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벼 6백 톤?, “계약대로 한 것 뿐”

입력 2021.03.25 (07:46) 수정 2021.03.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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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미곡처리장 대표가 13억 원이 넘는 벼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그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었습니다.

벼 대금을 못받은 농민들이 돈 대신 벼를 가져다 팔자, 미곡처리장과 벼 구매계약을 맺은 다른 유통업체가 농민들을 고소해 법적 다툼이 벌어졌는데요.

농민들은 미곡처리장과 대물변제 계약에 따라 처분했다며 펄쩍 뛰고 있습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미곡처리장에 벼를 판 뒤 대금 13억여 원을 받지 못한 예산지역 농민 200여 명.

지급이 계속 미뤄지자 지난달 초 미곡처리장에 보관 중인 벼 600톤을 가져다 처분했습니다.

농민들은 이곳에 있던 벼를 대형 마대에 담아 예산의 다른 미곡처리장이나 타지역에 팔고 10억여 원의 피해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가져다 판 벼는 전남 영광의 한 유통업체가 미곡처리장과 구매 계약을 한 상태였습니다.

해당 유통업체는 이 벼가 자신들 소유라며 미곡처리장 대표와 농민들을 사기와 절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염흥섭/유통업체 부장 : "저희가 소유와 점유를 동시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산 농민들이 사전에 당했던 피해는 아쉽게 생각합니다만 저희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에 대해 농민들은 벼를 반출하기 일주일 전쯤 유통회사가 구매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이미 해당 미곡처리장에 계약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에 반출 당시 벼의 소유권은 유통회사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자신들은 미곡처리장 대표와 대물변제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백명기/예산군 신양면 대책위원 : "대물로 변제를 받아가지고 (벼를) 팔아서 돈을 받은 거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농민들에게 영광에서 고발한다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미곡처리장 대표는 농민들에게 줄 벼 대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가 제 때 지급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양측의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피해자인 농민들과 유통업체 간 애꿎은 감정싸움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박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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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벼 6백 톤?, “계약대로 한 것 뿐”
    • 입력 2021-03-25 07:46:32
    • 수정2021-03-25 07: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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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곡처리장 대표가 13억 원이 넘는 벼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그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었습니다.

벼 대금을 못받은 농민들이 돈 대신 벼를 가져다 팔자, 미곡처리장과 벼 구매계약을 맺은 다른 유통업체가 농민들을 고소해 법적 다툼이 벌어졌는데요.

농민들은 미곡처리장과 대물변제 계약에 따라 처분했다며 펄쩍 뛰고 있습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미곡처리장에 벼를 판 뒤 대금 13억여 원을 받지 못한 예산지역 농민 200여 명.

지급이 계속 미뤄지자 지난달 초 미곡처리장에 보관 중인 벼 600톤을 가져다 처분했습니다.

농민들은 이곳에 있던 벼를 대형 마대에 담아 예산의 다른 미곡처리장이나 타지역에 팔고 10억여 원의 피해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가져다 판 벼는 전남 영광의 한 유통업체가 미곡처리장과 구매 계약을 한 상태였습니다.

해당 유통업체는 이 벼가 자신들 소유라며 미곡처리장 대표와 농민들을 사기와 절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염흥섭/유통업체 부장 : "저희가 소유와 점유를 동시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산 농민들이 사전에 당했던 피해는 아쉽게 생각합니다만 저희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에 대해 농민들은 벼를 반출하기 일주일 전쯤 유통회사가 구매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이미 해당 미곡처리장에 계약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에 반출 당시 벼의 소유권은 유통회사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자신들은 미곡처리장 대표와 대물변제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백명기/예산군 신양면 대책위원 : "대물로 변제를 받아가지고 (벼를) 팔아서 돈을 받은 거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농민들에게 영광에서 고발한다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미곡처리장 대표는 농민들에게 줄 벼 대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가 제 때 지급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양측의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피해자인 농민들과 유통업체 간 애꿎은 감정싸움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박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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