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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대로 했는데 ‘청약 부적격’ 통보…알고보니 SH 분양 공고 오류
입력 2021.03.31 (16:37) 수정 2021.03.31 (21:02) 취재K

박 모 씨는 지난해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 SH가 분양한 서울 고덕강일 지구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 청약해 당첨됐습니다. 2019년에 결혼하고 20차례 넘게 청약한 끝에 2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겁니다.

하지만 2개월 뒤 박 씨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SH로부터 당첨 자격 부적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소득이 높아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순위 소득 있는데 3순위가 반영된 이유

교직원인 박 씨는 분양 공고 내용에 따라 소득 산정에 가장 먼저 반영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자신의 소득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시간 강사인 아내의 소득은 건강보험공단에 자료가 없어 그다음으로 기준이 되는 국민연금공단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소득을 합산한 결과 535만 원으로 집계됐고, 3인 이하 가구 소득 기준인 555만 원 이하를 충족한다고 판단해 청약했습니다.


그런데 SH가 보낸 부적격 안내문에는 국민연금공단에 소득 자료가 없을 때 반영하는 근로복지공단 기준 소득(137만 원)이 잡혀 있었습니다. 결국 부부 합산 소득이 570만 원으로 기준을 초과해 부적격 결정됐다고 SH는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저희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조회한 소득은 기준을 충족하는 데 왜 그 내용이 반영이 안 되고 뒷순위인 근로복지공단 기준이 반영됐느냐고 따졌지만 SH 측은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반복했다”라며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근로복지공단 소득이 반영됐으니 이를 정정해 소명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박 씨는 2020년 들어 아내의 소득이 줄어든 것을 고려해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전년도 평균 월 소득이 아닌 올해 실수령액(137만 → 105만 원)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소명이 받아들여져 SH는 당첨 부적격 결정은 철회했습니다.

마침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박 씨. 하지만 계속 의문이 남았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가 있음에도 왜 그보다 뒷순위인 근로복지공단 자료가 반영됐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박 씨는 국민신문고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고, 예상치 못한 답을 받았습니다.

SH의 분양 공고 내용이 잘못됐던 겁니다.

 고덕강일 지구 분양 공고문 중 소득 산정 우선순위 내용 고덕강일 지구 분양 공고문 중 소득 산정 우선순위 내용

■소득 산정 순위 잘못 공고한 SH공사

지난해 6월 SH가 발표한 고덕강일 지구의 분양 공고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습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상시근로소득을 조회한 결과 여러 기관의 소득자료가 확인될 경우 아래 표의 상시근로 소득자료 반영순위(① 건강보험공단 → ② 국민연금공단 → ③ 근로복지공단 → ④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⑤ 국세청)에 따라
선순위 기관의 조회결과를 반영하여 소득을 산정하므로, 반드시 위 순위에 따라 소득을 확인한 후 신청하시기 바람

소득 반영 기준을 설명한 SH는 반드시 이 순위에 따라 소득을 확인하고 청약을 하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고 내용이 실제 소득 반영 기준과 달랐던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도 하반기 보건복지사업 기준표준화를 추진하며, 소득 산정 우선순위를 2순위 근로복지공단, 3순위 국민연금공단으로 서로 바꿨습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의 변동 내역이 빠르게 반영되는 최신성과 정확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바꿨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변경 사항이 복지사업 기관들이 개인의 소득을 확인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는 반영됐지만, 정작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는 분양 공고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겁니다.

 서울 고덕강일 8단지 아파트 서울 고덕강일 8단지 아파트

■“청약 가능하지만 잘못된 공고로 포기한 피해자 있을 것”

KBS 확인 결과, 이 같은 분양 공고 오류는 2019년 8월 고덕강일 4단지와 2020년 2월 마곡 9단지, 2020년 6월 고덕강일 8단지·14단지 등에서 발견됐습니다.

박 씨는 “지금 집을 장만하는 게 중요한 과업 중 하나”라며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제도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된 공고문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실제로는 자격이 있지만 이 공고문을 보고 반대로 판단해 청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잘못된 공고에 대해서 SH공사나 다른 기관에서 설명도 없어 아직 많은 분이 모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KBS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박 모 씨 KBS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박 모 씨

박 씨의 지적대로 잘못된 공고로 인한 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득 반영 시점의 차이로 근로복지공단 기준 소득(통상 4월 반영)이 국민연금공단 기준(7월 반영)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실제로는 청약 기준에 적합했지만 잘못된 공고를 보고 국민연금공단 소득만 확인한 뒤 청약 자체를 포기한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복지공단 소득이 국민연금공단 기준보다 높아 청약 자격이 되지 못했지만, 이를 알지 못하고 청약한 뒤 당첨이 취소되면 앞으로 1년간 청약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SH “우리가 작성했지만 다른 기관이 최종 확인” 책임 회피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지만, SH 측은 분양 공고 오류에 대한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SH 관계자는 “ 분양 공고 내용을 SH가 작성한 건 맞다”라면서도 “과거 금융결제원 청약관리처 등 관련 기관의 최종 확인을 거쳐 분양 공고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고 오류로 인한 청약 피해 가능성과 관련해 “청약이라는 거 자체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한 번이라도 문의하고 청약을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책임을 청약자들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반면 앞서 청약을 관리했던 금융결제원이나 지난해부터 해당 업무를 이관받은 한국부동산원 측은 "분양 공고 내용은 SH 소관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 공고대로 했는데 ‘청약 부적격’ 통보…알고보니 SH 분양 공고 오류
    • 입력 2021-03-31 16:37:41
    • 수정2021-03-31 21:02:43
    취재K

박 모 씨는 지난해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 SH가 분양한 서울 고덕강일 지구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 청약해 당첨됐습니다. 2019년에 결혼하고 20차례 넘게 청약한 끝에 2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겁니다.

