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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지출만 왜 늘었을까? ‘먹고 살기’의 무거움
입력 2021.04.08 (17:48) 수정 2021.04.08 (20:23) 취재K

■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 발표…우리는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을까?

지난해 우리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통계청의 2020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움츠러든 지난해에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2.3% 감소했습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감소한 기록입니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움츠러들다 보니 생긴 일이죠.

그런데 소득분위별로, 그러니까 소득이 높은 계층부터 낮은 계층까지 쭉 줄 세워서 보면 하위 20%인 1분위 소비지출만 유일하게 3.3% 증가했습니다.

■ 소득 하위 20%만 지출이 증가…왜?

2020년 기준으로 1분위로 분류되는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73만 5천 원 이하입니다. 소비 지출액은 105만 8천 원이었습니다.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식료품·비주류 음료인데, 1년 만에 무려 15.7%나 증가했습니다. 액수로는 23만 5천 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3%나 되는데, 여기에 외식 식사비까지 포함하면 32.3%까지 늘어납니다.

'마스크'가 포함되는 보건 항목 지출은 8% 늘었고, 집세나 필수 요금이 포함된 주거·수도·광열은 5.4% 늘었습니다.

이 밖에 주류·담배와 통신 지출도 각각 6.5%, 3.8% 늘긴 했지만, 액수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걸 고려하면 결국 저소득층의 소비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식(食)과 주(宙)에 있습니다.


■식비 늘어난 이유는? 물가 보면 안다

먹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 2일 나온 3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13.7%(전년동월비) 올랐습니다. 그것도 양파(38.8%), 달걀(39.6%)처럼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들이 많이 올랐습니다. 집에서 파를 직접 키워 먹는 게 돈 버는 일, 즉 재테크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파테크'라는 말이 생길 만큼 팟값도 많이(305.8%) 올라 버렸습니다.

과일은 24%, 쇠고기는 11.5%, 돼지고기는 7.5% 올랐으니, 영양가 있게 먹으려면 그만큼 돈을 더 써야 합니다.
한 마디로 더 먹어서 더 쓴 게 아니라, 가격이 올라서 더 쓸 수밖에 없던 셈입니다.


■ 공급은 달리고 수요는 늘어…달걀·파 vs 소·돼지고기

항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근의 식료품 물가 상승은 공급이 달리는 현상과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 두 가지가 모두 합쳐져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달걀 같은 경우 올해 3~5월 생산량이 1년 전보가 17% 감소할 거라는 예상(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이 나왔습니다. 파 역시 지난해 긴 장마와 태풍, 올해 초 냉해로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좀 다릅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월 유통량 자체는 소 1만 7,592톤->1만 9,179톤, 돼지 9만 5,541톤->10만 992톤으로(축산물품질평가원) 오히려 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공급 증가보다 수요 증가가 앞서 버렸습니다.


■ "2분기 물가 오름폭 확대될 수 있다"

식료품 물가 상승세는 이처럼 복합적인 원인으로 생긴 만큼 단기간 내에 쉽게 해결되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쯤 끝날는지, 끝나면 사람들의 집밥 수요도 줄어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집세가 오르고(전세 1.4%, 월세 0.6%), 외식물가(1.5%)도 상승 폭을 늘리는 데다 유가까지 꿈틀대는 최근 상황.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올해 2분기 물가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 줄인 건 교육·옷값…한 달에 3만 5천 원

하필 오르는 물가가 꼭 써야 하는 항목이라, 이런 항목에 집중적으로 지출하는 저소득층이 소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소득이 넉넉한 사람의 돈은 아껴주고, 쪼들리는 계층의 지갑은 위협하는 게 코로나19의 고약한 영향 중의 하납니다.

이렇게 먹고 사는 데 돈을 많이 쓰다 보니, 1분위 가구의 교육 지출은 23.7%나 감소했고, 의류와 신발 역시 10.6% 줄어 한 달에 겨우 3만 5천 원을 쓰는 상황이 됐습니다.

