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가 호재로? 유럽 가정 파고든 한국 식품

입력 2021.04.03 (21:58) 수정 2021.04.0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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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이 결국 코로나 19, 3차 유행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했는데요.

1년이상 계속 되고 있는 각종 봉쇄 조치로 시민들의 경계심은 느슨해지고 정부를 향한 불만은 높아지고 있어 방역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파리 연결합니다.

유원중 특파원, 최근 프랑스 정부가 3번째 전국적인 봉쇄령을 선포했죠?

[기자]

네, 이곳 시간 오늘 새벽 0시부터 프랑스 전역에 3차 봉쇄가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인데요.

학교도 3주가 모두 문을 닫습니다.

지금 모시는 영상은 지난 1일 벨기에 브뤽셀에 모여든 수천 명의 젊은이들을 경찰이 해산하는 장면입니다.

현재 유럽의 상황을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한데요.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강화해야 하는 정부, 그러나 1년 넘는 오랜 봉쇄에 지쳤고 마침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 사이의 줄다리기는 이번 3차 유행의 방역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원중 특파원, 이런 코로나 19 확산 상황에서도 한국산 식품들이 유럽에서 잘 팔리고 있다고요?

[기자]

네, 코로나 봉쇄로 1년 넘게 식당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김치를 포함해 한국의 식재료 수출이 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봉쇄 기간 집에서 음식을 먹는 날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맛에 건강에도 좋다는 한국 음식이 유럽인들의 가정 속으로 파고 든 것입니다.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파리 근교의 한 고급 주택가.

이곳에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식료품 가게가 있습니다.

[넬리 데샤이/아내/식료품점 경영 : "1880년대부터 가족 대대로 내려온 가게입니다. 저희 고객층은 대형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이 가게가 특히 유명해진 건 와인 창고 때문입니다.

3천 가지가 넘는 술이 있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와인 로마네 콩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롬 데샤이/남편/식료품점 경영 : "로마네 콩티와 1950년부터 거래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며 로마네 콩티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와인이 되었죠."]

프랑스 특산품을 주로 팔던 이 가게에 최근 한국 식품이 등장했습니다.

한국 식품을 사러온 한 모녀.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집에서 한국식 음식을 먹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합니다.

점심 초대를 받아 모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곧바로 한국 식품들을 활용해 요리를 시작합니다.

[딸 : "(고추장 이거 엄청 매운 거니?) 약간 매워요."]

드디어 점심 상이 차려졌습니다.

["이건 정말 오이 소박이 같은데..."]

["지금 이 분들이요. 프랑스식 닭요리하고 샐러드하고, 잡채하고 오이소박이를 만들었는데요. 대부분 고추장하고 간장, 참기를 같은 게 들어갔어요. 그래서 프랑스식이라고는 하는데 한국적인 맛도 나고 오묘한 맛이 나는데... 참 맛이 있네요."]

[카롤린 브라미·코린 브라미 모녀 : "한국 재료들은 유럽이나 프랑스 요리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참기름이나 간장 같은 재료는 매우 잘 어울립니다."]

한국인이 거의 안 사는 이 지역에 김치를 만들어 파는 프랑스인이 있습니다.

["신김치 같네요. 약간 단 신김치."]

한국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온라인을 보며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니나 프나투/발효음식 동호인 : "제 주요 고객들은 채식주의자들입니다. 그래서 제 김치에는 동물성 재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습니다."]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SNS에서 덕분에 김치는 물론, 고추장이나 된장을 담그는 프랑스인들까지 생겼습니다.

[니나 프나투/발효음식 동호인 : "제가 발효 제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훌륭한 맛도 있지만 건강에 좋은 점 때문입니다."]

한국적인 맛으로 프랑스인을 사로잡아 유명해진 요리사 피에르 상.

코로나 봉쇄로 직영 레스토랑의 문을 닫았는데도 요즘 더 바빠졌습니다.

코로나 생기기 직전에 시작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속된 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주 메뉴는 비빔밥입니다.

[피에르 상/한국계 프랑스 요리사 : "젊은이들이 샌드위치나 패스트푸드 같은 안 좋은 음식을 먹는 걸 보고 저는 맛도 좋고 영양가 높고 양도 많은 음식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매일 2천 개 넘게 비빔밥이 팔려 나갑니다.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선 한국 양념이 꼭 들어가야 합니다.

[피에르상/한국계 프랑스 요리사 : "고객들은 저희 비빔밥을 먹으면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비빔밥 양념을 위해서 저는 최고 품질의 한국 제품을 사용합니다."]

파리 시내의 한국 마트.

과거 주 고객이 교포와 유학생이었다면 최근에는 절반 이상이 현지 사람들입니다.

[한국 식품점 지점장 : "김치를 담그려고 하는데 고추가루는 어떤 걸 써야해? 소금으로 얼마나 저려야 돼? 이렇게 대화도 바뀌었고..."]

김치를 필두로 다양한 한국의 식재료들이 유럽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정아/aT센터 파리지점장 : "2020년 EU 지역에서 고추장 같은 경우 전년 대비 30%, 참기름은 50%, 기타 바베큐 소스는 20%의 육박하는 수출 실적 상승이 있었습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음식 문화를 선도한다는 파리의 한 유명 식료품 백화점.

3년 전 입점한 한국 식품은 그동안 3배 정도 매출이 늘었습니다.

[로랑 트레가로/봉 마르쉐 구매 책임자 : "한국 문화에 대한 유행을 들었습니다. 저희 세대에게 K팝이나 K푸드는 생소하지만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의 것들은 이제 국경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원한 것들입니다."]

