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셀프 인상’·무자격 친척 채용한 장애인기관 대표

입력 2021.04.08 (10:39) 수정 2021.04.08 (12: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김포의 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이곳은 장애인에게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신 보건복지부가 지급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단가' 중 25% 안팎을 '운영비'로 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위탁을 받아 국민 세금으로 장애인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법적으론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그런데 이 기관 대표의 여러 비리 의혹 제보가 KBS에 들어왔습니다.

제보자 A 씨와 대화 중인 기자(우)제보자 A 씨와 대화 중인 기자(우)

■월급 받을 땐 경력 2배로 뻥 튀기 ...적발되자 직급수당 4배 올려

제보자는 이 기관에서 일했던 A 씨입니다. A 씨의 첫 마디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이 대표의 '성'처럼 운영되고 대표는 그 성의 독재자다"였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대표는 경력을 감안해 호봉을 산정하고 월급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A 씨는 "대표의 실제 경력을 포괄적으로 따져봐도 15년도 안 된다"면서 "하지만 그는 월급을 탈 때는 스스로 (경력의 2배인) 30호봉으로 책정해 월급을 받았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15호봉이면 월 400여만 원 정도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호봉을 책정해 매달 500만 원 이상을 (월급으로)챙겨갔다"라며 "그렇게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만 계산해도 750여만 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폭로했습니다.

해당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 대한 김포시의 지도·점검 결과 보고 서류해당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 대한 김포시의 지도·점검 결과 보고 서류

■무자격자 친척 채용…적발되자 회계 팀장으로 승진시켜

제보자 A 씨가 밝힌 해당 기관 대표의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서 행정 업무 등을 하는 '전담 인력'으로 근무하려면 사회복지사 자격 등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는 자신의 친척, 사촌 여동생을 버젓이 채용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김포시 점검 과정에서 이런 비리들이 들통 났고, 김포시는 해당 직원에 대해 '급여 지급 중지'라는 시정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대표의 대응은 황당했습니다. A 씨는 "대표가 생각해낸 게 '회계 쪽(직무)은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어도 되니깐 회계 쪽으로 옮기자'라고 했는데 사촌 여동생은 회계 쪽 일을 해본 적이 없대요"라며 "심지어 이 분은 회계 팀장으로 승진돼 갔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포시 지적으로 대표의 월급도 제대로 경력을 따져 다시 책정해야 했습니다. 월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런데 대표는 자신의 월급을 다른 방법으로 유지했다고 합니다. "호봉을 속여왔던 것이 걸리니깐 (대표가) 20만 원이던 직급수당을 80만 원까지 올려 깎인 월급 중 일정 부분을 보충하기까지 했다"라고 A 씨는 제보했습니다.

비리 의혹을 받는 경기도 김포의 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비리 의혹을 받는 경기도 김포의 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 해당 대표 "다른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단체장한테 얘기 듣고 그렇게 한 것"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대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호봉을 과대 책정해 부당 이익을 챙긴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단체장한테 얘기를 듣고 저도 그렇게 하면 되겠다 하고 그렇게 한 것"이라면서 "(현재는)감봉을 했고 (부당 이익을)환수하라면 환수하면 된다"라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자격이 없는 친척을 채용한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친척은)사무 업무 보조로 와서 (현재는)회계로 인사 조치한 거"라면서 "업무 보조 간사를 급여 대장에 이름을 (정직원인) 전담 인력으로 넣어서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라며 현재는 해당 친척을 회계 업무로 전환 배치해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김포시청관할 지자체인 김포시청

■김포시 "규정상 시정 조치가 최선... 중징계는 오히려 돌봄 공백 우려돼"

김포시는 대표의 이런 해명이 말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포시 관계자는 "(두가지 문제에 대해 해당 기관에)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 조치 공문을 보냈다"면서도 "시정 조치 외에는 따로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관에 대한 중징계는 오히려 '돌봄 공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포시 관계자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서 비리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가 할 수 있는)행정 처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면서 "(장애인 활동지원사) 200명 가까이는 **기관(해당 비리 의혹 기관) 소속인데 이분들한테 업무 정지 15일하고 업무정지 1개월 하면 어디가 있으라는 건지, 지침이 말도 안 되는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국 '공공 장애인활동지원기관' 2개뿐...공공영역 넓혀야 서비스 질 개선돼

전문가들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민간 기관에 기대고 있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합니다. 국민연금공단 행복e음에 등록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은 올해 1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에 837곳이 있습니다. 이 중 공공의 영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관은 단 2곳뿐입니다. 99% 이상이 민간 위탁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 김진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 중심으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보니깐 관리·감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면서 "그런데 관리·감독을 수행해야 하는 지자체의 행정인력이 부족함이라든지 법 제도의 미비 이런 것들이 (이런 사태를 발생시키는)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자체가 문제가 있는 장애인활동기관에 강력한 제재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업체가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거기에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 생계의 문제가 있다"면서 "또 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 주민들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제재를 강하게 하는 것을 (지자체가)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김 교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문턱을 진입 장벽을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유지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 관리·감독을 하기 위한 지자체의 행정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공공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규모를 늘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국에 있는 활동지원기관 중에 2개밖에 없는 공공활동지원서비스 기관들, 이 규모가 저는 일정한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민간에 대해 견제를 하면서 사실상의 활동지원서비스 전반에 대한 투명성 강화, 공공의 책임성 강화 그리고 그걸 통한 서비스 질의 개선 이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급 ‘셀프 인상’·무자격 친척 채용한 장애인기관 대표
    • 입력 2021-04-08 10:39:57
    • 수정2021-04-08 12:14:47
    취재K

경기도 김포의 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이곳은 장애인에게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신 보건복지부가 지급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단가' 중 25% 안팎을 '운영비'로 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위탁을 받아 국민 세금으로 장애인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법적으론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그런데 이 기관 대표의 여러 비리 의혹 제보가 KBS에 들어왔습니다.

