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LH ‘중복’·‘막차’ 특별공급 어떻게 가능했나

입력 2021.03.26 (16:47) 수정 2021.03.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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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70명 세종과 진주서 중복 당첨 ‘특별공급’만으로 다주택… ‘막차 특공’도

LH는 세종시에 본부를 뒀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이전기관 ‘특별공급’ 대상 기관이 됐습니다. 8년 동안 340여 명의 LH 임직원이 세종에서 ‘특공’ 아파트를 받았습니다.

LH는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서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전기관 특별공급 대상 기관이었습니다. 진주에는 본사를 두었단 이유입니다. 6년간 임직원 1,700여 명이 진주에서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았습니다.

두 도시에서 가능했던 이전기관 특별공급의 혜택. 인사를 통해 본사와 지사를 오가며, 아파트를 분양받은 LH 직원 70명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현행법상 실거주 의무 기간인 5년 사이 양쪽에서 ‘중복 특공’을 받았습니다. 두 도시에 특별공급 받은 아파트를 모두 처분해 6억 원 넘는 수익을 거둔 직원도 확인됐습니다.

세종에 특별공급을 받은 직원들 340여 명을 분석해보니, 이른바 ‘막차 특공’을 받아 아파트가 지어지기도 전에 인사이동으로 떠난 직원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그 사이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 대비 3배 넘게 올랐습니다.

특별공급 받은 직원들이 세종에 평균 근무한 기간은 2년 반.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그 도시에 정착하며 실거주하라는 특별공급의 취지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주거 안정이 아니라, 다주택·재산 불리기 수단이 돼버린 이전기관 특별공급.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장애인·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은 평생 단 1회 제한…이전기관 특별공급만 예외

신혼부부나 장애인 특별공급 등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공급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특별공급은 1인 1회로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일반 공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 등 혜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55조에 세종 이전기관 특별공급은 중복 당첨도 가능하다고 예외 규정을 뒀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에게 이 예외 규정이 생긴 이유를 물어보니 “세종으로 공공기관들이 이전하는 과정에서 가족하고 떨어져 사는 상황이 발생하게 돼 예외 규정을 뒀다”고 답했습니다.

이전기관 특별공급의 대상은 보통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입니다. 이들이 각종 혜택을 받고 아파트를 편하게 분양받게 하는 것에 더해, 가족과도 함께 살게 하도록 규칙에 예외까지 두었단 말입니다.

덕분에 LH 직원 70명은 합법적으로 세종과 진주에서 아파트 한 채씩을 특별공급 분양받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 실거주 의무 기간 5년 올해부터야 시행“공기업 도덕적 문제”

이전기관 특별공급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기간이 없던 것도, LH 직원들의 ‘막차 특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세종시에 주택을 특별 공급받은 공공기관 종사자는 반드시 5년 이내 실거주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한 ‘주택법 일부 개정법률안’, 지난해 9월과 10월 KBS가 세종에 특별공급만 받고 살지 않고 팔아 치워 차익을 본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연속보도를 한 뒤인 지난해 12월에야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됐습니다.

만일 이 법이 있었다면, 세종 특별공급을 받은 LH 직원들이 수개월 만에 인사가 나 세종을 떠나는 ‘막차 특공’은 불가능했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도가) 꼼꼼하게 설계돼있지 않은데 그 점을 이용해서 또 관리 부재를 이용해서 양쪽에서, 두 군데에서 받았다면 그건 굉장히 심각한 공기업의 도덕적 문제, 이해 상충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이전기관 특별공급 제도 초기부터 깊게 관여

LH는 세종 첫마을 아파트 분양부터,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전기관 특별공급 설명회를 여는 등 특공 제도에 깊게 관여한 기관입니다.

