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어촌공사 직원도 ‘개발 예정지’ 투기 의혹…경찰 수사

입력 2021.03.25 (16:16) 수정 2021.03.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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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A 씨가 매입한 영천시 임고면 땅 진입로 현직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A 씨가 매입한 영천시 임고면 땅 진입로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땅 투기 의혹이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등 공직자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공 정보를 악용한 공직자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는데요.

현직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개발 예정지를 매입한 의혹이 KBS에 포착됐습니다.


■ 농어촌공사 직원, 관리 감독 맡은 사업 개발 예정지 5억여 원에 매입

경북 영천시 임고면 일원 881만 ㎡ 땅. 이 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난 2012년 영천시의 위탁으로 57억 원 규모의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을 시행해 이후 6년여 만에 준공한 곳입니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 일원. 지난 2018년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이 준공됐습니다.경북 영천시 임고면 일원. 지난 2018년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이 준공됐습니다.
상속을 제외하고는 손바뀜이 잘 없던 마을. 그런데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7년 6차례 농지 매입이 이뤄졌습니다. 매수자는 다름 아닌 농어촌공사 직원 A 씨. 그는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해 공사감리와 용지 매수·보상 등 사업의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맡아 왔습니다.

A 씨는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6개 필지의 농지 5천6백여 ㎡를 5억 2천여만 원에 매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제외한 5개 필지 5천5백여 ㎡(취득가 5억 1천여만 원)에 대해 채권최고액 기준 총 4억 4천여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는데요.

농지 대부분을 땅을 담보로 대출받아 매입한 데 이어, 채권최고액 기준 담보 대출 비율도 취득가의 80%가 넘습니다.

수상한 대목은 더 있습니다. 첫째, A 씨가 매입한 땅을 중심으로 진입로 설치 등 중점적인 정비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하도록 하는 경자유전 원칙이 법에 명시돼 있는데, A 씨 땅 상당수는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A 씨가 매입한 땅의 ㎡당 공시지가는 평균 4만 원으로, 매입 당시인 2017년 공시지가보다 1.5배 이상 올랐습니다.


■ 경찰 수사에 휴가 내고 '연락 두절'…농어촌공사 "개인 일탈"

이 같은 투기 의혹에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A 씨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휴가를 내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연락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A 씨가 퇴직 이후 귀농을 결심하고 노후 대비용으로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또, A 씨가 사업 '착공' 이후 땅을 매입한 점, 해당 지역이 투기세력이 잘 몰리지 않는 작은 농촌 마을인 점 등을 들어 개발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사업 착공 후에 토지를 개인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현재 문제시되는 타 공사와는 상당히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이해충돌로 보기엔 개인적 일탈이 소속 기관을 지배한 상황입니다.
...
개인적 일탈은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으며 공사에서는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임직원 행동강령 및 인사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계획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임직원 행동강령 및 인사규정'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시작한 날로부터 징계의결의 요구, 그 밖의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농어촌공사 측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A 씨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농어촌공사는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을 수행해오며 농지의 경지정리사업과 간척지 조성, 임대분양사업 등을 진행해 온 개발사업 관련 공기업입니다. 업무 특성상 개발 정보를 취득하기 쉽습니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일이 크게 벌어지기 전에 해결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가만두었다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죠.

공공 정보를 악용한 공직자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요즘, '개인의 일탈'이라며 내부 직원의 땅 투기 가능성을 축소·부인하기 전에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조치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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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농어촌공사 직원도 ‘개발 예정지’ 투기 의혹…경찰 수사
    • 입력 2021-03-25 16:16:37
    • 수정2021-03-25 17:22:46
    취재K
 현직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A 씨가 매입한 영천시 임고면 땅 진입로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땅 투기 의혹이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등 공직자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공 정보를 악용한 공직자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는데요.

현직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개발 예정지를 매입한 의혹이 KBS에 포착됐습니다.


■ 농어촌공사 직원, 관리 감독 맡은 사업 개발 예정지 5억여 원에 매입

경북 영천시 임고면 일원 881만 ㎡ 땅. 이 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난 2012년 영천시의 위탁으로 57억 원 규모의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을 시행해 이후 6년여 만에 준공한 곳입니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 일원. 지난 2018년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이 준공됐습니다.상속을 제외하고는 손바뀜이 잘 없던 마을. 그런데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7년 6차례 농지 매입이 이뤄졌습니다. 매수자는 다름 아닌 농어촌공사 직원 A 씨. 그는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해 공사감리와 용지 매수·보상 등 사업의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맡아 왔습니다.

A 씨는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6개 필지의 농지 5천6백여 ㎡를 5억 2천여만 원에 매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제외한 5개 필지 5천5백여 ㎡(취득가 5억 1천여만 원)에 대해 채권최고액 기준 총 4억 4천여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는데요.

농지 대부분을 땅을 담보로 대출받아 매입한 데 이어, 채권최고액 기준 담보 대출 비율도 취득가의 80%가 넘습니다.

수상한 대목은 더 있습니다. 첫째, A 씨가 매입한 땅을 중심으로 진입로 설치 등 중점적인 정비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하도록 하는 경자유전 원칙이 법에 명시돼 있는데, A 씨 땅 상당수는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A 씨가 매입한 땅의 ㎡당 공시지가는 평균 4만 원으로, 매입 당시인 2017년 공시지가보다 1.5배 이상 올랐습니다.


■ 경찰 수사에 휴가 내고 '연락 두절'…농어촌공사 "개인 일탈"

이 같은 투기 의혹에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A 씨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휴가를 내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연락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A 씨가 퇴직 이후 귀농을 결심하고 노후 대비용으로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또, A 씨가 사업 '착공' 이후 땅을 매입한 점, 해당 지역이 투기세력이 잘 몰리지 않는 작은 농촌 마을인 점 등을 들어 개발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사업 착공 후에 토지를 개인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현재 문제시되는 타 공사와는 상당히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이해충돌로 보기엔 개인적 일탈이 소속 기관을 지배한 상황입니다.
...
개인적 일탈은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으며 공사에서는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임직원 행동강령 및 인사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계획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임직원 행동강령 및 인사규정'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시작한 날로부터 징계의결의 요구, 그 밖의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농어촌공사 측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A 씨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농어촌공사는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을 수행해오며 농지의 경지정리사업과 간척지 조성, 임대분양사업 등을 진행해 온 개발사업 관련 공기업입니다. 업무 특성상 개발 정보를 취득하기 쉽습니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일이 크게 벌어지기 전에 해결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가만두었다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죠.

공공 정보를 악용한 공직자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요즘, '개인의 일탈'이라며 내부 직원의 땅 투기 가능성을 축소·부인하기 전에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조치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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