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가축 운반선’, 그 배에서 벌어진 일

입력 2021.03.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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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럽고 비좁은 수출 선박서 죽어가는 양들

중동으로 양을 운반해 가는 호주의 화물선. 그 배 안에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3년 전, 호주 서부 프리맨틀에서 중동으로 양을 싣고 가던 화물선의 동물 학대 영상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2017년 5월부터 11월 사이 카타르와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으로 향하는 파나마 선적 가축 운반선인 아와시 익스프레스(Awassi Express)의 다섯 차례의 항해 중 탑승했던 선원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내부고발' 영상을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에 제보한 것이다.

배 안에 빼곡히 실려 꼼짝없이 서 있는 채로 옮겨지는 양들. [출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 (Animals Australia)’ 동영상 캡처]배 안에 빼곡히 실려 꼼짝없이 서 있는 채로 옮겨지는 양들. [출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 (Animals Australia)’ 동영상 캡처]

열대지방을 항해하는 배는 넉넉한 공간과 환기 장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아 보인다.

수천 마리의 양들은 움직이거나 앉을 틈조차 없고, 질식할 듯한 더럽고 좁은 우리 안에 빼곡히 갇혀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죽어갔다.

선원들은 양이 죽으면 바다에 내던졌다.

■ 세계 최대 가축 수출국 호주...'동물복지법 위반' 혐의 피할 수 있을까?

오랜 기간 가축전염병이 없는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호주는 세계 최대의 가축 수출국이다.

주로 양과 소가 중동과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데, 이 농장에서 다시 사육되거나 이슬람 율법에 맞게 ‘할랄(Halal)’ 식으로 도축된다. 할랄식 도축은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날카로운 칼로 목을 자르는데, 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갈 때까지 목이 몸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규율이다.

동물들의 고통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도축 방법이다.

이 영상이 파문을 일으키자, 호주 정부도 단속을 강화했다. 화물선‘아와시 익스프레스'의 본사 엠마누엘 익스포트는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8년 8월 출국 라이센스를 박탈당했다.

분변에 싸여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양들. [출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 (Animals Australia)’ 동영상 캡처분변에 싸여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양들. [출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 (Animals Australia)’ 동영상 캡처

호주는 매년 8억 호주달러(약 7천억 원) 이상의 산 동물들을 수출하는데, 최근 수년간 동물 학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영상들이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2013년에는 끔찍한 소 수출 장면이 공개되면서 수개월 동안 이집트행 가축 수출이 차단됐다. 또 2011년에도 인도네시아로의 수출이 잠정 중단된 바 있다.

태풍 마이삭의 피해가 컸던 지난해 9월. 소 수천 마리를 싣고 뉴질랜드에서 출발한 선박이 바다에서 태풍으로 전복되면서 이 배에 타고 있던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국적의 선원 43명 중 41명이 실종됐다. 이 선박 수몰사고 이후로 뉴질랜드 정부는 당분간 살아있는 가축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호주의 가축 수출업체 협의회장인 마크 하비 서턴은 선박 수몰 사고와 관련해 "동물 복지와 해양(안전)의 관점에서 모든 살아있는 가축 수출에 엄격한 승인 절차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인간의 탐욕은 우리의 눈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서 귀중한 생명과 기본적인 윤리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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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가축 운반선’, 그 배에서 벌어진 일
    • 입력 2021-03-30 07:01:36
    취재K

■ 더럽고 비좁은 수출 선박서 죽어가는 양들

중동으로 양을 운반해 가는 호주의 화물선. 그 배 안에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3년 전, 호주 서부 프리맨틀에서 중동으로 양을 싣고 가던 화물선의 동물 학대 영상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2017년 5월부터 11월 사이 카타르와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으로 향하는 파나마 선적 가축 운반선인 아와시 익스프레스(Awassi Express)의 다섯 차례의 항해 중 탑승했던 선원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내부고발' 영상을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에 제보한 것이다.

배 안에 빼곡히 실려 꼼짝없이 서 있는 채로 옮겨지는 양들. [출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 (Animals Australia)’ 동영상 캡처]
열대지방을 항해하는 배는 넉넉한 공간과 환기 장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아 보인다.

수천 마리의 양들은 움직이거나 앉을 틈조차 없고, 질식할 듯한 더럽고 좁은 우리 안에 빼곡히 갇혀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죽어갔다.

선원들은 양이 죽으면 바다에 내던졌다.

■ 세계 최대 가축 수출국 호주...'동물복지법 위반' 혐의 피할 수 있을까?

오랜 기간 가축전염병이 없는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호주는 세계 최대의 가축 수출국이다.

주로 양과 소가 중동과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데, 이 농장에서 다시 사육되거나 이슬람 율법에 맞게 ‘할랄(Halal)’ 식으로 도축된다. 할랄식 도축은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날카로운 칼로 목을 자르는데, 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갈 때까지 목이 몸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규율이다.

동물들의 고통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도축 방법이다.

이 영상이 파문을 일으키자, 호주 정부도 단속을 강화했다. 화물선‘아와시 익스프레스'의 본사 엠마누엘 익스포트는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8년 8월 출국 라이센스를 박탈당했다.

분변에 싸여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양들. [출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 (Animals Australia)’ 동영상 캡처
호주는 매년 8억 호주달러(약 7천억 원) 이상의 산 동물들을 수출하는데, 최근 수년간 동물 학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영상들이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2013년에는 끔찍한 소 수출 장면이 공개되면서 수개월 동안 이집트행 가축 수출이 차단됐다. 또 2011년에도 인도네시아로의 수출이 잠정 중단된 바 있다.

태풍 마이삭의 피해가 컸던 지난해 9월. 소 수천 마리를 싣고 뉴질랜드에서 출발한 선박이 바다에서 태풍으로 전복되면서 이 배에 타고 있던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국적의 선원 43명 중 41명이 실종됐다. 이 선박 수몰사고 이후로 뉴질랜드 정부는 당분간 살아있는 가축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호주의 가축 수출업체 협의회장인 마크 하비 서턴은 선박 수몰 사고와 관련해 "동물 복지와 해양(안전)의 관점에서 모든 살아있는 가축 수출에 엄격한 승인 절차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인간의 탐욕은 우리의 눈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서 귀중한 생명과 기본적인 윤리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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