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연구원도 산재보상 받는다…대학원생노조 “일보 전진”

입력 2021.03.25 (09:14) 수정 2021.03.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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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실험실 폭발 사고 현장. 경북대학교 실험실 폭발 사고 현장.

2019년 12월, 경북대학교 화학관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대학원생 임 모 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임 씨의 치료비는 10억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연관기사] 경북대 실험실 사고 1년…치료비만 10억인데 보상은 ‘막막’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7662


그동안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다친 학생들은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각 대학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민간보험으로 5천만 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 12월부터는 1억 원까지 보상 금액이 늘어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범위를 넘어서는 치료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독성물질이나 유독가스가 누출되거나, 화학물질이 폭발하는 경우까지 다양합니다.

앞서 사례로 든 임 씨의 경우 정부출연연구기관 등과 '근로계약'을 맺은 상태였다면 '산재보험'으로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임 씨 같은 이른바 '학생연구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이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임 씨처럼 폭발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을 경우 1억 원으로는 충분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학생연구원도 '산재 보상' 길 열려…경북대 실험실 사고 1년여만

경북대 실험실 사고 1년여 만에 학생연구원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학생연구원도 산재보험에 '특례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어제(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개정안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학생연구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는 전국에서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학생 연구자들은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을 땐 이공계 대학(원)생을 모두 포함하도록 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이 수행하는 개발과제에 참여하는 학생 신분 연구자'로 조정됐습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통과로 학생연구원 10만여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개정안 "학생 연구자는 근로자로 본다"…대학원생 노조 "일보전진"

그동안 법안 통과를 촉구해 온 대학원생노조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이제야 보장받는 것"이라면서 "대학원생도 이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에 한발 다가섰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수많은 다른 연구소의 노동자들처럼 대학원생도 자신이 일한 권리로서 산재보험을 보장받고 안전한 연구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법안에서 주목할 점은 학생연구원을 '근로자'로 본다는 점입니다.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대학원생을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대학원생도 근로자라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학원생은 연구를 해야 학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노동과 학업을 무 자르듯이 자를 수 없다는 겁니다.

강 위원장은 또 "BK21 도입 이후 대학원에서 연구과제의 비중이 굉장히 커지면서 한 해 5조 원가량의 정부 예산이 연구개발비로 투입되고 있다"면서 "그 예산만큼의 일을 대학원생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학업과 노동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원생노조는 앞으로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편법 없이 오롯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감시하면서, 경북대 사고 피해자 임 모 씨가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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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연구원도 산재보상 받는다…대학원생노조 “일보 전진”
    • 입력 2021-03-25 09:14:21
    • 수정2021-03-25 12:26:46
    취재K
경북대학교 실험실 폭발 사고 현장.
2019년 12월, 경북대학교 화학관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대학원생 임 모 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임 씨의 치료비는 10억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연관기사] 경북대 실험실 사고 1년…치료비만 10억인데 보상은 ‘막막’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7662


그동안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다친 학생들은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각 대학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민간보험으로 5천만 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 12월부터는 1억 원까지 보상 금액이 늘어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범위를 넘어서는 치료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독성물질이나 유독가스가 누출되거나, 화학물질이 폭발하는 경우까지 다양합니다.

앞서 사례로 든 임 씨의 경우 정부출연연구기관 등과 '근로계약'을 맺은 상태였다면 '산재보험'으로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임 씨 같은 이른바 '학생연구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이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임 씨처럼 폭발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을 경우 1억 원으로는 충분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학생연구원도 '산재 보상' 길 열려…경북대 실험실 사고 1년여만

경북대 실험실 사고 1년여 만에 학생연구원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학생연구원도 산재보험에 '특례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어제(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개정안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학생연구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는 전국에서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학생 연구자들은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을 땐 이공계 대학(원)생을 모두 포함하도록 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이 수행하는 개발과제에 참여하는 학생 신분 연구자'로 조정됐습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통과로 학생연구원 10만여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개정안 "학생 연구자는 근로자로 본다"…대학원생 노조 "일보전진"

그동안 법안 통과를 촉구해 온 대학원생노조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이제야 보장받는 것"이라면서 "대학원생도 이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에 한발 다가섰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수많은 다른 연구소의 노동자들처럼 대학원생도 자신이 일한 권리로서 산재보험을 보장받고 안전한 연구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법안에서 주목할 점은 학생연구원을 '근로자'로 본다는 점입니다.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대학원생을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대학원생도 근로자라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학원생은 연구를 해야 학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노동과 학업을 무 자르듯이 자를 수 없다는 겁니다.

강 위원장은 또 "BK21 도입 이후 대학원에서 연구과제의 비중이 굉장히 커지면서 한 해 5조 원가량의 정부 예산이 연구개발비로 투입되고 있다"면서 "그 예산만큼의 일을 대학원생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학업과 노동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원생노조는 앞으로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편법 없이 오롯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감시하면서, 경북대 사고 피해자 임 모 씨가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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