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선 부산 민심…“정권심판 선택” 왜?

입력 2021.04.08 (16:05) 수정 2021.04.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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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압승" 정권심판 앞에 신공항도, 메가시티도 안통했다 .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선과 낙선의 차이가 이렇게나 클 줄 선거운동을 한 캠프도, 또 여야 정치권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62.67%의 득표율로 34.42%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에 압승했습니다.

방송 3사가 한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자의 지지도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격차가 커지는 양상을 띠었습니다.방송 3사가 한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자의 지지도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격차가 커지는 양상을 띠었습니다.

두 후보의 격차는 28.25% 포인트. 선거 전까지 3차례 실시한 방송 3사의 여론조사만 두고 추이를 보면 3월 20일에서 21일에 실시한 첫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의 격차가 11.8% 포인트였습니다. 두 번째에선 20.1% 포인트,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4월 4일과 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19.3% 포인트 차이입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추이는 예상했지만 어떤 여론조사 결과도 실제 투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셈입니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된 '가덕도 신공항' …지지율 반등 실패

초반부터 선거 구도, 이른바 프레임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정권심판"으로 시작됐습니다.

김영춘 후보는 호(號)를 '가덕'으로 짓고 제1 공약도 가덕신공항으로 내세웠습니다. 2월 말 민주당이 지지율 반등의 카드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내세웠고, 실제로 민주당의 카드가 표심을 잡는 듯했습니다.

특별법 통과 직전인 2월 21~22일(KBS부산·부산MBC 공동 의뢰, 리서치앤리서치가 조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궐선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49.8% 응답이 부산 발전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며, 정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과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의 차이는 9.3%에 불과했습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과 건설 추진이 어느 정당 후보에 유리한지 질문에 "여당 후보에 유리하다"는 응답이 35.3%로 가장 높았고, "야당 후보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11.4%에 그쳤습니다.



■민심의 파도를 일으킨 LH 사태와 정부 여당 인사들의 임대료 인상

하지만 반등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알려진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군불만 때던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여권 인사들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임대료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난 민심을 부채질했습니다.

방송 3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부산의 선거 프레임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정안정보다는 정권심판이 힘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방송 3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부산의 선거 프레임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정안정보다는 정권심판이 힘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송 3사의 첫 번째 여론조사(KBS·MBC·SBS 의뢰,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 ·입소스 3월 20~21일 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은 47.3%였다가 열흘 뒤에 다시 실시한 여론조사 (KBS·MBC·SBS 의뢰,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 ·입소스 3월 31일 조사)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54%까지 올랐습니다. 반대로 국정 안정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34.1%에서 32.1%로 떨어졌습니다. 국정 안정을 바라던 민심은 물론, 상황을 지켜보던 부동층까지 정권심판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 엘시티 파고들수록 민심은 정권심판으로…네거티브 공세가 악수

부동산으로 돌아선 민심은 민주당이 집요하게 파고든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동산 의혹에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과 기장군 미등기 주택을 거론한 것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부동산 민심뿐만 아니라 '조국 사태'로 촉발된 공정성 논란, 검찰개혁 과정에서 빚어진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 K 방역만 홍보하다 늦어지는 백신 확보 등 집권 여당에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여론을 뒤집을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비위로 비롯된 선거라는 원죄가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을 따라다녔습니다.

■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읽힌 민심은? 당선인도 낙선인도 "두려워"

선거 종료 직후 출구조사에서 박형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64% 대 33%로 31%포인트나 앞섰습니다.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말 그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를 본 박형준 당선인은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느낀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습니다. 당선 소감에서도 "저희가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그 무서운 심판의 민심은 저희들을 향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3년 전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보수 텃밭이었던 부산. 3년전 지방선거에서 20여년 만에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이 탄생했고 부산시의회와 16개 구군 또한 민주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됐지만 부산민심은 이번에 정권 심판으로 무섭게 돌아섰습니다.

낙선한 김영춘 후보도 오늘 선거 해단식에서 "민심의 큰 파도 앞에서 결과에 겸허히 승복한다"며 역시 민심의 무서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1년 2개월 남짓 임기의 부산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 그 결과 박형준 후보 1명이 당선되고 김영춘 후보 등 5명이 낙선했습니다. 선거 결과를 움직인 힘은 인물도, 부산 관련 공약도 아닌 정부와 여당을 향해 폭발한 분노의 민심이었습니다.


