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진출…TSMC 의존은 미 국가안보에 위협

입력 2021.03.26 (08:00) 수정 2021.03.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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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TSMC 의존은 미 국가안보에 위협
미 국방부, 반도체 국내 생산 추진
인텔,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진출

타이완의 비밀병기, '반도체 방패'


2000년, 미국의 정보기술 평론가 크레이그 애디슨은 "반도체 산업이라는 방패가 타이완을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지킨다"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했습니다.

중국이 타이완에 군사작전을 감행하면 타이완에서 조달되는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공급이 중단되어 중국 내 미국과 자국 기업들의 공장이 멈추게 됩니다. 그 여파로 세계시장에 IT와 반도체 상품의 공급이 오랜 기간 차단되면서, 전 세계 디지털 경제는 붕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중국도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타이완의 반도체 산업이 타이완을 중국으로부터 지키는 '반도체 방패(실리콘 쉴드)'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이러한 타이완의 입장과는 달리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타이완 기업이 멈추면 미국의 기업도 같이 멈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 반도체 부족 지옥, '칩 아마겟돈'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설비가 멈춘 지옥 같은 현실을 '칩 아마겟돈'이라고 합니다.

미국(GM), 독일(폴크스바겐), 일본(도요타)의 최대 자동차 기업에 이어 신생 테슬라까지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미리 비축해 놓은 물량으로 생산은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가시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족현상이 일어나면서 자동차 생산 주요국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타이완 당국에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도 타이완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수급이 불안한 대표적인 품목이 MCU(Micro Controller Unit)인데 차의 자세를 잡아주고, 엔진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시스템반도체인 MCU는 설계회사(팹리스; fabless)와 수탁 생산회사(파운드리)를 거치면서 제작됩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MCU 생산에서 타이완의 파운드리업체인 TSMC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이른다고 합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아이폰에 들어가는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TSMC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 관계는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군사, 경제, 무역 등 전방위로 중국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볼 때, 타이완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산업 안보에 큰 위협요인입니다.

더구나 TSMC 출신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파운드리 기업에도 많이 진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타이완 파운드리 기업에 제조 의뢰한 미국의 군사기술, 반도체 설계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도 있습니다.

미 정부와 미 기업들 사이에 반도체 제조산업을 국내에 시급히 유치해야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 인텔, TSMC와 삼성에 도전장

 지난 2월 취임한 인텔의 CEO 겔 싱어, 그는 인텔에서 30년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다.  (출처 : 인텔) 지난 2월 취임한 인텔의 CEO 겔 싱어, 그는 인텔에서 30년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다. (출처 : 인텔)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CEO, 겔 싱어는 지난 23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인텔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는데 200억 달러(약 22조 6천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겔 싱어 CEO는 또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운드리 대표업체인 TSMC와 삼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겔 싱어 CEO는 많은 미국 IT 기업들을 우군으로 참여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구글, 아마존, 시스코, 퀄컴 등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인텔은 서로 불편한 관계인 애플의 최신 칩인 '애플 실리콘'까지 제조하고 싶어 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모두 타이완 TSMC와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들입니다. 미국의 IT 공룡들이 자국 내에 공장을 둔 인텔의 파운드리로 갈아탈 경우 TSMC와 삼성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인텔은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미국 내에서 군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출처 : 인텔) 지난 3월, 인텔은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미국 내에서 군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출처 : 인텔)

미즈호 증권의 애널리스트 비제이 라커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객사들의 긴급한 요청으로 인해 인텔이 미국 내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미 국방부에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고 하면서,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제조설비를 늘리기 위한 최적기로 보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이 미 IT 공룡들과 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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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 파운드리 진출…TSMC 의존은 미 국가안보에 위협
    • 입력 2021-03-26 08:00:57
    • 수정2021-03-26 11:22:20
    취재K
<strong>TSMC 의존은 미 국가안보에 위협<br />미 국방부, 반도체 국내 생산 추진<br />인텔,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진출</strong><br />
타이완의 비밀병기, '반도체 방패'


2000년, 미국의 정보기술 평론가 크레이그 애디슨은 "반도체 산업이라는 방패가 타이완을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지킨다"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했습니다.

중국이 타이완에 군사작전을 감행하면 타이완에서 조달되는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공급이 중단되어 중국 내 미국과 자국 기업들의 공장이 멈추게 됩니다. 그 여파로 세계시장에 IT와 반도체 상품의 공급이 오랜 기간 차단되면서, 전 세계 디지털 경제는 붕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중국도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타이완의 반도체 산업이 타이완을 중국으로부터 지키는 '반도체 방패(실리콘 쉴드)'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이러한 타이완의 입장과는 달리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타이완 기업이 멈추면 미국의 기업도 같이 멈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 반도체 부족 지옥, '칩 아마겟돈'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설비가 멈춘 지옥 같은 현실을 '칩 아마겟돈'이라고 합니다.

미국(GM), 독일(폴크스바겐), 일본(도요타)의 최대 자동차 기업에 이어 신생 테슬라까지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미리 비축해 놓은 물량으로 생산은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가시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족현상이 일어나면서 자동차 생산 주요국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타이완 당국에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도 타이완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수급이 불안한 대표적인 품목이 MCU(Micro Controller Unit)인데 차의 자세를 잡아주고, 엔진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시스템반도체인 MCU는 설계회사(팹리스; fabless)와 수탁 생산회사(파운드리)를 거치면서 제작됩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MCU 생산에서 타이완의 파운드리업체인 TSMC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이른다고 합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아이폰에 들어가는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TSMC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 관계는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군사, 경제, 무역 등 전방위로 중국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볼 때, 타이완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산업 안보에 큰 위협요인입니다.

더구나 TSMC 출신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파운드리 기업에도 많이 진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타이완 파운드리 기업에 제조 의뢰한 미국의 군사기술, 반도체 설계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도 있습니다.

미 정부와 미 기업들 사이에 반도체 제조산업을 국내에 시급히 유치해야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 인텔, TSMC와 삼성에 도전장

 지난 2월 취임한 인텔의 CEO 겔 싱어, 그는 인텔에서 30년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다.  (출처 : 인텔)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CEO, 겔 싱어는 지난 23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인텔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는데 200억 달러(약 22조 6천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겔 싱어 CEO는 또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운드리 대표업체인 TSMC와 삼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겔 싱어 CEO는 많은 미국 IT 기업들을 우군으로 참여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구글, 아마존, 시스코, 퀄컴 등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인텔은 서로 불편한 관계인 애플의 최신 칩인 '애플 실리콘'까지 제조하고 싶어 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모두 타이완 TSMC와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들입니다. 미국의 IT 공룡들이 자국 내에 공장을 둔 인텔의 파운드리로 갈아탈 경우 TSMC와 삼성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인텔은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미국 내에서 군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출처 : 인텔)
미즈호 증권의 애널리스트 비제이 라커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객사들의 긴급한 요청으로 인해 인텔이 미국 내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미 국방부에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고 하면서,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제조설비를 늘리기 위한 최적기로 보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이 미 IT 공룡들과 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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