판매량 보다 더 놀라운 건 한국의 맛이 본격적으로 유럽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파리에서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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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봉쇄가 호재로? 유럽 가정 파고든 한국 식품
    • 입력 2021-04-03 21:58:28
    • 수정2021-04-03 22:36:42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유럽이 결국 코로나 19, 3차 유행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했는데요.

1년이상 계속 되고 있는 각종 봉쇄 조치로 시민들의 경계심은 느슨해지고 정부를 향한 불만은 높아지고 있어 방역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파리 연결합니다.

유원중 특파원, 최근 프랑스 정부가 3번째 전국적인 봉쇄령을 선포했죠?

[기자]

네, 이곳 시간 오늘 새벽 0시부터 프랑스 전역에 3차 봉쇄가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인데요.

학교도 3주가 모두 문을 닫습니다.

지금 모시는 영상은 지난 1일 벨기에 브뤽셀에 모여든 수천 명의 젊은이들을 경찰이 해산하는 장면입니다.

현재 유럽의 상황을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한데요.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강화해야 하는 정부, 그러나 1년 넘는 오랜 봉쇄에 지쳤고 마침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 사이의 줄다리기는 이번 3차 유행의 방역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원중 특파원, 이런 코로나 19 확산 상황에서도 한국산 식품들이 유럽에서 잘 팔리고 있다고요?

[기자]

네, 코로나 봉쇄로 1년 넘게 식당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김치를 포함해 한국의 식재료 수출이 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봉쇄 기간 집에서 음식을 먹는 날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맛에 건강에도 좋다는 한국 음식이 유럽인들의 가정 속으로 파고 든 것입니다.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파리 근교의 한 고급 주택가.

이곳에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식료품 가게가 있습니다.

[넬리 데샤이/아내/식료품점 경영 : "1880년대부터 가족 대대로 내려온 가게입니다. 저희 고객층은 대형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이 가게가 특히 유명해진 건 와인 창고 때문입니다.

3천 가지가 넘는 술이 있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와인 로마네 콩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롬 데샤이/남편/식료품점 경영 : "로마네 콩티와 1950년부터 거래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며 로마네 콩티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와인이 되었죠."]

프랑스 특산품을 주로 팔던 이 가게에 최근 한국 식품이 등장했습니다.

한국 식품을 사러온 한 모녀.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집에서 한국식 음식을 먹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합니다.

점심 초대를 받아 모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곧바로 한국 식품들을 활용해 요리를 시작합니다.

[딸 : "(고추장 이거 엄청 매운 거니?) 약간 매워요."]

드디어 점심 상이 차려졌습니다.

["이건 정말 오이 소박이 같은데..."]

["지금 이 분들이요. 프랑스식 닭요리하고 샐러드하고, 잡채하고 오이소박이를 만들었는데요. 대부분 고추장하고 간장, 참기를 같은 게 들어갔어요. 그래서 프랑스식이라고는 하는데 한국적인 맛도 나고 오묘한 맛이 나는데... 참 맛이 있네요."]

[카롤린 브라미·코린 브라미 모녀 : "한국 재료들은 유럽이나 프랑스 요리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참기름이나 간장 같은 재료는 매우 잘 어울립니다."]

한국인이 거의 안 사는 이 지역에 김치를 만들어 파는 프랑스인이 있습니다.

["신김치 같네요. 약간 단 신김치."]

한국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온라인을 보며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니나 프나투/발효음식 동호인 : "제 주요 고객들은 채식주의자들입니다. 그래서 제 김치에는 동물성 재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습니다."]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SNS에서 덕분에 김치는 물론, 고추장이나 된장을 담그는 프랑스인들까지 생겼습니다.

[니나 프나투/발효음식 동호인 : "제가 발효 제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훌륭한 맛도 있지만 건강에 좋은 점 때문입니다."]

한국적인 맛으로 프랑스인을 사로잡아 유명해진 요리사 피에르 상.

코로나 봉쇄로 직영 레스토랑의 문을 닫았는데도 요즘 더 바빠졌습니다.

코로나 생기기 직전에 시작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속된 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주 메뉴는 비빔밥입니다.

[피에르 상/한국계 프랑스 요리사 : "젊은이들이 샌드위치나 패스트푸드 같은 안 좋은 음식을 먹는 걸 보고 저는 맛도 좋고 영양가 높고 양도 많은 음식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매일 2천 개 넘게 비빔밥이 팔려 나갑니다.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선 한국 양념이 꼭 들어가야 합니다.

[피에르상/한국계 프랑스 요리사 : "고객들은 저희 비빔밥을 먹으면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비빔밥 양념을 위해서 저는 최고 품질의 한국 제품을 사용합니다."]

파리 시내의 한국 마트.

과거 주 고객이 교포와 유학생이었다면 최근에는 절반 이상이 현지 사람들입니다.

[한국 식품점 지점장 : "김치를 담그려고 하는데 고추가루는 어떤 걸 써야해? 소금으로 얼마나 저려야 돼? 이렇게 대화도 바뀌었고..."]

김치를 필두로 다양한 한국의 식재료들이 유럽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정아/aT센터 파리지점장 : "2020년 EU 지역에서 고추장 같은 경우 전년 대비 30%, 참기름은 50%, 기타 바베큐 소스는 20%의 육박하는 수출 실적 상승이 있었습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음식 문화를 선도한다는 파리의 한 유명 식료품 백화점.

3년 전 입점한 한국 식품은 그동안 3배 정도 매출이 늘었습니다.

[로랑 트레가로/봉 마르쉐 구매 책임자 : "한국 문화에 대한 유행을 들었습니다. 저희 세대에게 K팝이나 K푸드는 생소하지만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의 것들은 이제 국경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원한 것들입니다."]

판매량 보다 더 놀라운 건 한국의 맛이 본격적으로 유럽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파리에서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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