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말았어야” “목적어 없는 사과” “오만”…‘쓴소리 폭발’한 민주당 초선들

입력 2021.04.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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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더불어민주당에서 '쇄신론'이 일거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9일)은 초선 의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엔 초선 의원들은 아침 7시 반부터 간담회를 가지고 선거패배 원인과 이들이 당 쇄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반성하고, 달라지겠다고 공개 다짐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요?


■ '당헌 변경'부터 '조국 사태'까지 거론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민주당 초선의원 81명 전원 명의로 낸 입장문, 반성은 보궐선거 후보 공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며 "그 의사 결정 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진심 없는 사과, 주어·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는데요.

'무엇에 대한 사과를 일컫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 대변인이자 박영선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강선우 의원은 "간단하게 답하면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강 의원은 "박 전 시장 관련 일은 2030 여성뿐 아니라 굉장히 넓은 세대 여성들이 두루 겪고 있고 겪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대해서 우리가 공감한 적이 있나? 분노의 크기가 왜 이렇게 큰지 성찰한 적이 있나에 대한 반성을 담은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선의원들은 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신, 일단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함,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책 전반과 당의 운영 방식, 업무 관행, 태도 등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며 "초선의원 총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성역 없이 끝까지 토론하겠다"고도 다짐했습니다.

초선 의원 가운데에서도 20~30대인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은 이미 오전에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천을 비판한 데 더해, 이들은 당내 민감 사안까지 거론했습니다. 검찰 개혁 논의가 결과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민 공감대를 잃고 국민으로 하여금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한 겁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 오영환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개혁이 조국 전 장관을 대표로 하는 일련의 대명사라 여겨져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 분노와 분열이 거기서 촉발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왜 이제 쓴소리 나오나?…"열린우리당 과거", "강성 지지층 의식"

예전부터 민주당 내 초선 의원들이 소신 발언을 하기보단 당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자주 제기됐습니다. 이들은 왜 공천 당시에는 이야기를 못 하고, 지금 입장 표명을 하게 됐을까요?

한준호 의원은 "그간 당의 방향성과 속도에 맞춰서 움직이다 보니,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답하면서도, "강압에 의한 게 아니라, 우리도 한 편에서는 보고만 있었고 큰 의견을 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강압은 아니었지만, 당내 자중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이해찬 전 대표가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친전을 보내 '열린우리당의 교훈을 잊지 말자'고 한 사례도 있습니다.

"(참여정부 때) 우리가 152석이었는데 초선 의원이 108명이었습니다. 흔히 '108 번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이 혼란스러워서 결국 참여정부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 낸 점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런 점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드렸던 것이고..." - 지난해 8월 28일, 이해찬 전 대표 퇴임 기자간담회 중

오늘 초선의원 모임의 간사 격인 고영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 열린우리당 초선들이 보였던 모습에 분열적 요소가 있었던 걸 반면교사 삼아 자중한 측면이 있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김회재 의원은 '아침 간담회에서 당이 강성 지지층에 흔들린다는 반성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도 충분히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김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서 제대로 된, 소신 있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초선이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등 돌린 2030…"선거 때문 아니"라지만

초선 의원들은 이 같은 입장을 낸 건 선거 때문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장철민 의원은 "선거에 져서 반성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고, 입장문에서도 "선거 유세 현장과 삶의 현장에서 만난 20대 30대 청년들은 민주당에 싸늘하고 무관심했고, 지난 1년 동안 많은 분의 마음이 돌아섰음을 현장에서 느꼈다"고 썼습니다.


선거 때문은 아니라지만, 선거 결과로 인한 위기감이 민주당에 퍼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7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실시했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와 30대 유권자 절반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투표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20대 이하 남녀 가운데 여성들은 박 후보에 투표한 비율이 높았지만, 30대에선 남성과 여성 모두 오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40대에선 단 1%p 차이로 박 후보가 우세했을 뿐입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 중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30대와 40대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로 나타난 겁니다.

초선들은 바뀔 당의 리더십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국민의 요구를 읽어낼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당 지도부 구성의 변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 고영인 의원은 "필요한 경우는 초선도 나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도부에 초선도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민심 이반이 드러난 데 이어, 당내 초선 의원들의 소신 의견 표출까지, 이번에 새롭게 구성되는 민주당 지도부엔 이 모든 상황을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는 오는 16일, 새 당 대표는 다음 달 2일 선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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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천 말았어야” “목적어 없는 사과” “오만”…‘쓴소리 폭발’한 민주당 초선들
    • 입력 2021-04-09 17:08:00
    취재K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더불어민주당에서 '쇄신론'이 일거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9일)은 초선 의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엔 초선 의원들은 아침 7시 반부터 간담회를 가지고 선거패배 원인과 이들이 당 쇄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반성하고, 달라지겠다고 공개 다짐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요?