지금도 LH 세종 특별본부는 세종 주요 주택·상가·토지 공급과 관리 등에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중복’ ‘막차’ 특공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큰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는 개발하면 이익이 남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들에게 또 특별분양을 줬고, 그렇다 보니 법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아마 투기가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별공급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LH 측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일”이라면서도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세종과 진주에서 LH가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만료됐고, ‘중복’ ‘막차’ 특공을 통해 손에 쥔 차익이나 혜택을 환수할 마땅한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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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LH ‘중복’·‘막차’ 특별공급 어떻게 가능했나
    • 입력 2021-03-26 16:47:53
    • 수정2021-03-26 16:48:21
    취재후·사건후
■ LH 70명 세종과 진주서 중복 당첨 ‘특별공급’만으로 다주택… ‘막차 특공’도

LH는 세종시에 본부를 뒀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이전기관 ‘특별공급’ 대상 기관이 됐습니다. 8년 동안 340여 명의 LH 임직원이 세종에서 ‘특공’ 아파트를 받았습니다.

LH는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서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전기관 특별공급 대상 기관이었습니다. 진주에는 본사를 두었단 이유입니다. 6년간 임직원 1,700여 명이 진주에서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았습니다.

두 도시에서 가능했던 이전기관 특별공급의 혜택. 인사를 통해 본사와 지사를 오가며, 아파트를 분양받은 LH 직원 70명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현행법상 실거주 의무 기간인 5년 사이 양쪽에서 ‘중복 특공’을 받았습니다. 두 도시에 특별공급 받은 아파트를 모두 처분해 6억 원 넘는 수익을 거둔 직원도 확인됐습니다.

세종에 특별공급을 받은 직원들 340여 명을 분석해보니, 이른바 ‘막차 특공’을 받아 아파트가 지어지기도 전에 인사이동으로 떠난 직원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그 사이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 대비 3배 넘게 올랐습니다.

특별공급 받은 직원들이 세종에 평균 근무한 기간은 2년 반.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그 도시에 정착하며 실거주하라는 특별공급의 취지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주거 안정이 아니라, 다주택·재산 불리기 수단이 돼버린 이전기관 특별공급.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장애인·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은 평생 단 1회 제한…이전기관 특별공급만 예외

신혼부부나 장애인 특별공급 등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공급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특별공급은 1인 1회로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일반 공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 등 혜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55조에 세종 이전기관 특별공급은 중복 당첨도 가능하다고 예외 규정을 뒀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에게 이 예외 규정이 생긴 이유를 물어보니 “세종으로 공공기관들이 이전하는 과정에서 가족하고 떨어져 사는 상황이 발생하게 돼 예외 규정을 뒀다”고 답했습니다.

이전기관 특별공급의 대상은 보통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입니다. 이들이 각종 혜택을 받고 아파트를 편하게 분양받게 하는 것에 더해, 가족과도 함께 살게 하도록 규칙에 예외까지 두었단 말입니다.

덕분에 LH 직원 70명은 합법적으로 세종과 진주에서 아파트 한 채씩을 특별공급 분양받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 실거주 의무 기간 5년 올해부터야 시행“공기업 도덕적 문제”

이전기관 특별공급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기간이 없던 것도, LH 직원들의 ‘막차 특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세종시에 주택을 특별 공급받은 공공기관 종사자는 반드시 5년 이내 실거주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한 ‘주택법 일부 개정법률안’, 지난해 9월과 10월 KBS가 세종에 특별공급만 받고 살지 않고 팔아 치워 차익을 본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연속보도를 한 뒤인 지난해 12월에야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됐습니다.

만일 이 법이 있었다면, 세종 특별공급을 받은 LH 직원들이 수개월 만에 인사가 나 세종을 떠나는 ‘막차 특공’은 불가능했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도가) 꼼꼼하게 설계돼있지 않은데 그 점을 이용해서 또 관리 부재를 이용해서 양쪽에서, 두 군데에서 받았다면 그건 굉장히 심각한 공기업의 도덕적 문제, 이해 상충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이전기관 특별공급 제도 초기부터 깊게 관여

LH는 세종 첫마을 아파트 분양부터,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전기관 특별공급 설명회를 여는 등 특공 제도에 깊게 관여한 기관입니다.

지금도 LH 세종 특별본부는 세종 주요 주택·상가·토지 공급과 관리 등에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중복’ ‘막차’ 특공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큰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는 개발하면 이익이 남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들에게 또 특별분양을 줬고, 그렇다 보니 법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아마 투기가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별공급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LH 측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일”이라면서도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세종과 진주에서 LH가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만료됐고, ‘중복’ ‘막차’ 특공을 통해 손에 쥔 차익이나 혜택을 환수할 마땅한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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