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4·3 잃어버린 땅…유족 두 번 울린 ‘부동산 특별조치법’

입력 2021.03.30 (21:40) 수정 2021.03.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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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 유족의 잃어버린 땅을 조명하는 기획뉴스입니다.

어제 이 시간에는 잃어버린 땅을 되찾은 소송 사례를 전해드렸는데요,

하지만 소송에서 져 아직도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유족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탐사K 취재팀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3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비석에 막걸리를 따르는 안성진 씨.

2006년, 같은 마을 출신인 강승철 씨를 통해 할아버지 명의의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안성진/4·3 희생자 유족 : "그때 가서 확인을 해봤는데 엄청난 토지가 조치법(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다 넘어간 거에요"]

일제 강점기, 마을공동목장조합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해체되면 돌려받는 조건으로 안 씨 할아버지가 조합에 빌려준 땅이었지만, 해방 이후 새로 생긴 마을목장회가 가져갔다는 겁니다.

안 씨는 1948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1965년에 땅을 샀다는 마을목장회에 토지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안성진/4·3 희생자 유족 : "재판장에 갈 때마다 진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니다, 진짜 유치원생이 들어도 이거는 답이 나올 일이거든요."]

땅을 빼앗긴 건 안 씨네뿐만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강승철/소송 참여자 : "그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중에는 육지로 나가 있고. 희생자들이, 희생자 가족들이 다 제주 현지에 살고 있진 않아요."]

안 씨와 강 씨는 10년 넘는 소송에도 땅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땅을 산 날짜가 땅 주인의 사망일 뒤라는 이유만으로 등기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 때문입니다.

마을목장회 측도 사법부 판단을 받은 만큼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명웅/안 씨 측 변호사 : "법원이 진실을 들여다봐야 되는데, 진실을 들여다볼 준비가 안 돼 있었다는 거고. 결국, 4·3사건이 낳은 현대적인 비극에 해당하거든요."]

안 씨 측은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문제라고 토로합니다.

소유권이 불분명할 때 보증인들의 보증으로 쉽게 등기할 수 있는 법률인데, 허위 보증이었더라도 등기 자체에 문제 없을 것이라는 일명 '추정력'을 깨기 어려운 게 일반적인 판례이기 때문입니다.

[강병삼/변호사 : "보증서나 확인서 이것이 위조되었거나 절차에 맞지 않게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특별조치법으로 등기한 소유권 등기를 깨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약 10년 단위로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시행될 때마다 입법 과정에서 보완됐다는 겁니다.

2006년부터 허위 보증의 벌을 경고하도록 했고, 현장조사도 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반드시 법률 보증인을 포함하고, 등기상 소유자나 상속인에게 적용 사실을 알리도록 했습니다.

기존 부동산 특별조치법에 맹점이 있다는 방증인 만큼, 사법부에서도 유연히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진녕/변호사 : "2020년 특조법에는 바뀐 것처럼, 대법원 판결 또한 바뀐 법 취지에 따라서 그 법을 반영해서 판례 변경이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

다음 이 시간에는 4·3 이후 잃어버린 땅에 대한 실태조사가 왜 필요한지 짚어봅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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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4·3 잃어버린 땅…유족 두 번 울린 ‘부동산 특별조치법’
    • 입력 2021-03-30 21:40:03
    • 수정2021-03-30 22:36:56
    뉴스9(제주)
[앵커]

4·3 유족의 잃어버린 땅을 조명하는 기획뉴스입니다.

어제 이 시간에는 잃어버린 땅을 되찾은 소송 사례를 전해드렸는데요,

하지만 소송에서 져 아직도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유족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탐사K 취재팀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3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비석에 막걸리를 따르는 안성진 씨.

2006년, 같은 마을 출신인 강승철 씨를 통해 할아버지 명의의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안성진/4·3 희생자 유족 : "그때 가서 확인을 해봤는데 엄청난 토지가 조치법(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다 넘어간 거에요"]

일제 강점기, 마을공동목장조합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해체되면 돌려받는 조건으로 안 씨 할아버지가 조합에 빌려준 땅이었지만, 해방 이후 새로 생긴 마을목장회가 가져갔다는 겁니다.

안 씨는 1948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1965년에 땅을 샀다는 마을목장회에 토지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안성진/4·3 희생자 유족 : "재판장에 갈 때마다 진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니다, 진짜 유치원생이 들어도 이거는 답이 나올 일이거든요."]

땅을 빼앗긴 건 안 씨네뿐만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강승철/소송 참여자 : "그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중에는 육지로 나가 있고. 희생자들이, 희생자 가족들이 다 제주 현지에 살고 있진 않아요."]

안 씨와 강 씨는 10년 넘는 소송에도 땅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땅을 산 날짜가 땅 주인의 사망일 뒤라는 이유만으로 등기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 때문입니다.

마을목장회 측도 사법부 판단을 받은 만큼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명웅/안 씨 측 변호사 : "법원이 진실을 들여다봐야 되는데, 진실을 들여다볼 준비가 안 돼 있었다는 거고. 결국, 4·3사건이 낳은 현대적인 비극에 해당하거든요."]

안 씨 측은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문제라고 토로합니다.

소유권이 불분명할 때 보증인들의 보증으로 쉽게 등기할 수 있는 법률인데, 허위 보증이었더라도 등기 자체에 문제 없을 것이라는 일명 '추정력'을 깨기 어려운 게 일반적인 판례이기 때문입니다.

[강병삼/변호사 : "보증서나 확인서 이것이 위조되었거나 절차에 맞지 않게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특별조치법으로 등기한 소유권 등기를 깨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약 10년 단위로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시행될 때마다 입법 과정에서 보완됐다는 겁니다.

2006년부터 허위 보증의 벌을 경고하도록 했고, 현장조사도 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반드시 법률 보증인을 포함하고, 등기상 소유자나 상속인에게 적용 사실을 알리도록 했습니다.

기존 부동산 특별조치법에 맹점이 있다는 방증인 만큼, 사법부에서도 유연히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진녕/변호사 : "2020년 특조법에는 바뀐 것처럼, 대법원 판결 또한 바뀐 법 취지에 따라서 그 법을 반영해서 판례 변경이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

다음 이 시간에는 4·3 이후 잃어버린 땅에 대한 실태조사가 왜 필요한지 짚어봅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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