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믿고 빗장 풀다 4차 유행 기로…“1년 내 백신 무력화될 수도”

입력 2021.03.31 (15:19) 수정 2021.03.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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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19 대응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가 4차 유행 진입을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와 함께 감소세로 접어들었던 전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는 3월을 기점으로 다시 점진적인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코로나19 백신은 확진자 추이 면에서 불과 두세 달짜리 '반짝효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과학계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과신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불과 1년 안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전세계 과학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국제앰네스티와 옥스팜 등 국제 단체들의 연합체인 '피플스 백신 연합'이 전세계 28개 국의 바이러스 및 감염병 전문가 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현지시간 30일 보도했습니다.

설문 응답자들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예일대, 영국 에딘버러대와 임페리얼 칼리지 등 세계 유명 대학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설문 대상 과학자들의 3분의 2는 현존하는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1년 이하'라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3분의 1은 유효기간이 '9개월 이하'라고 응답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현존하는 최신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코로나19에 대적할 백신을 불과 1년도 안 돼 개발해 내는데는 성공했습니다. 서방국가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얀센 등의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고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자체 개발한 백신이 출시됐습니다.

그런데 인류 공동 지혜의 총아인 백신이 코로나19를 막아낼 수 있는 기간은 채 1년도 되지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과학계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 백신 개발 속도, 바이러스 변이 속도 못 따라가

과학자들이 이런 암울한 진단을 내놓은 까닭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영국을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시작했고 세계 각지에서 형태를 바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예외가 아닙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0일 현재 국내의 영국, 남아공,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289명이라고 집계했습니다.

그레그 곤살베스 미국 예일대 교수는 "새 돌연변이가 매일 나타나고 있다. 이 변이들은 기존 바이러스의 틈새를 파고들어 더 효율적으로 전파되고 인체의 면역 반응을 회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과 치명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백신 제조사들은 자사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백신 업체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백신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백신 개발 속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7일 인도 뭄바이에서 의료 관계자가 해변 방문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지난 27일 인도 뭄바이에서 의료 관계자가 해변 방문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 인도서 '이중 변이' 발견…"곧 세계로 퍼질 것"

이와 관련해 최근 인도에서 발견된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전세계 과학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두 가지 돌연변이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일컫는데,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도 보건부는 지난 24일 변이 바이러스 E484Q와 L452R이 함께 나타나는 이중 변이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도에서 최근 다시 심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중 변이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카비타 파텔 박사는 "인체 면역체계가 이중 변이를 감지하지 못해 효과적으로 싸울 수 없고 이로 인해 코로나19 재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도 곧 확산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 국가별 백신 접종 격차…변이 바이러스 '빈틈' 파고들 우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백신 접종 속도마저 더디기만 합니다. 앞서 '피플스 백신 연합' 설문조사에서 과학자들의 88%는 낮은 백신 접종률 탓에 백신에 내성이 생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별로도 백신 보급은 큰 편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백신 접종을 했지만, 남아공이나 태국 같은 나라는 접종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사정이 더 나쁜 후진국들은 백신 접종을 시작도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백신 보급이 저조한 나라를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활개를 칠 공간이 생기고, 내성을 획득한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백신 보급을 마친 국가의 예방 효과까지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계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9일 현재 전체 인구의 28.6%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내 코로나19 감염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확산된 상황인데다 일부 지역에선 지배적 바이러스로 올라섰다는 발표까지 나왔습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지금의 백신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더 많이 퍼지게 되면 또다시 변이가 발생해 문제가 되는 변이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유명 관광지인 마이애미 비치에서 젊은이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무시한 채 거리에서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지난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유명 관광지인 마이애미 비치에서 젊은이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무시한 채 거리에서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 美 CDC 국장 "임박한 파멸…지금 겁난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장기화된 규제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고 봉쇄를 푸는 등 방역의 고삐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해당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렌스키 미국 CDC 국장은 2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가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 본 코로나19 급증을 다시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임박한 파멸(impending doom)에 대해 되풀이되는 느낌이 있다"며 "우리는 기대와 약속, 희망이 너무도 많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겁이 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CDC 국장로셸 월렌스키 미국 CDC 국장

