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이 무슨 죄?…상춘객 몰릴까봐 갈아엎고 축제는 강행?

입력 2021.03.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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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꽃 단지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꽃 단지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꽃 단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해마다 4월이면 노랗게 만개한 꽃들 사이에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매년 40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리는데요.

지난해 3월 부산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확산세가 이어지자 부산시는 트랙터 2대를 동원해 7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유채꽃밭을 모조리 갈아엎었습니다. 앞서 공원 내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지만 몰려드는 관광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경찰이 대저생태공원을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지난해 경찰이 대저생태공원을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

■ 올해도 갈아엎는 유채꽃…"이럴 거면 왜 심었나?"

부산시는 올해 또 한 번 유채꽃 대부분을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심어둔 유채꽃이 일주일쯤 뒤면 만개할 예정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꽃구경을 나온 시민들은 안타까워했습니다. 대저생태공원에서 만난 김미선 씨는 "방역을 위한 조치라는 걸 이해하지만, 이럴 거면 애초에 유채꽃을 심지 않는 게 낭비를 막는 측면에서 더 나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꽃을 갈아엎는 모습지난해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꽃을 갈아엎는 모습

실제로 강원도 삼척시의 경우 지난해 유채꽃을 갈아엎은 뒤 코로나19가 올해까지 진정되지 않을 걸로 예상하고 아예 파종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유채꽃 단지를 관리하는 부산시 농업기술센터는 유채꽃을 심지 않고 빈 땅으로 내버려두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땅을 못 쓰게 돼 어쩔 수 없이 유채꽃을 심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갈아엎게 될 상황에 대비해 유채꽃을 평소의 절반 가량만 심었다고 밝혔습니다.

■ 1% 남겨놓고 축제는 강행…방역 '풍선효과' 우려도

부산시는 전체 유채꽃 단지의 1%가 채 되지 않는 5천 3백여 ㎡의 유채꽃은 남겨둔 채로 축제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3m 높이의 가림막을 세워 바깥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사전 예약을 통해 1시간에 최대 50명만 입장하도록 한다는데요.

강경돈 부산시 관광진흥과 축제지원팀장은 "방역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온라인 중계 등을 병행해 축제를 진행하는 게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시민들의 정서를 위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축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릴 경우 방역에 더 취약할 수 있고, 낙동강 30리 벚꽃길 등 주변 관광지로 사람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근 경남 양산시는 올해 축제를 열지 않는 대신 유채꽃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유채꽃 단지 인근 낙동강 30리 벚꽃길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유채꽃 단지 인근 낙동강 30리 벚꽃길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정부는 봄 나들이객을 우려해 거리두기를 2주 연장했는데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부산시는 뒤늦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축제 운영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 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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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채꽃이 무슨 죄?…상춘객 몰릴까봐 갈아엎고 축제는 강행?
    • 입력 2021-03-26 17:03:01
    취재K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꽃 단지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꽃 단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해마다 4월이면 노랗게 만개한 꽃들 사이에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매년 40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리는데요.

지난해 3월 부산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확산세가 이어지자 부산시는 트랙터 2대를 동원해 7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유채꽃밭을 모조리 갈아엎었습니다. 앞서 공원 내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지만 몰려드는 관광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경찰이 대저생태공원을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
■ 올해도 갈아엎는 유채꽃…"이럴 거면 왜 심었나?"

부산시는 올해 또 한 번 유채꽃 대부분을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심어둔 유채꽃이 일주일쯤 뒤면 만개할 예정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꽃구경을 나온 시민들은 안타까워했습니다. 대저생태공원에서 만난 김미선 씨는 "방역을 위한 조치라는 걸 이해하지만, 이럴 거면 애초에 유채꽃을 심지 않는 게 낭비를 막는 측면에서 더 나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꽃을 갈아엎는 모습
실제로 강원도 삼척시의 경우 지난해 유채꽃을 갈아엎은 뒤 코로나19가 올해까지 진정되지 않을 걸로 예상하고 아예 파종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유채꽃 단지를 관리하는 부산시 농업기술센터는 유채꽃을 심지 않고 빈 땅으로 내버려두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땅을 못 쓰게 돼 어쩔 수 없이 유채꽃을 심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갈아엎게 될 상황에 대비해 유채꽃을 평소의 절반 가량만 심었다고 밝혔습니다.

■ 1% 남겨놓고 축제는 강행…방역 '풍선효과' 우려도

부산시는 전체 유채꽃 단지의 1%가 채 되지 않는 5천 3백여 ㎡의 유채꽃은 남겨둔 채로 축제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3m 높이의 가림막을 세워 바깥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사전 예약을 통해 1시간에 최대 50명만 입장하도록 한다는데요.

강경돈 부산시 관광진흥과 축제지원팀장은 "방역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온라인 중계 등을 병행해 축제를 진행하는 게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시민들의 정서를 위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축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릴 경우 방역에 더 취약할 수 있고, 낙동강 30리 벚꽃길 등 주변 관광지로 사람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근 경남 양산시는 올해 축제를 열지 않는 대신 유채꽃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유채꽃 단지 인근 낙동강 30리 벚꽃길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정부는 봄 나들이객을 우려해 거리두기를 2주 연장했는데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부산시는 뒤늦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축제 운영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 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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