제보자 A 씨와 대화 중인 기자(우)
■월급 받을 땐 경력 2배로 뻥 튀기 ...적발되자 직급수당 4배 올려

제보자는 이 기관에서 일했던 A 씨입니다. A 씨의 첫 마디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이 대표의 '성'처럼 운영되고 대표는 그 성의 독재자다"였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대표는 경력을 감안해 호봉을 산정하고 월급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A 씨는 "대표의 실제 경력을 포괄적으로 따져봐도 15년도 안 된다"면서 "하지만 그는 월급을 탈 때는 스스로 (경력의 2배인) 30호봉으로 책정해 월급을 받았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15호봉이면 월 400여만 원 정도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호봉을 책정해 매달 500만 원 이상을 (월급으로)챙겨갔다"라며 "그렇게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만 계산해도 750여만 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폭로했습니다.

해당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 대한 김포시의 지도·점검 결과 보고 서류
■무자격자 친척 채용…적발되자 회계 팀장으로 승진시켜

제보자 A 씨가 밝힌 해당 기관 대표의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서 행정 업무 등을 하는 '전담 인력'으로 근무하려면 사회복지사 자격 등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는 자신의 친척, 사촌 여동생을 버젓이 채용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김포시 점검 과정에서 이런 비리들이 들통 났고, 김포시는 해당 직원에 대해 '급여 지급 중지'라는 시정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대표의 대응은 황당했습니다. A 씨는 "대표가 생각해낸 게 '회계 쪽(직무)은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어도 되니깐 회계 쪽으로 옮기자'라고 했는데 사촌 여동생은 회계 쪽 일을 해본 적이 없대요"라며 "심지어 이 분은 회계 팀장으로 승진돼 갔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포시 지적으로 대표의 월급도 제대로 경력을 따져 다시 책정해야 했습니다. 월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런데 대표는 자신의 월급을 다른 방법으로 유지했다고 합니다. "호봉을 속여왔던 것이 걸리니깐 (대표가) 20만 원이던 직급수당을 80만 원까지 올려 깎인 월급 중 일정 부분을 보충하기까지 했다"라고 A 씨는 제보했습니다.

비리 의혹을 받는 경기도 김포의 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 해당 대표 "다른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단체장한테 얘기 듣고 그렇게 한 것"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대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호봉을 과대 책정해 부당 이익을 챙긴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단체장한테 얘기를 듣고 저도 그렇게 하면 되겠다 하고 그렇게 한 것"이라면서 "(현재는)감봉을 했고 (부당 이익을)환수하라면 환수하면 된다"라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자격이 없는 친척을 채용한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친척은)사무 업무 보조로 와서 (현재는)회계로 인사 조치한 거"라면서 "업무 보조 간사를 급여 대장에 이름을 (정직원인) 전담 인력으로 넣어서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라며 현재는 해당 친척을 회계 업무로 전환 배치해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김포시청
■김포시 "규정상 시정 조치가 최선... 중징계는 오히려 돌봄 공백 우려돼"

김포시는 대표의 이런 해명이 말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포시 관계자는 "(두가지 문제에 대해 해당 기관에)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 조치 공문을 보냈다"면서도 "시정 조치 외에는 따로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관에 대한 중징계는 오히려 '돌봄 공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포시 관계자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서 비리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가 할 수 있는)행정 처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면서 "(장애인 활동지원사) 200명 가까이는 **기관(해당 비리 의혹 기관) 소속인데 이분들한테 업무 정지 15일하고 업무정지 1개월 하면 어디가 있으라는 건지, 지침이 말도 안 되는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국 '공공 장애인활동지원기관' 2개뿐...공공영역 넓혀야 서비스 질 개선돼

전문가들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민간 기관에 기대고 있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합니다. 국민연금공단 행복e음에 등록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은 올해 1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에 837곳이 있습니다. 이 중 공공의 영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관은 단 2곳뿐입니다. 99% 이상이 민간 위탁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 김진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 중심으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보니깐 관리·감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면서 "그런데 관리·감독을 수행해야 하는 지자체의 행정인력이 부족함이라든지 법 제도의 미비 이런 것들이 (이런 사태를 발생시키는)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자체가 문제가 있는 장애인활동기관에 강력한 제재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업체가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거기에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 생계의 문제가 있다"면서 "또 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 주민들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제재를 강하게 하는 것을 (지자체가)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김 교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문턱을 진입 장벽을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유지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 관리·감독을 하기 위한 지자체의 행정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공공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규모를 늘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국에 있는 활동지원기관 중에 2개밖에 없는 공공활동지원서비스 기관들, 이 규모가 저는 일정한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민간에 대해 견제를 하면서 사실상의 활동지원서비스 전반에 대한 투명성 강화, 공공의 책임성 강화 그리고 그걸 통한 서비스 질의 개선 이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