월렌스키 국장은 CDC 국장 취임 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 의료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싸웠던 의사입니다. 그는 "오늘 꼭 CDC 국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당부한다. 제발 그저 조금만 더 오래 버텨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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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믿고 빗장 풀다 4차 유행 기로…“1년 내 백신 무력화될 수도”
    • 입력 2021-03-31 15:19:04
    • 수정2021-03-31 21:02:33
    취재K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가 4차 유행 진입을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와 함께 감소세로 접어들었던 전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는 3월을 기점으로 다시 점진적인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코로나19 백신은 확진자 추이 면에서 불과 두세 달짜리 '반짝효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과학계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과신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불과 1년 안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전세계 과학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국제앰네스티와 옥스팜 등 국제 단체들의 연합체인 '피플스 백신 연합'이 전세계 28개 국의 바이러스 및 감염병 전문가 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현지시간 30일 보도했습니다.

설문 응답자들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예일대, 영국 에딘버러대와 임페리얼 칼리지 등 세계 유명 대학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설문 대상 과학자들의 3분의 2는 현존하는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1년 이하'라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3분의 1은 유효기간이 '9개월 이하'라고 응답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현존하는 최신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코로나19에 대적할 백신을 불과 1년도 안 돼 개발해 내는데는 성공했습니다. 서방국가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얀센 등의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고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자체 개발한 백신이 출시됐습니다.

그런데 인류 공동 지혜의 총아인 백신이 코로나19를 막아낼 수 있는 기간은 채 1년도 되지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과학계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 백신 개발 속도, 바이러스 변이 속도 못 따라가

과학자들이 이런 암울한 진단을 내놓은 까닭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영국을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시작했고 세계 각지에서 형태를 바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예외가 아닙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0일 현재 국내의 영국, 남아공,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289명이라고 집계했습니다.

그레그 곤살베스 미국 예일대 교수는 "새 돌연변이가 매일 나타나고 있다. 이 변이들은 기존 바이러스의 틈새를 파고들어 더 효율적으로 전파되고 인체의 면역 반응을 회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과 치명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백신 제조사들은 자사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백신 업체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백신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백신 개발 속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7일 인도 뭄바이에서 의료 관계자가 해변 방문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 인도서 '이중 변이' 발견…"곧 세계로 퍼질 것"

이와 관련해 최근 인도에서 발견된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전세계 과학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두 가지 돌연변이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일컫는데,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도 보건부는 지난 24일 변이 바이러스 E484Q와 L452R이 함께 나타나는 이중 변이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도에서 최근 다시 심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중 변이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카비타 파텔 박사는 "인체 면역체계가 이중 변이를 감지하지 못해 효과적으로 싸울 수 없고 이로 인해 코로나19 재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도 곧 확산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 국가별 백신 접종 격차…변이 바이러스 '빈틈' 파고들 우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백신 접종 속도마저 더디기만 합니다. 앞서 '피플스 백신 연합' 설문조사에서 과학자들의 88%는 낮은 백신 접종률 탓에 백신에 내성이 생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별로도 백신 보급은 큰 편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백신 접종을 했지만, 남아공이나 태국 같은 나라는 접종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사정이 더 나쁜 후진국들은 백신 접종을 시작도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백신 보급이 저조한 나라를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활개를 칠 공간이 생기고, 내성을 획득한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백신 보급을 마친 국가의 예방 효과까지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계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9일 현재 전체 인구의 28.6%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내 코로나19 감염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확산된 상황인데다 일부 지역에선 지배적 바이러스로 올라섰다는 발표까지 나왔습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지금의 백신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더 많이 퍼지게 되면 또다시 변이가 발생해 문제가 되는 변이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유명 관광지인 마이애미 비치에서 젊은이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무시한 채 거리에서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 美 CDC 국장 "임박한 파멸…지금 겁난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장기화된 규제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고 봉쇄를 푸는 등 방역의 고삐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해당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렌스키 미국 CDC 국장은 2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가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 본 코로나19 급증을 다시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임박한 파멸(impending doom)에 대해 되풀이되는 느낌이 있다"며 "우리는 기대와 약속, 희망이 너무도 많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겁이 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CDC 국장
월렌스키 국장은 CDC 국장 취임 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 의료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싸웠던 의사입니다. 그는 "오늘 꼭 CDC 국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당부한다. 제발 그저 조금만 더 오래 버텨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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