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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K] 주민도 모르는 주민참여예산, 누가 기획했나?
입력 2021.03.24 (21:37) 수정 2021.03.24 (22:07) 뉴스9(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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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정해 자치단체에 요구하면 심사를 거쳐 집행되는 예산을 말하는데요.

올해 예산을 반영한 주민참여예산 사업 가운데 '미세먼지 방진망 사업'이라는 걸 들여다봤더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안태성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주의 한 아파트 경로당.

창문마다 미세먼지를 막는다는 방진망을 새로 달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왜 설치를 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전주시 효자3동 ○○경로당 회장 : "물어보지도 않고 막 방진망 이거 돌아가면서 하고, (아, 그랬어요?) 사전에 연락도 없이 뭔 돈이 정부가 많냐, 내가 그런 소리를 했어."]

또 다른 경로당.

누군가 연락을 해와 문을 열어줬더니, 방진망을 설치했다고 말합니다.

[전주시 효자1동 □□경로당 회장 : "갈게 돼 있으니까, 치수 좀 재러 가야겠다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지난달 중순부터 열흘 사이, 효자 1, 2, 3동 경로당에서 벌어진 일인데, 사업자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 업체가 42곳에서 멋대로 공사를 한 겁니다.

[전주시 효자3동 주민센터 직원 : "깜짝 놀라서 전화를 했죠. 이게 뭔 짓이냐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이렇게 하지 않겠습니까?) 견적을 내면 당신이 된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건 저희도 잘 모르죠."]

업체는 뭘 믿고 공사를 했던 것일까?

취재진이 만난 한 경로당 회장.

전주시의원 2명이 찾아와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합니다.

한 명은 지역구도 아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내용을 전혀 몰랐습니다.

[전주시 효자2동 ◇◇경로당 회장 : "만났어요. (누구를요?) ○○○의원하고, 또 하나는 금방 잊어버리네. 방진망을 무상으로 해준다고 그렇게 얘기 들었어요."]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정한게 아니라 시의원이 특정 사업을 하도록 나선 건데, 업체와 사전에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 사업 제안서가 들어온 건 지난해 9월 말쯤, 경로당 16곳에 방진망을 설치하는데 2천만 원이 든다며, 사업 견적서도 첨부돼 있었습니다.

업체가 공사를 하기 직전인 지난달 중순 주민센터에 놓고 간 견적서.

두 개를 비교해보니, 사업비가 거의 똑같습니다.

한 도의원은 지난해 8, 9월쯤 같은 당 시의원이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에 방진망을 설치해주면 어떻겠냐고 해서 도민제안사업으로 올리도록 했다고 말합니다.

경로당 회장에게 방진망 사업 얘기를 꺼냈던 그 시의원이었습니다.

[전북도의원/음성변조 : "와서 한 다섯 번쯤 사정을 하더라고. 진짜 필요하냐고 그랬더니, 미세먼지가 있으니까, 또 코로나도 있고 하니까. 많다는 거예요. 민원이."]

이 사업은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사업비 전액을 도비로 지원합니다.

이런 식으로 방진망 사업 예산이 반영된 시군은 전주를 포함해 익산과 부안 등 모두 세 곳.

2억 원 가까운 예산이 세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익산은 어떨까.

익산시내 한 경로당을 찾아가 봤습니다.

어떤 사업인지 모르고 경로당 이름만 알려줬더니 사업 신청이 됐다고 말합니다.

[익산시 영등2동 △△경로당 회장 : "걸어서 대한노인회(사무실)로 가다가 사람들이 서서 얘기를 하길래 우리 경로당도 좀 도와주세요 그랬더니 그냥 그렇게 (경로당 이름을) 대주고 왔어요."]

신청서에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경로당도 포함돼 있습니다.

[익산시 영등2동 ▽▽경로당 회장 : "못 들었어요. (어떤 사업인지도 모르신다는 말씀이시죠?) 그러죠."]

