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땅] 3장: 공생과 공멸 사이

입력 2021.04.04 (08:00) 수정 2021.04.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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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금으로부터 30년 뒤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은 균형발전을 명령하지만 현실은 이와 충돌합니다.

KBS 창원과 <시사기획 창>은 장기간에 걸친 현장 취재와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우리나라 지방 소멸의 실태를 심층 진단했습니다. 이를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1장: 위기의 전조
2장: 쏠림과 빨림
3장: 공생과 공멸 사이

수도권 공화국. 국토 11.8%에 불과한 이곳에 인구 전체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싶은 곳도, 주로 활동하고 싶은 곳도, 결국 수도권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수도권에만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끊이지 않는 집중은 수도권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멸할 수 있는 '위험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모두가 모인 수도권은 과연 행복할까

사람과 기업이 한 데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낳고, 한 사회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우리나라 수도권 상황이 그렇습니다.

출·퇴근 시간부터 살펴볼까요. "년 중 한 달을 길바닥에서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도권 출·퇴근길은 악명 높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2019년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평균 1시간 27분이었습니다. 퇴근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에 3시간 정도를 길 위에서 버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과 운행비 등의 손실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그 액수도 상당합니다. 2017년 한국교통연구원 조사결과, 전국에서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59조 5천2백억 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전체의 52%를 차지하는 31조 5백억 원. 이는 같은 해 서울시 한 해 예산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경기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의 교통혼잡 비용이 월등히 많다.경기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의 교통혼잡 비용이 월등히 많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토 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사람들이 꾸준히 몰려들다보니, 수도권은 늘 집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전국 주택보급률은 평균 104.2%였지만, 서울은 95.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101.0%와 101.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못 미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보니, 수도권 집값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합니다.

지난 1월 기준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9억 2천5백만 원으로 지방 5대 광역시 평균인 2억 9천4백만 원의 3.2배였습니다.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평균인 1억7천9백만 원의 5.2배에 이르렀습니다.

이두영 /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
"수도권에 더 많은 수요와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수도권의 집값이, 부동산 값이, 아파트 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이들도 없어지고, 또 건물도 노후 되고, 빈집도 많이 발생하고…. 이런 현상이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상당히 힘이 듭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더라도 이것을 반대의 흐름으로 되돌리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죠."

아이 낳기 꺼리는 청년들, 왜?

지방보다 2~3배나 더 긴 출·퇴근 시간, 치솟는 물가와 집값! 수도권에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취업과 승진을 위한 경쟁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수도권에는 자녀 계획을 꺼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출산과 보육 등에 쏟는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기로 한 것이죠. 높은 인구밀도가 낳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겁니다.

KBS 취재진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온 한 신혼부부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부른 초저출산

위 부부의 사례처럼, 인구 밀도는 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 연구진은 '2019년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출산율과 인구밀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고, 인구 밀도가 낮을수록 출산율은 높아졌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생존 본능'이 출산이라는 '재생산 본능'을 앞서게 된 것입니다.

인구 밀도와 출산율이 반비례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인구 밀도와 출산율이 반비례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아이 한 명도 낳지 않는 0.84명. 심지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더 많아 '인구 데드크로스'도 처음 발생했습니다. 만약 인구와 자원이 이대로 수도권에 집중되면, 30~40년 뒤 인구는 우리나라 사회를 지탱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상호 /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 면이나 군 지역들은 지방 소멸이 거의 완성 단계예요. 이 지역을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떠나버려서 남아있는 고령 인구만 자연적인 인구 변화, 즉 사망만 존재하는 거죠."

"지방소멸 위험이 더 이상 미래 문제가 아니구나. 더구나 이렇게 지역 차원으로 쪼개보면, 다음 세대가 경험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 수많은 지역이 오늘 현재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혁신도시 인구, 다시 수도권으로 유출

정부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그대로 내버려뒀던 것은 아닙니다. 2003년 참여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하기 위해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혁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전국 자치단체 10곳에 공공기관 112개를 내려 보냈고, 2020년 이전이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인구 분산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진주와 나주, 세종 등 전국 거의 모든 혁신도시에서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가족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직원들을 위한 단체 통근버스 행렬입니다. 주말에는 혁신도시에서 아예 인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혁신도시에 정주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평일에만 혁신도시에서 업무 시간을 보내고 주말이면 다시 수도권으로 떠나는 겁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혁신도시 10곳의 정주여건 만족도는 45.5%, 교통 환경은 30.2%에 그쳤습니다.

이상준 / 경남 진주 공공기관 근무
"집이 서울이기 때문에 지금 서울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가족이 다 서울에 있고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진주에서 이주는 어렵고 서울에서 진주까지 통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혁신도시 조성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가 역전되는 시점을 2011년에서 2019년으로 8년 늦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점차 감소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지난해 7월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인구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이동한 인구의 규모를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이제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만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순이동자수 = 혁신도시 유입 인구 - 수도권 유출 인구.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순이동자수 = 혁신도시 유입 인구 - 수도권 유출 인구.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경수 / 경남도지사
"경남 혁신도시가 진주에 있지 않습니까?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분들을 가서 보면, 여전히 아직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 있는 분들의 비율이 (2020년 기준) 60%를 넘지 못합니다."