소득이 적을 수록 포기해야 하는 게 많았던 지난해 상황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저소득층 지출만 왜 늘었을까? ‘먹고 살기’의 무거움
    • 입력 2021-04-08 17:48:58
    • 수정2021-04-08 20:23:04
    취재K

■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 발표…우리는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을까?

지난해 우리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통계청의 2020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움츠러든 지난해에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2.3% 감소했습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감소한 기록입니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움츠러들다 보니 생긴 일이죠.

그런데 소득분위별로, 그러니까 소득이 높은 계층부터 낮은 계층까지 쭉 줄 세워서 보면 하위 20%인 1분위 소비지출만 유일하게 3.3% 증가했습니다.

■ 소득 하위 20%만 지출이 증가…왜?

2020년 기준으로 1분위로 분류되는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73만 5천 원 이하입니다. 소비 지출액은 105만 8천 원이었습니다.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식료품·비주류 음료인데, 1년 만에 무려 15.7%나 증가했습니다. 액수로는 23만 5천 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3%나 되는데, 여기에 외식 식사비까지 포함하면 32.3%까지 늘어납니다.

'마스크'가 포함되는 보건 항목 지출은 8% 늘었고, 집세나 필수 요금이 포함된 주거·수도·광열은 5.4% 늘었습니다.

이 밖에 주류·담배와 통신 지출도 각각 6.5%, 3.8% 늘긴 했지만, 액수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걸 고려하면 결국 저소득층의 소비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식(食)과 주(宙)에 있습니다.


■식비 늘어난 이유는? 물가 보면 안다

먹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 2일 나온 3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13.7%(전년동월비) 올랐습니다. 그것도 양파(38.8%), 달걀(39.6%)처럼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들이 많이 올랐습니다. 집에서 파를 직접 키워 먹는 게 돈 버는 일, 즉 재테크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파테크'라는 말이 생길 만큼 팟값도 많이(305.8%) 올라 버렸습니다.

과일은 24%, 쇠고기는 11.5%, 돼지고기는 7.5% 올랐으니, 영양가 있게 먹으려면 그만큼 돈을 더 써야 합니다.
한 마디로 더 먹어서 더 쓴 게 아니라, 가격이 올라서 더 쓸 수밖에 없던 셈입니다.


■ 공급은 달리고 수요는 늘어…달걀·파 vs 소·돼지고기

항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근의 식료품 물가 상승은 공급이 달리는 현상과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 두 가지가 모두 합쳐져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달걀 같은 경우 올해 3~5월 생산량이 1년 전보가 17% 감소할 거라는 예상(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이 나왔습니다. 파 역시 지난해 긴 장마와 태풍, 올해 초 냉해로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좀 다릅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월 유통량 자체는 소 1만 7,592톤->1만 9,179톤, 돼지 9만 5,541톤->10만 992톤으로(축산물품질평가원) 오히려 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공급 증가보다 수요 증가가 앞서 버렸습니다.


■ "2분기 물가 오름폭 확대될 수 있다"

식료품 물가 상승세는 이처럼 복합적인 원인으로 생긴 만큼 단기간 내에 쉽게 해결되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쯤 끝날는지, 끝나면 사람들의 집밥 수요도 줄어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집세가 오르고(전세 1.4%, 월세 0.6%), 외식물가(1.5%)도 상승 폭을 늘리는 데다 유가까지 꿈틀대는 최근 상황.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올해 2분기 물가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 줄인 건 교육·옷값…한 달에 3만 5천 원

하필 오르는 물가가 꼭 써야 하는 항목이라, 이런 항목에 집중적으로 지출하는 저소득층이 소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소득이 넉넉한 사람의 돈은 아껴주고, 쪼들리는 계층의 지갑은 위협하는 게 코로나19의 고약한 영향 중의 하납니다.

이렇게 먹고 사는 데 돈을 많이 쓰다 보니, 1분위 가구의 교육 지출은 23.7%나 감소했고, 의류와 신발 역시 10.6% 줄어 한 달에 겨우 3만 5천 원을 쓰는 상황이 됐습니다.

소득이 적을 수록 포기해야 하는 게 많았던 지난해 상황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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