별 행위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이어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방이 "국제무대에서 '인권옹호' 타령을 떠들어대고 다른 나라들의 제도 전복을 노린 지명공격, 악법 채택을 자행하면서 인권 문제의 정치화, 이중기준, 선택성을 고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추진에 대한 반발입니다.

미국은 인권 압박 수위를 높이고 북한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 거기에 미국은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덧붙이고 있습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기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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