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아파트 근처 공원서 매년 ‘축제 소음’…민원에 구청이 배상 책임?

입력 2021.04.03 (09:05) 수정 2021.04.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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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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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공원에서 야외 공연이나 축제 등 여러 행사가 열리곤 합니다. 행사 소음 탓에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그렇다면 공원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음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쟁점이 다뤄진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아파트 뒤 공원서 매년 야외공연…"소음 못 참겠다" 구청에 소송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살던 주민 A 씨는 집 뒤편 근린공원에서 공연 등이 열릴 때마다 소음이 들려와 불편을 겪었습니다.

90년대 서울시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설치된 이 공원에서는 2006년 8월 이래 음악 공연 등이 자주 열렸습니다.

소음을 참다 못한 A 씨. 결국 공원을 관리하는 강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A 씨는 "공원 및 야외무대의 설치와 방음시설에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대형 확성기와 앰프 등을 사용하는 공연과 행사가 자주 유치·진행됐고, 이로 인해 참을 수 있는 정도(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소음 피해를 입었다"며,

"공원을 관리하는 지자체인 강서구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로서 2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A 씨는 "공원 설치 당시 강서구가 관련 법률에 따라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인근 택지 거주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평가를 철저히 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법률상 근거 없이 공원에 야외무대를 설치하고도 소음을 방지할 수 있는 방음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설령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성능이 부실해 방음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에는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려면 미리 공청회를 열어 주민과 관계 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 하며, '의견청취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이나 조언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 법원 "참을 수 있는 한도 넘었단 증거 없어" 청구 기각

이 사건의 쟁점은 A 씨 아파트 뒤편 공원이 공공의 목적에 이용되면서 발생한 소음 등 피해가 인근 주민인 A 씨가 '참을 수 있을 정도'를 초과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강서구에 공원 설치·관리상의 하자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 법원인 서울남부지법은 A 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음 피해가 사회생활상 통상의 참을 수 있을 정도를 초과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강서구의 공원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습니다.

2심인 서울고법 제8민사부(부장판사 설범식) 역시 "강서구가 이 사건 공원을 설치하면서 원고 주장과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공원 내 방음시설이 부존재 내지 부실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원 인근 소음 피해가 사회생활상 통상의 수인한도를 초과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1심과 마찬가지로 "강서구의 공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나아가 "A 씨는 강서구가 법률상 근거 없이 이 사건 공원에 야외무대를 설치했다고도 주장하나 공원 당시 시행되던 구 도시공원법에는 '공원이 그 기능에 따라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등으로 세분되며 도시공원의 효용을 다하기 위하여 공원 시설로서 야외음악당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공무원이 폭행" 손해배상 청구 추가…법원 "이런 청구 추가는 안 돼"

A 씨는 1심에서 패소하자 2심 진행 도중 "강서구 공무원들이 자신을 공동으로 폭행했다"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법원은 이런 청구 추가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원고가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않는 한도 내에서 청구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2심 법원은 "원고의 당초 청구는 강서구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원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며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설치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추가된 청구 원인은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2016년 진행된 공원 행사에서 원고에게 폭행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추가된 청구원인은 청구의 기초가 달라 종전 소송절차와 별도로 새로운 심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추가청구 심리를 위해서는 원고가 피고 소속 직원들에 대해 검찰에 고소한 사건의 결과를 기다려 그 문서를 송부받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바, 이는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라며 청구 추가를 불허했습니다.

이 사건은 A 씨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은 채 기간이 지나 2심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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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아파트 근처 공원서 매년 ‘축제 소음’…민원에 구청이 배상 책임?
    • 입력 2021-04-03 09:05:06
    • 수정2021-04-03 13:44:50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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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공원에서 야외 공연이나 축제 등 여러 행사가 열리곤 합니다. 행사 소음 탓에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그렇다면 공원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음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쟁점이 다뤄진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아파트 뒤 공원서 매년 야외공연…"소음 못 참겠다" 구청에 소송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살던 주민 A 씨는 집 뒤편 근린공원에서 공연 등이 열릴 때마다 소음이 들려와 불편을 겪었습니다.

90년대 서울시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설치된 이 공원에서는 2006년 8월 이래 음악 공연 등이 자주 열렸습니다.

소음을 참다 못한 A 씨. 결국 공원을 관리하는 강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A 씨는 "공원 및 야외무대의 설치와 방음시설에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대형 확성기와 앰프 등을 사용하는 공연과 행사가 자주 유치·진행됐고, 이로 인해 참을 수 있는 정도(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소음 피해를 입었다"며,

"공원을 관리하는 지자체인 강서구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로서 2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A 씨는 "공원 설치 당시 강서구가 관련 법률에 따라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인근 택지 거주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평가를 철저히 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법률상 근거 없이 공원에 야외무대를 설치하고도 소음을 방지할 수 있는 방음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설령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성능이 부실해 방음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에는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려면 미리 공청회를 열어 주민과 관계 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 하며, '의견청취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이나 조언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 법원 "참을 수 있는 한도 넘었단 증거 없어" 청구 기각

이 사건의 쟁점은 A 씨 아파트 뒤편 공원이 공공의 목적에 이용되면서 발생한 소음 등 피해가 인근 주민인 A 씨가 '참을 수 있을 정도'를 초과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강서구에 공원 설치·관리상의 하자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 법원인 서울남부지법은 A 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음 피해가 사회생활상 통상의 참을 수 있을 정도를 초과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강서구의 공원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습니다.

2심인 서울고법 제8민사부(부장판사 설범식) 역시 "강서구가 이 사건 공원을 설치하면서 원고 주장과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공원 내 방음시설이 부존재 내지 부실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원 인근 소음 피해가 사회생활상 통상의 수인한도를 초과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1심과 마찬가지로 "강서구의 공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나아가 "A 씨는 강서구가 법률상 근거 없이 이 사건 공원에 야외무대를 설치했다고도 주장하나 공원 당시 시행되던 구 도시공원법에는 '공원이 그 기능에 따라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등으로 세분되며 도시공원의 효용을 다하기 위하여 공원 시설로서 야외음악당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공무원이 폭행" 손해배상 청구 추가…법원 "이런 청구 추가는 안 돼"

A 씨는 1심에서 패소하자 2심 진행 도중 "강서구 공무원들이 자신을 공동으로 폭행했다"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법원은 이런 청구 추가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원고가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않는 한도 내에서 청구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2심 법원은 "원고의 당초 청구는 강서구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원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며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설치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추가된 청구 원인은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2016년 진행된 공원 행사에서 원고에게 폭행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추가된 청구원인은 청구의 기초가 달라 종전 소송절차와 별도로 새로운 심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추가청구 심리를 위해서는 원고가 피고 소속 직원들에 대해 검찰에 고소한 사건의 결과를 기다려 그 문서를 송부받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바, 이는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라며 청구 추가를 불허했습니다.

이 사건은 A 씨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은 채 기간이 지나 2심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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