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반 무죄’ 故 지학순 주교 측, 법원에 재심 청구

입력 2021.04.09 (13:52) 수정 2021.04.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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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한 뒤 지난해 검찰 청구로 열린 재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고(故) 지학순 주교의 유족이, 법원에 직접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 주교의 조카 지용 씨는 지 주교의 내란선동, 특수공무집행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974년 비상군법회의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 달라며, 지난 1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지 씨 측은 재심 당사자가 이미 사망했을 경우 재심 청구권자를 당사자의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도 제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 측은 지난해 9월 검찰의 청구에 따라 열린 재심 1심에서, 재판부가 '재심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내란선동과 특수공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고 원심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자 직접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심리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지 주교 사건에 재심의 사유가 있는지 등을 살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오늘(9일) 법원에서는 검찰이 청구한 지 주교 재심 사건의 항소심 첫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9월 재심 1심 법원이 지 주교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지 7개월 여 만입니다.

앞서 지 주교의 유족은 재심 1심 법원이 긴급조치 위반 외의 다른 혐의에 대해 실체적 심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변호인은 오늘 재판에서 "긴급조치 위반의 점과 연관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은 데 대해, (1심 법원이) 재심 법원의 심판 범위에 대해 오인했다고 보고 항소를 제기했다"면서 "본 건에서 나머지 범죄사실들도 함께 심판해주시기를 바란단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심판 범위에 대한 1심 판단이 적절하고, 항소심에서 심리를 하더라도 지 주교의 내란선동 등 혐의에 대해선 법리적으로 무죄가 선고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고, 고등법원 판결은 엇갈리고 있어 고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설령 지 주교의 다른 혐의에 대해 심리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고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돼 필요한 기록이 없다면서, 일단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다가 무죄를 선고 받은 김지하 시인 재판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변호인에게 요청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이 제출할 자료를 검토한 뒤 법리 판단에 따라서 항소심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 주교는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인 조작 공안사건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1974년 7월 6일 중앙정보부(중정) 요원들에 의해 연행됐습니다.

지 주교는 나흘 뒤 중정에서 풀려났지만 주거는 서울 명동 성모병원 등으로 제한됐고, 비상군법회의 소환장을 받은 뒤 7월 23일 병원을 나와 사람들 앞에서 양심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지 주교는 이 과정에서 병실 밖으로 나가면서 신부 4명의 호위를 받았는데, 수사기관은 이때 지 주교가 외출을 막는 공무원을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특수공무방해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지 주교는 같은 해 8월 12일 비상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투옥 220여 일 만인 1975년 2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고 1993년 3월 12일 72살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이후 2013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해 잇따라 위헌 판단이 나오자, 검찰은 1974년 비상군법회의에서 나온 지 주교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2018년 3월 청구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사건 발생 40여 년 만인 지난해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내란선동과 특수공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사유가 없다고 보고 유죄를 유지하되,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을 대폭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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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9 13:52:33
    • 수정2021-04-09 15:01:38
    사회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한 뒤 지난해 검찰 청구로 열린 재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고(故) 지학순 주교의 유족이, 법원에 직접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 주교의 조카 지용 씨는 지 주교의 내란선동, 특수공무집행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974년 비상군법회의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 달라며, 지난 1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지 씨 측은 재심 당사자가 이미 사망했을 경우 재심 청구권자를 당사자의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도 제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 측은 지난해 9월 검찰의 청구에 따라 열린 재심 1심에서, 재판부가 '재심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내란선동과 특수공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고 원심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자 직접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심리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지 주교 사건에 재심의 사유가 있는지 등을 살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오늘(9일) 법원에서는 검찰이 청구한 지 주교 재심 사건의 항소심 첫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9월 재심 1심 법원이 지 주교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지 7개월 여 만입니다.

앞서 지 주교의 유족은 재심 1심 법원이 긴급조치 위반 외의 다른 혐의에 대해 실체적 심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변호인은 오늘 재판에서 "긴급조치 위반의 점과 연관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은 데 대해, (1심 법원이) 재심 법원의 심판 범위에 대해 오인했다고 보고 항소를 제기했다"면서 "본 건에서 나머지 범죄사실들도 함께 심판해주시기를 바란단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심판 범위에 대한 1심 판단이 적절하고, 항소심에서 심리를 하더라도 지 주교의 내란선동 등 혐의에 대해선 법리적으로 무죄가 선고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고, 고등법원 판결은 엇갈리고 있어 고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설령 지 주교의 다른 혐의에 대해 심리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고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돼 필요한 기록이 없다면서, 일단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다가 무죄를 선고 받은 김지하 시인 재판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변호인에게 요청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이 제출할 자료를 검토한 뒤 법리 판단에 따라서 항소심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 주교는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인 조작 공안사건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1974년 7월 6일 중앙정보부(중정) 요원들에 의해 연행됐습니다.

지 주교는 나흘 뒤 중정에서 풀려났지만 주거는 서울 명동 성모병원 등으로 제한됐고, 비상군법회의 소환장을 받은 뒤 7월 23일 병원을 나와 사람들 앞에서 양심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지 주교는 이 과정에서 병실 밖으로 나가면서 신부 4명의 호위를 받았는데, 수사기관은 이때 지 주교가 외출을 막는 공무원을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특수공무방해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지 주교는 같은 해 8월 12일 비상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투옥 220여 일 만인 1975년 2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고 1993년 3월 12일 72살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이후 2013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해 잇따라 위헌 판단이 나오자, 검찰은 1974년 비상군법회의에서 나온 지 주교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2018년 3월 청구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사건 발생 40여 년 만인 지난해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내란선동과 특수공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사유가 없다고 보고 유죄를 유지하되,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을 대폭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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