■ '당헌 변경'부터 '조국 사태'까지 거론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민주당 초선의원 81명 전원 명의로 낸 입장문, 반성은 보궐선거 후보 공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며 "그 의사 결정 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진심 없는 사과, 주어·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는데요.

'무엇에 대한 사과를 일컫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 대변인이자 박영선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강선우 의원은 "간단하게 답하면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강 의원은 "박 전 시장 관련 일은 2030 여성뿐 아니라 굉장히 넓은 세대 여성들이 두루 겪고 있고 겪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대해서 우리가 공감한 적이 있나? 분노의 크기가 왜 이렇게 큰지 성찰한 적이 있나에 대한 반성을 담은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선의원들은 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신, 일단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함,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책 전반과 당의 운영 방식, 업무 관행, 태도 등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며 "초선의원 총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성역 없이 끝까지 토론하겠다"고도 다짐했습니다.

초선 의원 가운데에서도 20~30대인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은 이미 오전에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천을 비판한 데 더해, 이들은 당내 민감 사안까지 거론했습니다. 검찰 개혁 논의가 결과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민 공감대를 잃고 국민으로 하여금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한 겁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 오영환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개혁이 조국 전 장관을 대표로 하는 일련의 대명사라 여겨져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 분노와 분열이 거기서 촉발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왜 이제 쓴소리 나오나?…"열린우리당 과거", "강성 지지층 의식"

예전부터 민주당 내 초선 의원들이 소신 발언을 하기보단 당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자주 제기됐습니다. 이들은 왜 공천 당시에는 이야기를 못 하고, 지금 입장 표명을 하게 됐을까요?

한준호 의원은 "그간 당의 방향성과 속도에 맞춰서 움직이다 보니,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답하면서도, "강압에 의한 게 아니라, 우리도 한 편에서는 보고만 있었고 큰 의견을 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강압은 아니었지만, 당내 자중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이해찬 전 대표가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친전을 보내 '열린우리당의 교훈을 잊지 말자'고 한 사례도 있습니다.

"(참여정부 때) 우리가 152석이었는데 초선 의원이 108명이었습니다. 흔히 '108 번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이 혼란스러워서 결국 참여정부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 낸 점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런 점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드렸던 것이고..." - 지난해 8월 28일, 이해찬 전 대표 퇴임 기자간담회 중

오늘 초선의원 모임의 간사 격인 고영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 열린우리당 초선들이 보였던 모습에 분열적 요소가 있었던 걸 반면교사 삼아 자중한 측면이 있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김회재 의원은 '아침 간담회에서 당이 강성 지지층에 흔들린다는 반성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도 충분히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김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서 제대로 된, 소신 있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초선이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등 돌린 2030…"선거 때문 아니"라지만

초선 의원들은 이 같은 입장을 낸 건 선거 때문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장철민 의원은 "선거에 져서 반성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고, 입장문에서도 "선거 유세 현장과 삶의 현장에서 만난 20대 30대 청년들은 민주당에 싸늘하고 무관심했고, 지난 1년 동안 많은 분의 마음이 돌아섰음을 현장에서 느꼈다"고 썼습니다.


선거 때문은 아니라지만, 선거 결과로 인한 위기감이 민주당에 퍼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7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실시했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와 30대 유권자 절반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투표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20대 이하 남녀 가운데 여성들은 박 후보에 투표한 비율이 높았지만, 30대에선 남성과 여성 모두 오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40대에선 단 1%p 차이로 박 후보가 우세했을 뿐입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 중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30대와 40대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로 나타난 겁니다.

초선들은 바뀔 당의 리더십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국민의 요구를 읽어낼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당 지도부 구성의 변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 고영인 의원은 "필요한 경우는 초선도 나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도부에 초선도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민심 이반이 드러난 데 이어, 당내 초선 의원들의 소신 의견 표출까지, 이번에 새롭게 구성되는 민주당 지도부엔 이 모든 상황을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는 오는 16일, 새 당 대표는 다음 달 2일 선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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