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도 소비자다]② 의사 잘못도 입증은 환자 몫?

입력 2021.03.25 (10:08) 수정 2021.03.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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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의료진의 과실을 환자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에는 입증 책임을 명시한 규정이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B 씨는 지난 해 어린 자녀를 잃었습니다.

대형 병원에서 퇴원한 이틀 뒤, 갑자기 패혈증으로 숨진 겁니다.

사망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병원 측 입장에 B 씨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의료진 과실을 모두 B 씨가 밝혀야만 했습니다.

[B 씨/음성변조 : "아무 의료지식이 없는데 그걸 입증해야 하니깐 너무 어려웠죠. 병원은 그냥 가만히만 있고, 의무기록지를 발급받아도 4백 장 가까이 되는데 그걸 어디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막막했죠."]

의료 사고의 경우, 누구에게 입증 책임이 있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 때문에 환자들이 입증 책임을 전부 떠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의무기록을 해석하고 과실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면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 결함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와 함께 제조사에게도 입증책임을 물도록 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김주원/변호사 : "제조물 결함에 대한 추정규정도 있는데, 인명을 다루는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환자 측에서 입증하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의료기관에 입증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정청래/국회의원 : "환자와 환자가족들은 진료와 수술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접 진료와 수술에 참여한 의사들이 의료사고의 진실을 가려달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뿐더러, 의료행위 위축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선진국처럼 의료사고 감정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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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도 소비자다]② 의사 잘못도 입증은 환자 몫?
    • 입력 2021-03-25 10:08:35
    • 수정2021-03-25 11:08:41
    930뉴스(대구)
[앵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의료진의 과실을 환자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에는 입증 책임을 명시한 규정이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B 씨는 지난 해 어린 자녀를 잃었습니다.

대형 병원에서 퇴원한 이틀 뒤, 갑자기 패혈증으로 숨진 겁니다.

사망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병원 측 입장에 B 씨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의료진 과실을 모두 B 씨가 밝혀야만 했습니다.

[B 씨/음성변조 : "아무 의료지식이 없는데 그걸 입증해야 하니깐 너무 어려웠죠. 병원은 그냥 가만히만 있고, 의무기록지를 발급받아도 4백 장 가까이 되는데 그걸 어디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막막했죠."]

의료 사고의 경우, 누구에게 입증 책임이 있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 때문에 환자들이 입증 책임을 전부 떠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의무기록을 해석하고 과실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면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 결함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와 함께 제조사에게도 입증책임을 물도록 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김주원/변호사 : "제조물 결함에 대한 추정규정도 있는데, 인명을 다루는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환자 측에서 입증하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의료기관에 입증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정청래/국회의원 : "환자와 환자가족들은 진료와 수술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접 진료와 수술에 참여한 의사들이 의료사고의 진실을 가려달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뿐더러, 의료행위 위축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선진국처럼 의료사고 감정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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