익산시 6개동 주민센터에 각각 들어온 사업 신청서.

같은 내용에, 사업 기간, 제출 날짜도 똑같습니다.

심지어 글씨체까지 비슷합니다.

한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주에서 제출됐던 신청서 내용과 동일합니다.

같은 사업을 신청한 부안의 한 복지관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러 업체에 문의해 견적을 냈다고 했지만,

[부안 ○○복지관 관계자 : "인터넷 검색하면 방진망 하는 업체가 몇 군데 있으니까 가까운 데서 아마 견적을 받은 것 같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확인해보니, 전주, 익산과 같은 업체의 견적서가 군청에 제출됐습니다.

사업비가 2천만 원을 넘으면 입찰을 해야 해 특정 업체에 줄 수 없다면서 오해를 살만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부안 ○○복지관 관계자 : "저희는 이게 금액이 좀 커요. 4천만 원이면, 회계 기준상으로는 전자입찰을 부쳐야 되거든요. 무조건."]

하지만, 견적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을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 2천만 원씩 책정돼 있습니다.

수의계약을 노린 사업 쪼개기가 의심되는데, 전주와 익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주와 익산, 9개 동에 제출된 사업 제안서를 보면,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사업비가 2천만 원을 넘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업체 본사와 지사, 가맹점이 있는 전주와 익산, 부안에 예산이 반영된 것도 궁금증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취재진은 해당 업체를 찾아가고,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도의원과 경로당에 사업을 제안했던 전주시의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으려 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습니다.

[전주시의원 : "저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데. (사업 발단이 거기서 된 거 아닙니까?) 저는 소개는 해줬죠. 그렇게만 해줬지, 그 이후는 전혀 모르는 일이에요."]

지방재정 운영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주민참여예산.

하지만 주객이 전도돼 '업체참여예산'에 가깝습니다.

소중한 세금이 누군가의 잇속을 챙기는데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조사와 예산 관리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전현정
  • [심층K] 주민도 모르는 주민참여예산, 누가 기획했나?
    • 입력 2021-03-24 21:37:06
    • 수정2021-03-24 22:07:20
    뉴스9(전주)
[앵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정해 자치단체에 요구하면 심사를 거쳐 집행되는 예산을 말하는데요.

올해 예산을 반영한 주민참여예산 사업 가운데 '미세먼지 방진망 사업'이라는 걸 들여다봤더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안태성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주의 한 아파트 경로당.

창문마다 미세먼지를 막는다는 방진망을 새로 달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왜 설치를 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전주시 효자3동 ○○경로당 회장 : "물어보지도 않고 막 방진망 이거 돌아가면서 하고, (아, 그랬어요?) 사전에 연락도 없이 뭔 돈이 정부가 많냐, 내가 그런 소리를 했어."]

또 다른 경로당.

누군가 연락을 해와 문을 열어줬더니, 방진망을 설치했다고 말합니다.

[전주시 효자1동 □□경로당 회장 : "갈게 돼 있으니까, 치수 좀 재러 가야겠다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지난달 중순부터 열흘 사이, 효자 1, 2, 3동 경로당에서 벌어진 일인데, 사업자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 업체가 42곳에서 멋대로 공사를 한 겁니다.

[전주시 효자3동 주민센터 직원 : "깜짝 놀라서 전화를 했죠. 이게 뭔 짓이냐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이렇게 하지 않겠습니까?) 견적을 내면 당신이 된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건 저희도 잘 모르죠."]

업체는 뭘 믿고 공사를 했던 것일까?

취재진이 만난 한 경로당 회장.

전주시의원 2명이 찾아와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합니다.

한 명은 지역구도 아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내용을 전혀 몰랐습니다.

