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다리다 참변…반복되는 화물차 교통사고

입력 2021.04.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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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사거리에서 4.5톤 화물차가 정차된 버스 2대를 들이받고 있다.제주대 사거리에서 4.5톤 화물차가 정차된 버스 2대를 들이받고 있다.

제주에서 화물차와 시내버스 등 차량 4대가 잇따라 추돌하며 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무방비 상태로 버스를 기다리다가 사고를 당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40대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과실 치상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3명 사망·50여 명 중경상…피해자 대부분 20대

내리막길에서 4.5톤 화물차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앞선 1톤 트럭을 들이받습니다. 30m가량을 더 미끄러져 버스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버스 2대를 잇따라 추돌합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버스 한 대는 가드레일을 넘어 전복됐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습니다. 어제(6일) 저녁 6시쯤 제주시 제주대 사거리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 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71살 여성과 28살 남성, 32살 남성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 1명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중태로 현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버스 승객 등 50여 명도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들 대부분은 대학생 등 10대와 20대였습니다.경찰은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무방비 상태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사고를 당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피해자 가운데 1명은 버스에서 내리다가, 나머지 2명은 정류장에서 서 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중경상을 입었지만, 정류소에서 무방비로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다쳐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경찰과 국과수가 사고 화물차를 감식하고 있다경찰과 국과수가 사고 화물차를 감식하고 있다

■ 경찰 "사고 원인 조사 중…화물차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늘(7일) 제주시 화북동 한 화물차 정비소에서 사고 화물차에 대한 합동감식을 벌였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4.5톤 화물차의 뒤축 바퀴 등이 추가돼 최대 중량이 8.5톤까지 늘었지만, 불법 구조 변경은 없었다"며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40대 화물차 운전자의 진술을 확보해 브레이크 오작동과 과적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화물차 운전자가 과속했는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4.5톤 화물차는 출고 때부터 시속 80km 속도 제한 장치를 두고 있는데, 이를 불법개조해 80km를 초과해 운행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오상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차장은 "속도 제한 장치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려 하는 중인데, 전원이 나가서 현재 확인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오늘(7일) 41살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과실 치상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화물차 운전자의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고 시내버스가 가드레일을 넘어 전복돼 있다.사고 시내버스가 가드레일을 넘어 전복돼 있다.

■ 반복되는 화물차 교통사고…대책 마련 절실

이번 사고 화물차는 감귤, 한라봉 등 만감류를 싣고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출발해 제주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화물차 운전자는 제주 한라산을 넘어야 하는 산간도로 '5·16 도로'를 이용했는데, 5·16 도로에서 화물차 사고가 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5·16 도로를 타고 제주시로 내려오던 4.5톤 화물차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차량 2대를 들이받아 여대생 2명과 택시기사 등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고는 '화물차 브레이크 과열'. 산간 도로를 오르내리다 브레이크가 과열돼 사고가 났던 겁니다.

이처럼 5.16 도로에서의 대형 화물차 운전은 매우 위험해 업계에서는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TASS를 이용해 5.16 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사고를 분석해 보면, 최근 5년 동안 5.16 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관련 교통사고는 97건으로 해마다 20건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근범 제주 화물자동차 운송사업협회 관리부장은 "5.16 도로가 내리막 도로이다 보니까 상당히 위험하다"며 "그래서 초행으로 오시는 분들은 내리막 도로인 걸 인지를 못 하고 계속 브레이크를 사용하다 보니까 사고가 빈번하게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제(6일) 사고를 낸 사고의 화물차 운전자는 제주 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으로, 화물차 운전 일을 시작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정미숙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교수는 "5.16도로는 전체 40.5km 정도 되는 도로로 지속해서 내리막으로 이용하다 보니까 차량에 특히 브레이크 부분, 제동장치 부분에 이상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도는 전국적으로 5.16도로의 위험성을 알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화물차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관기사] 다급했던 사고 현장…피해자 대부분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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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기다리다 참변…반복되는 화물차 교통사고
    • 입력 2021-04-07 20:36:35
    취재K
제주대 사거리에서 4.5톤 화물차가 정차된 버스 2대를 들이받고 있다.
제주에서 화물차와 시내버스 등 차량 4대가 잇따라 추돌하며 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무방비 상태로 버스를 기다리다가 사고를 당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40대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과실 치상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3명 사망·50여 명 중경상…피해자 대부분 20대

내리막길에서 4.5톤 화물차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앞선 1톤 트럭을 들이받습니다. 30m가량을 더 미끄러져 버스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버스 2대를 잇따라 추돌합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버스 한 대는 가드레일을 넘어 전복됐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습니다. 어제(6일) 저녁 6시쯤 제주시 제주대 사거리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 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71살 여성과 28살 남성, 32살 남성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 1명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중태로 현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버스 승객 등 50여 명도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들 대부분은 대학생 등 10대와 20대였습니다.경찰은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무방비 상태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사고를 당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피해자 가운데 1명은 버스에서 내리다가, 나머지 2명은 정류장에서 서 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중경상을 입었지만, 정류소에서 무방비로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다쳐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경찰과 국과수가 사고 화물차를 감식하고 있다
■ 경찰 "사고 원인 조사 중…화물차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늘(7일) 제주시 화북동 한 화물차 정비소에서 사고 화물차에 대한 합동감식을 벌였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4.5톤 화물차의 뒤축 바퀴 등이 추가돼 최대 중량이 8.5톤까지 늘었지만, 불법 구조 변경은 없었다"며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40대 화물차 운전자의 진술을 확보해 브레이크 오작동과 과적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화물차 운전자가 과속했는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4.5톤 화물차는 출고 때부터 시속 80km 속도 제한 장치를 두고 있는데, 이를 불법개조해 80km를 초과해 운행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오상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차장은 "속도 제한 장치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려 하는 중인데, 전원이 나가서 현재 확인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오늘(7일) 41살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과실 치상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화물차 운전자의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고 시내버스가 가드레일을 넘어 전복돼 있다.
■ 반복되는 화물차 교통사고…대책 마련 절실

이번 사고 화물차는 감귤, 한라봉 등 만감류를 싣고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출발해 제주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화물차 운전자는 제주 한라산을 넘어야 하는 산간도로 '5·16 도로'를 이용했는데, 5·16 도로에서 화물차 사고가 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5·16 도로를 타고 제주시로 내려오던 4.5톤 화물차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차량 2대를 들이받아 여대생 2명과 택시기사 등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고는 '화물차 브레이크 과열'. 산간 도로를 오르내리다 브레이크가 과열돼 사고가 났던 겁니다.

이처럼 5.16 도로에서의 대형 화물차 운전은 매우 위험해 업계에서는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TASS를 이용해 5.16 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사고를 분석해 보면, 최근 5년 동안 5.16 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관련 교통사고는 97건으로 해마다 20건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근범 제주 화물자동차 운송사업협회 관리부장은 "5.16 도로가 내리막 도로이다 보니까 상당히 위험하다"며 "그래서 초행으로 오시는 분들은 내리막 도로인 걸 인지를 못 하고 계속 브레이크를 사용하다 보니까 사고가 빈번하게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제(6일) 사고를 낸 사고의 화물차 운전자는 제주 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으로, 화물차 운전 일을 시작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정미숙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교수는 "5.16도로는 전체 40.5km 정도 되는 도로로 지속해서 내리막으로 이용하다 보니까 차량에 특히 브레이크 부분, 제동장치 부분에 이상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도는 전국적으로 5.16도로의 위험성을 알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화물차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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