* 기사 중 인용된 2월 21-22일 여론조사 관련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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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돌아선 부산 민심…“정권심판 선택” 왜?
    • 입력 2021-04-08 16:05:48
    • 수정2021-04-08 17:37:51
    취재K

■"박형준 압승" 정권심판 앞에 신공항도, 메가시티도 안통했다 .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선과 낙선의 차이가 이렇게나 클 줄 선거운동을 한 캠프도, 또 여야 정치권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62.67%의 득표율로 34.42%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에 압승했습니다.

방송 3사가 한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자의 지지도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격차가 커지는 양상을 띠었습니다.
두 후보의 격차는 28.25% 포인트. 선거 전까지 3차례 실시한 방송 3사의 여론조사만 두고 추이를 보면 3월 20일에서 21일에 실시한 첫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의 격차가 11.8% 포인트였습니다. 두 번째에선 20.1% 포인트,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4월 4일과 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19.3% 포인트 차이입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추이는 예상했지만 어떤 여론조사 결과도 실제 투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셈입니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된 '가덕도 신공항' …지지율 반등 실패

초반부터 선거 구도, 이른바 프레임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정권심판"으로 시작됐습니다.

김영춘 후보는 호(號)를 '가덕'으로 짓고 제1 공약도 가덕신공항으로 내세웠습니다. 2월 말 민주당이 지지율 반등의 카드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내세웠고, 실제로 민주당의 카드가 표심을 잡는 듯했습니다.

특별법 통과 직전인 2월 21~22일(KBS부산·부산MBC 공동 의뢰, 리서치앤리서치가 조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궐선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49.8% 응답이 부산 발전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며, 정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과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의 차이는 9.3%에 불과했습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과 건설 추진이 어느 정당 후보에 유리한지 질문에 "여당 후보에 유리하다"는 응답이 35.3%로 가장 높았고, "야당 후보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11.4%에 그쳤습니다.



■민심의 파도를 일으킨 LH 사태와 정부 여당 인사들의 임대료 인상

하지만 반등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알려진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군불만 때던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여권 인사들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임대료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난 민심을 부채질했습니다.

방송 3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부산의 선거 프레임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정안정보다는 정권심판이 힘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송 3사의 첫 번째 여론조사(KBS·MBC·SBS 의뢰,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 ·입소스 3월 20~21일 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은 47.3%였다가 열흘 뒤에 다시 실시한 여론조사 (KBS·MBC·SBS 의뢰,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 ·입소스 3월 31일 조사)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54%까지 올랐습니다. 반대로 국정 안정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34.1%에서 32.1%로 떨어졌습니다. 국정 안정을 바라던 민심은 물론, 상황을 지켜보던 부동층까지 정권심판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 엘시티 파고들수록 민심은 정권심판으로…네거티브 공세가 악수

부동산으로 돌아선 민심은 민주당이 집요하게 파고든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동산 의혹에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과 기장군 미등기 주택을 거론한 것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부동산 민심뿐만 아니라 '조국 사태'로 촉발된 공정성 논란, 검찰개혁 과정에서 빚어진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 K 방역만 홍보하다 늦어지는 백신 확보 등 집권 여당에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여론을 뒤집을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비위로 비롯된 선거라는 원죄가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을 따라다녔습니다.

■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읽힌 민심은? 당선인도 낙선인도 "두려워"

선거 종료 직후 출구조사에서 박형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64% 대 33%로 31%포인트나 앞섰습니다.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말 그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를 본 박형준 당선인은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느낀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습니다. 당선 소감에서도 "저희가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그 무서운 심판의 민심은 저희들을 향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3년 전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보수 텃밭이었던 부산. 3년전 지방선거에서 20여년 만에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이 탄생했고 부산시의회와 16개 구군 또한 민주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됐지만 부산민심은 이번에 정권 심판으로 무섭게 돌아섰습니다.

낙선한 김영춘 후보도 오늘 선거 해단식에서 "민심의 큰 파도 앞에서 결과에 겸허히 승복한다"며 역시 민심의 무서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1년 2개월 남짓 임기의 부산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 그 결과 박형준 후보 1명이 당선되고 김영춘 후보 등 5명이 낙선했습니다. 선거 결과를 움직인 힘은 인물도, 부산 관련 공약도 아닌 정부와 여당을 향해 폭발한 분노의 민심이었습니다.


* 기사 중 인용된 2월 21-22일 여론조사 관련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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