하지만 2개월 뒤 박 씨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SH로부터 당첨 자격 부적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소득이 높아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순위 소득 있는데 3순위가 반영된 이유

교직원인 박 씨는 분양 공고 내용에 따라 소득 산정에 가장 먼저 반영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자신의 소득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시간 강사인 아내의 소득은 건강보험공단에 자료가 없어 그다음으로 기준이 되는 국민연금공단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소득을 합산한 결과 535만 원으로 집계됐고, 3인 이하 가구 소득 기준인 555만 원 이하를 충족한다고 판단해 청약했습니다.


그런데 SH가 보낸 부적격 안내문에는 국민연금공단에 소득 자료가 없을 때 반영하는 근로복지공단 기준 소득(137만 원)이 잡혀 있었습니다. 결국 부부 합산 소득이 570만 원으로 기준을 초과해 부적격 결정됐다고 SH는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저희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조회한 소득은 기준을 충족하는 데 왜 그 내용이 반영이 안 되고 뒷순위인 근로복지공단 기준이 반영됐느냐고 따졌지만 SH 측은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반복했다”라며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근로복지공단 소득이 반영됐으니 이를 정정해 소명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박 씨는 2020년 들어 아내의 소득이 줄어든 것을 고려해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전년도 평균 월 소득이 아닌 올해 실수령액(137만 → 105만 원)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소명이 받아들여져 SH는 당첨 부적격 결정은 철회했습니다.

마침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박 씨. 하지만 계속 의문이 남았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가 있음에도 왜 그보다 뒷순위인 근로복지공단 자료가 반영됐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박 씨는 국민신문고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고, 예상치 못한 답을 받았습니다.

SH의 분양 공고 내용이 잘못됐던 겁니다.

 고덕강일 지구 분양 공고문 중 소득 산정 우선순위 내용 고덕강일 지구 분양 공고문 중 소득 산정 우선순위 내용

■소득 산정 순위 잘못 공고한 SH공사

지난해 6월 SH가 발표한 고덕강일 지구의 분양 공고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습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상시근로소득을 조회한 결과 여러 기관의 소득자료가 확인될 경우 아래 표의 상시근로 소득자료 반영순위(① 건강보험공단 → ② 국민연금공단 → ③ 근로복지공단 → ④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⑤ 국세청)에 따라
선순위 기관의 조회결과를 반영하여 소득을 산정하므로, 반드시 위 순위에 따라 소득을 확인한 후 신청하시기 바람

소득 반영 기준을 설명한 SH는 반드시 이 순위에 따라 소득을 확인하고 청약을 하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고 내용이 실제 소득 반영 기준과 달랐던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도 하반기 보건복지사업 기준표준화를 추진하며, 소득 산정 우선순위를 2순위 근로복지공단, 3순위 국민연금공단으로 서로 바꿨습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의 변동 내역이 빠르게 반영되는 최신성과 정확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바꿨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변경 사항이 복지사업 기관들이 개인의 소득을 확인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는 반영됐지만, 정작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는 분양 공고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겁니다.

 서울 고덕강일 8단지 아파트 서울 고덕강일 8단지 아파트

■“청약 가능하지만 잘못된 공고로 포기한 피해자 있을 것”

KBS 확인 결과, 이 같은 분양 공고 오류는 2019년 8월 고덕강일 4단지와 2020년 2월 마곡 9단지, 2020년 6월 고덕강일 8단지·14단지 등에서 발견됐습니다.

박 씨는 “지금 집을 장만하는 게 중요한 과업 중 하나”라며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제도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된 공고문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실제로는 자격이 있지만 이 공고문을 보고 반대로 판단해 청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잘못된 공고에 대해서 SH공사나 다른 기관에서 설명도 없어 아직 많은 분이 모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KBS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박 모 씨 KBS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박 모 씨

박 씨의 지적대로 잘못된 공고로 인한 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득 반영 시점의 차이로 근로복지공단 기준 소득(통상 4월 반영)이 국민연금공단 기준(7월 반영)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실제로는 청약 기준에 적합했지만 잘못된 공고를 보고 국민연금공단 소득만 확인한 뒤 청약 자체를 포기한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복지공단 소득이 국민연금공단 기준보다 높아 청약 자격이 되지 못했지만, 이를 알지 못하고 청약한 뒤 당첨이 취소되면 앞으로 1년간 청약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SH “우리가 작성했지만 다른 기관이 최종 확인” 책임 회피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지만, SH 측은 분양 공고 오류에 대한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SH 관계자는 “ 분양 공고 내용을 SH가 작성한 건 맞다”라면서도 “과거 금융결제원 청약관리처 등 관련 기관의 최종 확인을 거쳐 분양 공고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고 오류로 인한 청약 피해 가능성과 관련해 “청약이라는 거 자체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한 번이라도 문의하고 청약을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책임을 청약자들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반면 앞서 청약을 관리했던 금융결제원이나 지난해부터 해당 업무를 이관받은 한국부동산원 측은 "분양 공고 내용은 SH 소관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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