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나뭇잎이 화상 입은 것처럼…치료제 없는 ‘과수화상병’ 비상
입력 2021.04.09 (07:00) 취재K
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뭇잎.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뭇잎.

과수잎이나 줄기가 검게 마르는 '과수 화상병'.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북미나 유럽 등에서 주로 번졌던 과수 화상병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5년에 처음 발견됐는데요.

해마다 급격히 확산해 지난해에는 전국 744곳에서 축구장 560개에 달하는 면적이 감염 피해를 봤습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병원균이 묻은 전정 가위나 비, 바람, 곤충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치료제 없어… 사전 방제에 드론, 나무 주사 도입

안타깝게도 아직 과수 화상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무를 모두 묻는 방법 외엔 대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봄철, 농촌진흥청과 자치단체는 사전 방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지난해와 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드론과 나무 주사, 화상병 예측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 잠복해 있는 균을 박멸하고, 확산을 최대한 늦추겠단 계획인데요.

드론에 친환경 약제를 담아 사과나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드론에 친환경 약제를 담아 사과나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먼저 인체에 해가 없는 친환경 약제를 드론으로 공중에서 뿌리고 있습니다.

방제 대상 과수원 일대를 측량해 만든 3차원 지도를 토대로 살포하게 됩니다. 과수 농가에서 하는 약제 방제와는 별도로 개화 전과 후, 모두 두 차례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화상병 피해 농가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충북 충주 지역에 집중됐는데요. 농촌진흥청과 충북 충주시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658.2ha에 달하는 지역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드론 방제를 시작했습니다.

나무 주사를 통해 과수 화상병 예방 약제를 주입하고 있다.나무 주사를 통해 과수 화상병 예방 약제를 주입하고 있다.

나무 밑동 일부분을 드릴로 뚫어 치료제를 투약하는 '나무 주사' 실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화상병 피해를 본 일부 나무에 주사를 주입하고 경과를 지켜봤더니, 일주일 뒤에도 궤양이 확산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나무 주사'로 화상병 피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지, 잠복해 있는 병원균을 박멸할 수 있는지, 농가 3곳을 대상으로 시험할 계획입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과수 화상병 예측 시범서비스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과수 화상병 예측 시범서비스

과수 화상병 발병과 확산 여부를 예측해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됐습니다.

농가와 가까운 지역을 입력하면 주변의 화상병 감염 위험도나 꽃, 궤양 병징 예측일, 날씨 예보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는데요. 농업 당국은 "감염 위험도나 궤양 정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감염 초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더 나아가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과수 화상병을 박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사과 농가에서 사전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사과 농가에서 사전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

■ 개화기 사전 방제 중요… "전정 가위 등 작업 도구, 철저히 소독해야"

농촌진흥청은 "사과와 배꽃이 80%가량 피는 이번 달 중순부터 한 달이 방제 최적기"라고 강조합니다.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는 화상병 방제를 위한 약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충북 충주시는 과수 화상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사전 방제조치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과수 농가에서 인력이 이동하거나 전정 작업 등을 할 때 기록·신고해야 하고, 기존 발병지의 잔재물 반출이 금지됩니다. 묘목을 사거나 실어낼 때, 보균 검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런 행정 명령을 어기면 화상병 손실 보상 때 불이익을 받고, 자치단체 지원 사업에서도 배제됩니다.

과수원에서 쓰는 도구를 철저히 소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정 가위나 사다리 등으로 균이 옮을 수 있어서입니다. 알코올, 락스 등으로 틈틈이 소독해서 청결하게 관리해야 피해를 최대한 막을 수 있습니다.

치료제가 없어 한 번 걸리면 나무를 다 묻어버려야 해 '나무의 구제역'이라 불리는 과수 화상병.

철저한 방역과 방제만이 큰 피해를 막을 유일한 대책입니다.
  • 나뭇잎이 화상 입은 것처럼…치료제 없는 ‘과수화상병’ 비상
    • 입력 2021-04-09 07:00:22
    취재K
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뭇잎.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뭇잎.

과수잎이나 줄기가 검게 마르는 '과수 화상병'.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북미나 유럽 등에서 주로 번졌던 과수 화상병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5년에 처음 발견됐는데요.

해마다 급격히 확산해 지난해에는 전국 744곳에서 축구장 560개에 달하는 면적이 감염 피해를 봤습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병원균이 묻은 전정 가위나 비, 바람, 곤충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치료제 없어… 사전 방제에 드론, 나무 주사 도입

안타깝게도 아직 과수 화상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무를 모두 묻는 방법 외엔 대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봄철, 농촌진흥청과 자치단체는 사전 방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지난해와 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드론과 나무 주사, 화상병 예측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 잠복해 있는 균을 박멸하고, 확산을 최대한 늦추겠단 계획인데요.

드론에 친환경 약제를 담아 사과나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드론에 친환경 약제를 담아 사과나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먼저 인체에 해가 없는 친환경 약제를 드론으로 공중에서 뿌리고 있습니다.

방제 대상 과수원 일대를 측량해 만든 3차원 지도를 토대로 살포하게 됩니다. 과수 농가에서 하는 약제 방제와는 별도로 개화 전과 후, 모두 두 차례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화상병 피해 농가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충북 충주 지역에 집중됐는데요. 농촌진흥청과 충북 충주시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658.2ha에 달하는 지역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드론 방제를 시작했습니다.

나무 주사를 통해 과수 화상병 예방 약제를 주입하고 있다.나무 주사를 통해 과수 화상병 예방 약제를 주입하고 있다.

나무 밑동 일부분을 드릴로 뚫어 치료제를 투약하는 '나무 주사' 실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화상병 피해를 본 일부 나무에 주사를 주입하고 경과를 지켜봤더니, 일주일 뒤에도 궤양이 확산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나무 주사'로 화상병 피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지, 잠복해 있는 병원균을 박멸할 수 있는지, 농가 3곳을 대상으로 시험할 계획입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과수 화상병 예측 시범서비스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과수 화상병 예측 시범서비스

과수 화상병 발병과 확산 여부를 예측해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됐습니다.

농가와 가까운 지역을 입력하면 주변의 화상병 감염 위험도나 꽃, 궤양 병징 예측일, 날씨 예보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는데요. 농업 당국은 "감염 위험도나 궤양 정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감염 초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더 나아가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과수 화상병을 박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사과 농가에서 사전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사과 농가에서 사전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

■ 개화기 사전 방제 중요… "전정 가위 등 작업 도구, 철저히 소독해야"

농촌진흥청은 "사과와 배꽃이 80%가량 피는 이번 달 중순부터 한 달이 방제 최적기"라고 강조합니다.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는 화상병 방제를 위한 약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충북 충주시는 과수 화상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사전 방제조치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과수 농가에서 인력이 이동하거나 전정 작업 등을 할 때 기록·신고해야 하고, 기존 발병지의 잔재물 반출이 금지됩니다. 묘목을 사거나 실어낼 때, 보균 검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런 행정 명령을 어기면 화상병 손실 보상 때 불이익을 받고, 자치단체 지원 사업에서도 배제됩니다.

과수원에서 쓰는 도구를 철저히 소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정 가위나 사다리 등으로 균이 옮을 수 있어서입니다. 알코올, 락스 등으로 틈틈이 소독해서 청결하게 관리해야 피해를 최대한 막을 수 있습니다.

치료제가 없어 한 번 걸리면 나무를 다 묻어버려야 해 '나무의 구제역'이라 불리는 과수 화상병.

철저한 방역과 방제만이 큰 피해를 막을 유일한 대책입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