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주민 피해? 해결 쉽지 않은 이슬람 종교시설 갈등

입력 2021.03.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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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동그라미 안 건물 뼈대가 이슬람 사원입니다. 주변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공사가 멈췄습니다.노란 동그라미 안 건물 뼈대가 이슬람 사원입니다. 주변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공사가 멈췄습니다.

대구의 한 주택가에 이슬람 종교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미 뼈대 공사가 끝난 상황인데도 주민과 이슬람교도 간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그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 소규모 이슬람 커뮤니티... "혐오 멈춰달라"

"곳곳에 다 이슬람 사람 살고 있어요. 아직 문제가 없는데 왜 사람들은 우리가 싫어요?"

이슬람교도들은 주민들의 반발이 낯섭니다. 인근 경북대학교의 무슬림 유학생 등 무슬림들은 이미 이곳에서 종교 활동을 해 왔습니다. 장소가 너무 낡아 새로 짓는 건데, 지금까지 잠잠하다가 왜 갑자기 반발하느냐, 당혹스럽습니다.

적법한 사안으로 구청의 허가도 받았기에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 또한 주변 경북대 무슬림을 위한 시설인 만큼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무슬림 건축주들은 공사 중인 건물이 대규모 사원인 '모스크'가 아니라 소규모 커뮤니티 시설인 '마스지드'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지역 무슬림까지 올 정도의 규모가 아니란 거죠.

갑작스럽지만 주민반발이 생겼으니, 애초 2층이었던 건물 규모를 1층으로 줄인다는 대안도 내놨습니다.

지금껏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고 잘 지내왔는데 갑자기 반발하는 건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배척이나 혐오가 아닌가, 무슬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집 새로 짓는다더니 종교시설... "종교 혐오 아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 날 새벽 5시, 6시까지 라마단 축제를 하는 거에요. 남들 잠도 못 자도록 밤새도록…. 그때도 70명씩, 많게는 100명씩 왔습니다."

'절대 반대' 인근 주민들은 완강합니다. 주민들은 속았다는 입장입니다. 낡은 집을 고치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종교 시설 신축이었다는 겁니다.

주민들은 소음이나 악취 같은 현실적인 생활 피해가 컸지만, 이방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금까지 참고 견뎌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임시 시설이 정식 시설이 되고 소음과 악취가 영원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 되면서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특히 주민들은 자신들의 불만과 반발을 '타 종교 혐오'나 '문화 배척'으로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소음, 악취 피해 등은 당장 현실인데 이걸 겪지도 않을 외부인들이 여러 명분을 내세우며 이래라저래라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좁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주택가에선 이슬람 사원은 물론이고 교회도, 절도 싫다는 게 일관된 입장입니다.


■ 글로벌 시대... 함께 살아갈 조건은?

행정 당국은 난감합니다. 해당 지자체인 대구 북구청은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구청은 이미 건축 허가를 내 줬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죠. 이미 내준 허가를 취소했다간 행정 소송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그대로 두자니 주민 반발은 커져만 갑니다. 반발 시위 현장에서 "구청장 물러나라"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또 이 사안이 특히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북구청은 '통역이 없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다가 어제(24일)에서야 겨우 삼자대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30분 만에 결렬. 또 그렇게 시간만 흘러갑니다(그런데 한 가지, 이곳 무슬림들은 우리말을 꽤 잘했습니다.)

왜 다른 종교를 배척하느냐는 무슬림들의 불만, 일상의 피해가 분명한데 무조건 양보와 배려를 강요하는 건 또 다른 폭력 아니냐는 주민들의 반발, 그 커다란 간극 사이에 어딘가 모범답안이 있을 겁니다.

그 절충점을 찾아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말뿐인 '글로벌'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 그리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요.

이슬람 사원 건축을 놓고 벌어진 갈등, 비단 대구 북구 일부 주민만의 고민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더 치열하게 고민할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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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 주민 피해? 해결 쉽지 않은 이슬람 종교시설 갈등
    • 입력 2021-03-25 16:37:35
    취재K
노란 동그라미 안 건물 뼈대가 이슬람 사원입니다. 주변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공사가 멈췄습니다.
대구의 한 주택가에 이슬람 종교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미 뼈대 공사가 끝난 상황인데도 주민과 이슬람교도 간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그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 소규모 이슬람 커뮤니티... "혐오 멈춰달라"

"곳곳에 다 이슬람 사람 살고 있어요. 아직 문제가 없는데 왜 사람들은 우리가 싫어요?"

이슬람교도들은 주민들의 반발이 낯섭니다. 인근 경북대학교의 무슬림 유학생 등 무슬림들은 이미 이곳에서 종교 활동을 해 왔습니다. 장소가 너무 낡아 새로 짓는 건데, 지금까지 잠잠하다가 왜 갑자기 반발하느냐, 당혹스럽습니다.

적법한 사안으로 구청의 허가도 받았기에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 또한 주변 경북대 무슬림을 위한 시설인 만큼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무슬림 건축주들은 공사 중인 건물이 대규모 사원인 '모스크'가 아니라 소규모 커뮤니티 시설인 '마스지드'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지역 무슬림까지 올 정도의 규모가 아니란 거죠.

갑작스럽지만 주민반발이 생겼으니, 애초 2층이었던 건물 규모를 1층으로 줄인다는 대안도 내놨습니다.

지금껏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고 잘 지내왔는데 갑자기 반발하는 건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배척이나 혐오가 아닌가, 무슬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집 새로 짓는다더니 종교시설... "종교 혐오 아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 날 새벽 5시, 6시까지 라마단 축제를 하는 거에요. 남들 잠도 못 자도록 밤새도록…. 그때도 70명씩, 많게는 100명씩 왔습니다."

'절대 반대' 인근 주민들은 완강합니다. 주민들은 속았다는 입장입니다. 낡은 집을 고치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종교 시설 신축이었다는 겁니다.

주민들은 소음이나 악취 같은 현실적인 생활 피해가 컸지만, 이방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금까지 참고 견뎌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임시 시설이 정식 시설이 되고 소음과 악취가 영원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 되면서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특히 주민들은 자신들의 불만과 반발을 '타 종교 혐오'나 '문화 배척'으로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소음, 악취 피해 등은 당장 현실인데 이걸 겪지도 않을 외부인들이 여러 명분을 내세우며 이래라저래라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좁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주택가에선 이슬람 사원은 물론이고 교회도, 절도 싫다는 게 일관된 입장입니다.


■ 글로벌 시대... 함께 살아갈 조건은?

행정 당국은 난감합니다. 해당 지자체인 대구 북구청은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구청은 이미 건축 허가를 내 줬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죠. 이미 내준 허가를 취소했다간 행정 소송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그대로 두자니 주민 반발은 커져만 갑니다. 반발 시위 현장에서 "구청장 물러나라"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또 이 사안이 특히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북구청은 '통역이 없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다가 어제(24일)에서야 겨우 삼자대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30분 만에 결렬. 또 그렇게 시간만 흘러갑니다(그런데 한 가지, 이곳 무슬림들은 우리말을 꽤 잘했습니다.)

왜 다른 종교를 배척하느냐는 무슬림들의 불만, 일상의 피해가 분명한데 무조건 양보와 배려를 강요하는 건 또 다른 폭력 아니냐는 주민들의 반발, 그 커다란 간극 사이에 어딘가 모범답안이 있을 겁니다.

그 절충점을 찾아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말뿐인 '글로벌'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 그리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요.

이슬람 사원 건축을 놓고 벌어진 갈등, 비단 대구 북구 일부 주민만의 고민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더 치열하게 고민할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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