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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이상한 ‘재택근무’…“집에선 통화·결재 안돼요”
입력 2021.04.10 (09:01) 수정 2021.04.10 (14:29) 취재K

"죄송합니다. 지금은 담당자가 휴가 중이므로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법원에 전화를 걸면 간혹 이런 안내음이 나옵니다. 최근 이런 안내음을 들었다는 민원인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정말 휴가 중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부서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재택 근무 중인 직원들이 있는데 적절한 안내멘트가 없어서 휴가 중으로 나가는 것 같다" -수원지방법원 관계자 A

분명 재택근무 중이지만 전화 연결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대체 근무자도 없다고 했습니다.

"오늘 재택근무로 (사무실) 근무를 하지 않고, 담당자는 한 분이라고 하십니다. 법원 업무는 집에서는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수원지방법원 관계자 B


■"원칙 없는 재택근무" 변호사들 '부글부글'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법원의 답변을 들었다는 글이 이어졌습니다.


한 변호사는 "법원에 전화하면 '담당자가 재택근무이니 내일 전화하라'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했습니다.

연락이 되더라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급하게 기일 변경을 신청했는데 '재택이라 (내부망 접속이 불가능해) 결재를 못 올린다'고 했다"는 겁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택근무 때문에 기록 복사도 안 되고 기일 변경 확인도 안 되고 답답했던 일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댓글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착신 전환도 안해놓고 재택근무가 말이 되나요? 집에서 노는거지" - 변호사 A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아니면 재택근무를 안 해야지 이게 무슨 업무 방임인가요" - 변호사 B
"전화도 안되고 결재도 안되면 집에서 어떻게 무슨 업무를 한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 변호사 C


■행정부·입법부 재택근무 기준 '명확'…사법부만 '느슨'

다른 공공기관 재택근무는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중앙정부 공무원들의 복무를 관리하는 인사혁신처에 물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공무원 복무관리 특별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했다고 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부서별 총원의 3분의 1을 재택근무하도록 하는 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밀집도를 관리한다는 겁니다.

또, 가정용 컴퓨터에서 정부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원격 접속 시스템을 갖추고, 사무실 전화는 개인 휴대전화로 착신전환 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사무처도 정부와 비슷한 기준으로 근무 인원을 설정하고, 재택근무 시에는 전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법부인 법원에 물었습니다. 법원행정처'주 1회 이상 재택근무(부서장 등 필수 인원 제외)'를 원칙으로 하되 법원 사정에 따라 탄력적 운영을 권고했다고 답했습니다.

재택근무 시 재판사무시스템을 외부에서 접속할 수 없어 전산 처리되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이어졌습니다.

사무실 밀집도에 대한 기준은 물론 외부에서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무실 전화 착신 전환 등 구체적 실행 방침 없이 재택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 재택근무는 재택대기?…"코로나19 감염 시 투입"

법원 직원들도 재택근무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법원 업무 대부분이 전산으로 이뤄지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전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법원 직원은 "조금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죠. 재판사무시스템이 법원 내부에서만 내부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행 재택근무제의 취지를 강조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다른 업무자가 불의의 코로나19 (감염) 됐을 때 투입할 수 있는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서 일단 대기하고…." - 청주지방법원 관계자


■변호사들 "국민 법익 침해…제도개선 필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내는 등 제도 개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황귀빈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특히 가압류·가처분은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법원 직원에게) 계속 연락이 안 돼서 의뢰인이 당장의 권익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변호사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KBS의 관련 질의에 "재택근무 공무원의 업무 공백이 없도록 대체 업무자를 지정해 재택근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재택근무로 인해 민원인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 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의 재택근무로 법원 스스로 제도의 취지를 해치고, 애꿎은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전국 주요 법원에서 확인되면서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법원의 이상한 ‘재택근무’…“집에선 통화·결재 안돼요”
    • 입력 2021-04-10 09:01:56
    • 수정2021-04-10 14:29:02
    취재K

"죄송합니다. 지금은 담당자가 휴가 중이므로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법원에 전화를 걸면 간혹 이런 안내음이 나옵니다. 최근 이런 안내음을 들었다는 민원인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정말 휴가 중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부서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재택 근무 중인 직원들이 있는데 적절한 안내멘트가 없어서 휴가 중으로 나가는 것 같다" -수원지방법원 관계자 A

분명 재택근무 중이지만 전화 연결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대체 근무자도 없다고 했습니다.

"오늘 재택근무로 (사무실) 근무를 하지 않고, 담당자는 한 분이라고 하십니다. 법원 업무는 집에서는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수원지방법원 관계자 B


■"원칙 없는 재택근무" 변호사들 '부글부글'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법원의 답변을 들었다는 글이 이어졌습니다.


한 변호사는 "법원에 전화하면 '담당자가 재택근무이니 내일 전화하라'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했습니다.

연락이 되더라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급하게 기일 변경을 신청했는데 '재택이라 (내부망 접속이 불가능해) 결재를 못 올린다'고 했다"는 겁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택근무 때문에 기록 복사도 안 되고 기일 변경 확인도 안 되고 답답했던 일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댓글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착신 전환도 안해놓고 재택근무가 말이 되나요? 집에서 노는거지" - 변호사 A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아니면 재택근무를 안 해야지 이게 무슨 업무 방임인가요" - 변호사 B
"전화도 안되고 결재도 안되면 집에서 어떻게 무슨 업무를 한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 변호사 C


■행정부·입법부 재택근무 기준 '명확'…사법부만 '느슨'

다른 공공기관 재택근무는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중앙정부 공무원들의 복무를 관리하는 인사혁신처에 물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공무원 복무관리 특별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했다고 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부서별 총원의 3분의 1을 재택근무하도록 하는 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밀집도를 관리한다는 겁니다.

또, 가정용 컴퓨터에서 정부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원격 접속 시스템을 갖추고, 사무실 전화는 개인 휴대전화로 착신전환 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사무처도 정부와 비슷한 기준으로 근무 인원을 설정하고, 재택근무 시에는 전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법부인 법원에 물었습니다. 법원행정처'주 1회 이상 재택근무(부서장 등 필수 인원 제외)'를 원칙으로 하되 법원 사정에 따라 탄력적 운영을 권고했다고 답했습니다.

재택근무 시 재판사무시스템을 외부에서 접속할 수 없어 전산 처리되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이어졌습니다.

사무실 밀집도에 대한 기준은 물론 외부에서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무실 전화 착신 전환 등 구체적 실행 방침 없이 재택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 재택근무는 재택대기?…"코로나19 감염 시 투입"

법원 직원들도 재택근무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법원 업무 대부분이 전산으로 이뤄지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전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법원 직원은 "조금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죠. 재판사무시스템이 법원 내부에서만 내부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행 재택근무제의 취지를 강조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다른 업무자가 불의의 코로나19 (감염) 됐을 때 투입할 수 있는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서 일단 대기하고…." - 청주지방법원 관계자


■변호사들 "국민 법익 침해…제도개선 필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내는 등 제도 개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황귀빈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특히 가압류·가처분은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법원 직원에게) 계속 연락이 안 돼서 의뢰인이 당장의 권익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변호사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KBS의 관련 질의에 "재택근무 공무원의 업무 공백이 없도록 대체 업무자를 지정해 재택근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재택근무로 인해 민원인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 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의 재택근무로 법원 스스로 제도의 취지를 해치고, 애꿎은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전국 주요 법원에서 확인되면서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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