"그나마 수도권 집중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그것도 둑이 무너진 것 같아요. 한계에 봉착한 거죠."

"이래서는 혁신도시만 가지고 균형발전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한계에 와있는 것 아니냐, 그런 걱정을 하게 됐죠."

뭉쳐야 산다!…일본의 '연계중추도시' 전략

인구 불균형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은 우리가 직면한 미래입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도쿄는 지방 인구를 빨아들였고, 도쿄 과밀화로 인한 문제로 일본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특별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른바 연계중추도시권 정책! 20만 이상의 권역 중심도시를 지정해 도시 인프라·행정 기능을 압축하고 주변 지역을 연결한다는 복안이었습니다.

마스다 히로야 / '마스다 보고서' 작성자·전 일본 총무 대신
"저력 있는 중심도시와 그 주변에 있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자연환경이 좋고, 전통과 문화 등이 가득한 곳을 연결해서, 하나의 자치 단체 같은 공동체를 만들면 어떨까."

"거기서 매력을 꾸준히 보여줘 도쿄와 경쟁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보다 더욱 지방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발상으로 연계중추도시권이라는 것을 구상했습니다."

연계중추도시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한 히메지시. 인구 50만 명 규모의 이 도시는 '일상 생활권'이 겹치는 주변 8개시(市)와 8개정(町)을 모아 광역도시권인 이른바 '하리마' 권역을 설정했습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인구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시·군 단위 자치단체와 연결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생활권을 형성한 것입니다.

'하리마' 권역의 실행 전략은 크게 2가지. 상급 병원과 소방 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히메지시에 집중하고, 교통망을 개편해 주변 지역과의 연결을 강화했습니다. 동시에 일자리 확보를 위해 일본 최고 가죽 산지라는 권역 전체 브랜드를 제작해 기업 유치에 나섰습니다.

도시 인프라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히메지시의 전입 인구는 2017년을 기점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케다 다카히토 / 히메지시청 지방소생 담당
"8개시 8개촌 중에도 55개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기획 부문을 서로 연계하거나 산업은 산업끼리, 관광은 관광끼리 저마다의 (장점) 분야마다 연계하고 있습니다."

KBS는 심각한 지방 소멸 실태를 알리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인터랙티브 뉴스홈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KBS 뉴스 홈페이지와 https://somyeol.kbs.co.kr에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4월 4일(일) 밤 9시 40분에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소멸의 땅' 편을 통해 심층 취재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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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멸의 땅] 3장: 공생과 공멸 사이
    • 입력 2021-04-04 08:00:17
    • 수정2021-04-05 11:18:25
    취재K
지금으로부터 30년 뒤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은 균형발전을 명령하지만 현실은 이와 충돌합니다.<br /> <br />KBS 창원과 <시사기획 창>은 장기간에 걸친 현장 취재와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우리나라 지방 소멸의 실태를 심층 진단했습니다. 이를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br /> <br />1장: 위기의 전조<br />2장: 쏠림과 빨림<br />3장: 공생과 공멸 사이
수도권 공화국. 국토 11.8%에 불과한 이곳에 인구 전체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싶은 곳도, 주로 활동하고 싶은 곳도, 결국 수도권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수도권에만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끊이지 않는 집중은 수도권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멸할 수 있는 '위험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모두가 모인 수도권은 과연 행복할까

사람과 기업이 한 데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낳고, 한 사회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우리나라 수도권 상황이 그렇습니다.

출·퇴근 시간부터 살펴볼까요. "년 중 한 달을 길바닥에서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도권 출·퇴근길은 악명 높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2019년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평균 1시간 27분이었습니다. 퇴근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에 3시간 정도를 길 위에서 버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과 운행비 등의 손실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그 액수도 상당합니다. 2017년 한국교통연구원 조사결과, 전국에서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59조 5천2백억 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전체의 52%를 차지하는 31조 5백억 원. 이는 같은 해 서울시 한 해 예산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경기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의 교통혼잡 비용이 월등히 많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토 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사람들이 꾸준히 몰려들다보니, 수도권은 늘 집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전국 주택보급률은 평균 104.2%였지만, 서울은 95.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101.0%와 101.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못 미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보니, 수도권 집값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합니다.

지난 1월 기준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9억 2천5백만 원으로 지방 5대 광역시 평균인 2억 9천4백만 원의 3.2배였습니다.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평균인 1억7천9백만 원의 5.2배에 이르렀습니다.

이두영 /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
"수도권에 더 많은 수요와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수도권의 집값이, 부동산 값이, 아파트 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이들도 없어지고, 또 건물도 노후 되고, 빈집도 많이 발생하고…. 이런 현상이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상당히 힘이 듭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더라도 이것을 반대의 흐름으로 되돌리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죠."

아이 낳기 꺼리는 청년들, 왜?