[전주시 효자2동 ◇◇경로당 회장 : "만났어요. (누구를요?) ○○○의원하고, 또 하나는 금방 잊어버리네. 방진망을 무상으로 해준다고 그렇게 얘기 들었어요."]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정한게 아니라 시의원이 특정 사업을 하도록 나선 건데, 업체와 사전에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 사업 제안서가 들어온 건 지난해 9월 말쯤, 경로당 16곳에 방진망을 설치하는데 2천만 원이 든다며, 사업 견적서도 첨부돼 있었습니다.

업체가 공사를 하기 직전인 지난달 중순 주민센터에 놓고 간 견적서.

두 개를 비교해보니, 사업비가 거의 똑같습니다.

한 도의원은 지난해 8, 9월쯤 같은 당 시의원이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에 방진망을 설치해주면 어떻겠냐고 해서 도민제안사업으로 올리도록 했다고 말합니다.

경로당 회장에게 방진망 사업 얘기를 꺼냈던 그 시의원이었습니다.

[전북도의원/음성변조 : "와서 한 다섯 번쯤 사정을 하더라고. 진짜 필요하냐고 그랬더니, 미세먼지가 있으니까, 또 코로나도 있고 하니까. 많다는 거예요. 민원이."]

이 사업은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사업비 전액을 도비로 지원합니다.

이런 식으로 방진망 사업 예산이 반영된 시군은 전주를 포함해 익산과 부안 등 모두 세 곳.

2억 원 가까운 예산이 세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익산은 어떨까.

익산시내 한 경로당을 찾아가 봤습니다.

어떤 사업인지 모르고 경로당 이름만 알려줬더니 사업 신청이 됐다고 말합니다.

[익산시 영등2동 △△경로당 회장 : "걸어서 대한노인회(사무실)로 가다가 사람들이 서서 얘기를 하길래 우리 경로당도 좀 도와주세요 그랬더니 그냥 그렇게 (경로당 이름을) 대주고 왔어요."]

신청서에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경로당도 포함돼 있습니다.

[익산시 영등2동 ▽▽경로당 회장 : "못 들었어요. (어떤 사업인지도 모르신다는 말씀이시죠?) 그러죠."]

익산시 6개동 주민센터에 각각 들어온 사업 신청서.

같은 내용에, 사업 기간, 제출 날짜도 똑같습니다.

심지어 글씨체까지 비슷합니다.

한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주에서 제출됐던 신청서 내용과 동일합니다.

같은 사업을 신청한 부안의 한 복지관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러 업체에 문의해 견적을 냈다고 했지만,

[부안 ○○복지관 관계자 : "인터넷 검색하면 방진망 하는 업체가 몇 군데 있으니까 가까운 데서 아마 견적을 받은 것 같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확인해보니, 전주, 익산과 같은 업체의 견적서가 군청에 제출됐습니다.

사업비가 2천만 원을 넘으면 입찰을 해야 해 특정 업체에 줄 수 없다면서 오해를 살만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부안 ○○복지관 관계자 : "저희는 이게 금액이 좀 커요. 4천만 원이면, 회계 기준상으로는 전자입찰을 부쳐야 되거든요. 무조건."]

하지만, 견적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을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 2천만 원씩 책정돼 있습니다.

수의계약을 노린 사업 쪼개기가 의심되는데, 전주와 익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주와 익산, 9개 동에 제출된 사업 제안서를 보면,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사업비가 2천만 원을 넘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업체 본사와 지사, 가맹점이 있는 전주와 익산, 부안에 예산이 반영된 것도 궁금증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취재진은 해당 업체를 찾아가고,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도의원과 경로당에 사업을 제안했던 전주시의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으려 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습니다.

[전주시의원 : "저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데. (사업 발단이 거기서 된 거 아닙니까?) 저는 소개는 해줬죠. 그렇게만 해줬지, 그 이후는 전혀 모르는 일이에요."]

지방재정 운영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주민참여예산.

하지만 주객이 전도돼 '업체참여예산'에 가깝습니다.

소중한 세금이 누군가의 잇속을 챙기는데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조사와 예산 관리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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