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화상회의서 무엇을 묻고 삼성은 어떻게 답할까?

입력 2021.04.10 (07:06) 수정 2021.04.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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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인텔, GM 등 10여 업체가 현지시각 12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부족사태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견장에 작은 반도체 칩을 들고 나타날 정도로 반도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백악관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갈지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 SK는 부르지 않은 백악관 …제1 요구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백악관의 요구 내용은 참석자의 면면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GM이 눈에 띕니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때문에 공장을 세운 상황입니다. 경제 회복에 큰 장애를 주고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이 백악관의 의도로 풀이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은 반도체 칩을 들고 기자들 앞에 나설 정도로 반도체 칩 생산의 미국 내재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은 반도체 칩을 들고 기자들 앞에 나설 정도로 반도체 칩 생산의 미국 내재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삼성에 이어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초청받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현재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시스템반도체이지 메모리반도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초청받은 삼성전자는 세계 2위 시스템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회사입니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연방 정부는 반도체 칩 문제에 대해 매우 강조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 정부 전반에 걸쳐 최고 수준에서 상당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할 거라고 했습니다.

12일 회의에서 백악관의 일차적인 요구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설이 협력해 달라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에서 테슬라 등에 납품하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TSMC도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생산을 늘렸습니다. 삼성과 TSMC가 시스템반도체 수탁 생산의 76%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TSMC에 이어 삼성에 요청하는 순서로 보입니다.


■ 미국에 파운드리 추가 투자 요구할 수도

백악관은 이에 더해서 미국에 시스템반도체 생산시설, 즉 파운드리를 추가로 건설해달라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말발굽 편자의 못이 없어 말을 준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왕국이 망했다"면서 반도체를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반도체, 특히 최근 부족 현상이 나타난 차량용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수탁생산시설을 타이완과 한국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TSMC는 애리조나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도 과거 19조 원을 투입해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를 가동 중입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TSMC처럼 5나노 등 첨단공정 투자를 삼성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의 답변은?

삼성전자는 백악관의 요청에 어떻게 답할까요? 삼성전자는 이미 오스틴 공장을 증설하거나 애리조나 혹은 뉴욕 주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시절부터 미국은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투자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 규모만 19조 원에 이를 거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백악관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협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스틴 공장 증설 문제도 세제혜택 규모를 놓고 주 정부와 협의를 계속해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백악관 회의를 통해 진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싸고 이윤이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이 제품을 먼저 생산하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삼성은 세제 혜택 등 요청할 듯…중국 투자도 고민"

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삼성은 백악관 회의에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수 중 하나는 중국입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인 중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미국이 당장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상무는 "미국이 삼성의 중국 투자확대 대신에 앞으로 미국 반도체 리쇼어링 정책에 기반해 미국 중심의 투자를 요청할 가능성은 있다" 그 대신 "중국은 시안 공장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16조 8천억 원을 투자한 시안 1·2공장 투자를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미국이 자국 공장에 투자해달라는 요구를 삼성이 받아들이면 중국도 시안 3공장 투자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중국이 당장 삼성전자에게 규제 카드로 압박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는 양국 사이에서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지 투자 확대는 피하기 어렵더라도 세제혜택 등은 얻어내는 실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지금이 세제혜택 등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미국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TSMC나 인텔이 수혜를 누릴 것이므로 안 들어가면 손해"라고 보고있습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회의 결과는 즉각 발표되지는 않을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백악관과 삼성전자는 물밑 합의를 통해서 생산과 투자, 인센티브 규모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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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은 화상회의서 무엇을 묻고 삼성은 어떻게 답할까?
    • 입력 2021-04-10 07:06:55
    • 수정2021-04-10 14:29:03
    취재K


삼성전자와 인텔, GM 등 10여 업체가 현지시각 12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부족사태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견장에 작은 반도체 칩을 들고 나타날 정도로 반도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백악관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갈지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 SK는 부르지 않은 백악관 …제1 요구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백악관의 요구 내용은 참석자의 면면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GM이 눈에 띕니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때문에 공장을 세운 상황입니다. 경제 회복에 큰 장애를 주고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이 백악관의 의도로 풀이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은 반도체 칩을 들고 기자들 앞에 나설 정도로 반도체 칩 생산의 미국 내재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삼성에 이어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초청받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현재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시스템반도체이지 메모리반도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초청받은 삼성전자는 세계 2위 시스템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회사입니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연방 정부는 반도체 칩 문제에 대해 매우 강조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 정부 전반에 걸쳐 최고 수준에서 상당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할 거라고 했습니다.

12일 회의에서 백악관의 일차적인 요구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설이 협력해 달라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에서 테슬라 등에 납품하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TSMC도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생산을 늘렸습니다. 삼성과 TSMC가 시스템반도체 수탁 생산의 76%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TSMC에 이어 삼성에 요청하는 순서로 보입니다.


■ 미국에 파운드리 추가 투자 요구할 수도

백악관은 이에 더해서 미국에 시스템반도체 생산시설, 즉 파운드리를 추가로 건설해달라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말발굽 편자의 못이 없어 말을 준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왕국이 망했다"면서 반도체를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반도체, 특히 최근 부족 현상이 나타난 차량용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수탁생산시설을 타이완과 한국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TSMC는 애리조나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도 과거 19조 원을 투입해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를 가동 중입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TSMC처럼 5나노 등 첨단공정 투자를 삼성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의 답변은?

삼성전자는 백악관의 요청에 어떻게 답할까요? 삼성전자는 이미 오스틴 공장을 증설하거나 애리조나 혹은 뉴욕 주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시절부터 미국은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투자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 규모만 19조 원에 이를 거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백악관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협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스틴 공장 증설 문제도 세제혜택 규모를 놓고 주 정부와 협의를 계속해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백악관 회의를 통해 진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싸고 이윤이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이 제품을 먼저 생산하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삼성은 세제 혜택 등 요청할 듯…중국 투자도 고민"

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삼성은 백악관 회의에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수 중 하나는 중국입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인 중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미국이 당장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상무는 "미국이 삼성의 중국 투자확대 대신에 앞으로 미국 반도체 리쇼어링 정책에 기반해 미국 중심의 투자를 요청할 가능성은 있다" 그 대신 "중국은 시안 공장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16조 8천억 원을 투자한 시안 1·2공장 투자를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미국이 자국 공장에 투자해달라는 요구를 삼성이 받아들이면 중국도 시안 3공장 투자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중국이 당장 삼성전자에게 규제 카드로 압박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는 양국 사이에서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지 투자 확대는 피하기 어렵더라도 세제혜택 등은 얻어내는 실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지금이 세제혜택 등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미국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TSMC나 인텔이 수혜를 누릴 것이므로 안 들어가면 손해"라고 보고있습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회의 결과는 즉각 발표되지는 않을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백악관과 삼성전자는 물밑 합의를 통해서 생산과 투자, 인센티브 규모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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