지방보다 2~3배나 더 긴 출·퇴근 시간, 치솟는 물가와 집값! 수도권에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취업과 승진을 위한 경쟁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수도권에는 자녀 계획을 꺼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출산과 보육 등에 쏟는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기로 한 것이죠. 높은 인구밀도가 낳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겁니다.

KBS 취재진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온 한 신혼부부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부른 초저출산

위 부부의 사례처럼, 인구 밀도는 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 연구진은 '2019년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출산율과 인구밀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고, 인구 밀도가 낮을수록 출산율은 높아졌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생존 본능'이 출산이라는 '재생산 본능'을 앞서게 된 것입니다.

인구 밀도와 출산율이 반비례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아이 한 명도 낳지 않는 0.84명. 심지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더 많아 '인구 데드크로스'도 처음 발생했습니다. 만약 인구와 자원이 이대로 수도권에 집중되면, 30~40년 뒤 인구는 우리나라 사회를 지탱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상호 /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 면이나 군 지역들은 지방 소멸이 거의 완성 단계예요. 이 지역을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떠나버려서 남아있는 고령 인구만 자연적인 인구 변화, 즉 사망만 존재하는 거죠."

"지방소멸 위험이 더 이상 미래 문제가 아니구나. 더구나 이렇게 지역 차원으로 쪼개보면, 다음 세대가 경험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 수많은 지역이 오늘 현재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혁신도시 인구, 다시 수도권으로 유출

정부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그대로 내버려뒀던 것은 아닙니다. 2003년 참여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하기 위해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혁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전국 자치단체 10곳에 공공기관 112개를 내려 보냈고, 2020년 이전이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인구 분산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진주와 나주, 세종 등 전국 거의 모든 혁신도시에서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가족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직원들을 위한 단체 통근버스 행렬입니다. 주말에는 혁신도시에서 아예 인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혁신도시에 정주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평일에만 혁신도시에서 업무 시간을 보내고 주말이면 다시 수도권으로 떠나는 겁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혁신도시 10곳의 정주여건 만족도는 45.5%, 교통 환경은 30.2%에 그쳤습니다.

이상준 / 경남 진주 공공기관 근무
"집이 서울이기 때문에 지금 서울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가족이 다 서울에 있고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진주에서 이주는 어렵고 서울에서 진주까지 통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혁신도시 조성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가 역전되는 시점을 2011년에서 2019년으로 8년 늦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점차 감소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지난해 7월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인구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이동한 인구의 규모를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이제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만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순이동자수 = 혁신도시 유입 인구 - 수도권 유출 인구.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경수 / 경남도지사
"경남 혁신도시가 진주에 있지 않습니까?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분들을 가서 보면, 여전히 아직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 있는 분들의 비율이 (2020년 기준) 60%를 넘지 못합니다."

"그나마 수도권 집중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그것도 둑이 무너진 것 같아요. 한계에 봉착한 거죠."

"이래서는 혁신도시만 가지고 균형발전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한계에 와있는 것 아니냐, 그런 걱정을 하게 됐죠."

뭉쳐야 산다!…일본의 '연계중추도시' 전략

인구 불균형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은 우리가 직면한 미래입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도쿄는 지방 인구를 빨아들였고, 도쿄 과밀화로 인한 문제로 일본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특별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른바 연계중추도시권 정책! 20만 이상의 권역 중심도시를 지정해 도시 인프라·행정 기능을 압축하고 주변 지역을 연결한다는 복안이었습니다.

마스다 히로야 / '마스다 보고서' 작성자·전 일본 총무 대신
"저력 있는 중심도시와 그 주변에 있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자연환경이 좋고, 전통과 문화 등이 가득한 곳을 연결해서, 하나의 자치 단체 같은 공동체를 만들면 어떨까."

"거기서 매력을 꾸준히 보여줘 도쿄와 경쟁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보다 더욱 지방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발상으로 연계중추도시권이라는 것을 구상했습니다."

연계중추도시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한 히메지시. 인구 50만 명 규모의 이 도시는 '일상 생활권'이 겹치는 주변 8개시(市)와 8개정(町)을 모아 광역도시권인 이른바 '하리마' 권역을 설정했습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인구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시·군 단위 자치단체와 연결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생활권을 형성한 것입니다.

'하리마' 권역의 실행 전략은 크게 2가지. 상급 병원과 소방 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히메지시에 집중하고, 교통망을 개편해 주변 지역과의 연결을 강화했습니다. 동시에 일자리 확보를 위해 일본 최고 가죽 산지라는 권역 전체 브랜드를 제작해 기업 유치에 나섰습니다.

도시 인프라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히메지시의 전입 인구는 2017년을 기점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케다 다카히토 / 히메지시청 지방소생 담당
"8개시 8개촌 중에도 55개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기획 부문을 서로 연계하거나 산업은 산업끼리, 관광은 관광끼리 저마다의 (장점) 분야마다 연계하고 있습니다."

KBS는 심각한 지방 소멸 실태를 알리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인터랙티브 뉴스홈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KBS 뉴스 홈페이지와 https://somyeol.kbs.co.kr에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4월 4일(일) 밤 9시 40분에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소멸의 땅' 편을 통해 심층 취재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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