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식목일 3월로 앞당길까?…“응답자 56%는 찬성”

입력 2021.03.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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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인 4월 5일은 식목일입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이 제1회 식목일이었으니, 올해로 벌써 76번째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역사 깊은 식목일의 날짜를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 4월 5일은 조선 시대 임금이 ‘친경(親耕, 농사 시범)’한 날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식목일 역사부터 되짚어 보겠습니다. 앞서 1946년이 1회 식목일이라고 설명해 드렸지만, 식목일의 유래는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 성종 24년 3월 10일(양력 4월 5일)에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임금이 직접 농사 시범을 보이는 ‘친경(親耕)’을 거행했는데요. 농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농경을 장려하기 위해서였겠죠.

해마다 이러한 행사가 반복되다 1909년 4월 5일 조선 순종황제가 친경제를 시행할 때 손수 밭을 갈고 나무를 심었던 것에서 식목일이 직접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왕의 생일이 4월 5일이라는 이유로 식목일이 4월 3일로 변경되기도 했는데요.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다시 식목일을 4월 5일로 되돌렸습니다.

식목일은 1949년에 공휴일로, 1982년에는 기념일로 제정됐습니다. 식목일은 1962년부터 50년간 국토에 1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2006년부터는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된 상태입니다.


■ 식목일 기온, 기후변화로 1940년대보다 2~4도 상승

이런 식목일의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분석 결과를 보면 제1회 식목일이 있었던 1940년대 4월 5일 서울의 평균 기온은 7.9도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에는 이 기온이 9.8도까지 높아졌습니다. 2도 가까이 상승한 겁니다.

주요 도시 중 가장 상승 폭이 큰 곳은 제주입니다. 1940년대 10.1도에서 2010년대에는 13.7도로 3.6도나 높아졌습니다.


식목일(4월 5일) 서울과 제주 지역의 기온 변화(자료 : 케이웨더)식목일(4월 5일) 서울과 제주 지역의 기온 변화(자료 : 케이웨더)

그러다 보니 1940년대의 식목일 기온이, 이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3월에 관측되고 있는데요. 서울의 최근 10년 기온을 보면 3월 중순에, 제주도는 3월 초순에 과거 식목일의 기온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이런 봄철 기후데이터와 미래 기후전망을 종합 분석한 결과, 3월 중하순 경이 나무 심기에 최적의 시기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잎의 발생 시기가 5~7일 정도 빨라지는데, 나무 심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는 늦서리가 끝나고 새순이 나오기 전으로 이때 묘목을 옮겨 심어야 뿌리 활착이 좋다는 겁니다.


■ 국민 56% “식목일 3월로 앞당겨야”

산림청은 당장 내년부터 식목일 날짜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해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도 오늘 공개했습니다.

◇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자료 : 산림청)
‘3월 중으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 56.0%
‘현재 식목일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37.2%

응답자의 79.2%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 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고요. 구체적으로 ‘3월 중으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0%가 찬성했습니다. ‘현재 식목일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응답은 37.2%로 나타났습니다.

식목일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 등을 꼽았고, 변경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현재 식목일 날짜에 대한 기존 인식’, ‘나무 심기에 낮은 3월 기온’ 등이 있었습니다.


■ 식목일 변경의 숨은 이유는? ‘탄소 중립’ 위한 국민 관심

식목일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2000년대 들어 이미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식목일의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중요하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무산됐는데요. 올해 다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 기후 변화 말고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탄소 중립’ 정책입니다.

현재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산림’입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산림을 잘 가꾸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데요. 식목일 변경을 통해 산림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산림청의 속내입니다.

기후변화 속에서도 역사적 의미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에 번번이 무산됐던 식목일 변경이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과제 속에 올해는 이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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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식목일 3월로 앞당길까?…“응답자 56%는 찬성”
    • 입력 2021-03-31 16:02:05
    취재K

다음 주 월요일인 4월 5일은 식목일입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이 제1회 식목일이었으니, 올해로 벌써 76번째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역사 깊은 식목일의 날짜를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 4월 5일은 조선 시대 임금이 ‘친경(親耕, 농사 시범)’한 날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식목일 역사부터 되짚어 보겠습니다. 앞서 1946년이 1회 식목일이라고 설명해 드렸지만, 식목일의 유래는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 성종 24년 3월 10일(양력 4월 5일)에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임금이 직접 농사 시범을 보이는 ‘친경(親耕)’을 거행했는데요. 농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농경을 장려하기 위해서였겠죠.

해마다 이러한 행사가 반복되다 1909년 4월 5일 조선 순종황제가 친경제를 시행할 때 손수 밭을 갈고 나무를 심었던 것에서 식목일이 직접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왕의 생일이 4월 5일이라는 이유로 식목일이 4월 3일로 변경되기도 했는데요.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다시 식목일을 4월 5일로 되돌렸습니다.

식목일은 1949년에 공휴일로, 1982년에는 기념일로 제정됐습니다. 식목일은 1962년부터 50년간 국토에 1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2006년부터는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된 상태입니다.


■ 식목일 기온, 기후변화로 1940년대보다 2~4도 상승

이런 식목일의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분석 결과를 보면 제1회 식목일이 있었던 1940년대 4월 5일 서울의 평균 기온은 7.9도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에는 이 기온이 9.8도까지 높아졌습니다. 2도 가까이 상승한 겁니다.

주요 도시 중 가장 상승 폭이 큰 곳은 제주입니다. 1940년대 10.1도에서 2010년대에는 13.7도로 3.6도나 높아졌습니다.


식목일(4월 5일) 서울과 제주 지역의 기온 변화(자료 : 케이웨더)
그러다 보니 1940년대의 식목일 기온이, 이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3월에 관측되고 있는데요. 서울의 최근 10년 기온을 보면 3월 중순에, 제주도는 3월 초순에 과거 식목일의 기온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이런 봄철 기후데이터와 미래 기후전망을 종합 분석한 결과, 3월 중하순 경이 나무 심기에 최적의 시기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잎의 발생 시기가 5~7일 정도 빨라지는데, 나무 심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는 늦서리가 끝나고 새순이 나오기 전으로 이때 묘목을 옮겨 심어야 뿌리 활착이 좋다는 겁니다.


■ 국민 56% “식목일 3월로 앞당겨야”

산림청은 당장 내년부터 식목일 날짜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해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도 오늘 공개했습니다.

◇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자료 : 산림청)
‘3월 중으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 56.0%
‘현재 식목일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37.2%

응답자의 79.2%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 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고요. 구체적으로 ‘3월 중으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0%가 찬성했습니다. ‘현재 식목일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응답은 37.2%로 나타났습니다.

식목일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 등을 꼽았고, 변경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현재 식목일 날짜에 대한 기존 인식’, ‘나무 심기에 낮은 3월 기온’ 등이 있었습니다.


■ 식목일 변경의 숨은 이유는? ‘탄소 중립’ 위한 국민 관심

식목일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2000년대 들어 이미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식목일의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중요하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무산됐는데요. 올해 다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 기후 변화 말고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탄소 중립’ 정책입니다.

현재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산림’입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산림을 잘 가꾸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데요. 식목일 변경을 통해 산림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산림청의 속내입니다.

기후변화 속에서도 역사적 의미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에 번번이 무산됐던 식목일 변경이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과제 속에 올해는 이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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