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고 냈다고 해라”…며느리에게 거짓 자백시킨 시아버지 처벌은?

입력 2021.04.10 (14:16) 수정 2021.04.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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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춘천지방법원 제1 형사부에서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남성에게 내려진 형량은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 남성이 낸 교통사고가 사망자나 중상해 피해자를 낸 사고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 선고된 겁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 교통사고 내고 그대로 도망친 60대 남성

61살 허 모 씨는 2019년 7월 5일 밤 9시 50분쯤 강원도 춘천의 한 교차로에서 주행 대기 중이었습니다. 편도 2차로 길이었는데, 1차로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허 씨는 차선을 변경하려 했고, 2차로로 변경하던 중 마침 2차로에서 주행 중이던 택시의 좌측 뒷문짝 부분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사가 다쳤고, 차량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허 씨는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허 씨는 경찰관으로부터 자신의 차가 수배됐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 잘못을 수습하려다 저지른 '더 큰 잘못'…며느리에게 떠넘겨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허 씨는 아들 부부와 만났습니다.

허 씨는 애초 아들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아들이 술을 마신 상태인 것을 확인한 허 씨는 같이 온 며느리에게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는 진술을 대신 하게끔 부탁했습니다.

결국, 허 씨의 며느리는 경찰 조사에서 택시와의 사고가 자신이 벌인 것이라고 허위 진술을 했고, 허 씨는 보험사에도 며느리가 사고를 냈다며 거짓 사고를 접수하게 합니다.

이후 범행이 발각된 허 씨는 수사기관에 입건됐고, 재판에도 넘겨졌습니다. 허 씨의 죄목은 4가지입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범인 도피교사,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등입니다.

사고를 당한 택시 운전자가 당한 부상이 전치 2주 수준이었고, 차량 파손도 일부분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이 법정에 서게 될 정도로 커진 겁니다.

■ 법원 "죄질 상당히 불량"…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1심 재판부는 허 씨에 대해 "국가 형사사법권의 작용을 곤란하게 했고,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크다.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가 됐고, 형사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점이 참작됐습니다.

그렇게 내려진 형량은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입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허 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면서 "피고인이 범행으로 인한 모든 피해를 갚았다고 하더라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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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사고 냈다고 해라”…며느리에게 거짓 자백시킨 시아버지 처벌은?
    • 입력 2021-04-10 14:16:10
    • 수정2021-04-10 14:29:01
    취재K

이달 초 춘천지방법원 제1 형사부에서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남성에게 내려진 형량은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 남성이 낸 교통사고가 사망자나 중상해 피해자를 낸 사고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 선고된 겁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 교통사고 내고 그대로 도망친 60대 남성

61살 허 모 씨는 2019년 7월 5일 밤 9시 50분쯤 강원도 춘천의 한 교차로에서 주행 대기 중이었습니다. 편도 2차로 길이었는데, 1차로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허 씨는 차선을 변경하려 했고, 2차로로 변경하던 중 마침 2차로에서 주행 중이던 택시의 좌측 뒷문짝 부분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사가 다쳤고, 차량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허 씨는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허 씨는 경찰관으로부터 자신의 차가 수배됐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 잘못을 수습하려다 저지른 '더 큰 잘못'…며느리에게 떠넘겨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허 씨는 아들 부부와 만났습니다.

허 씨는 애초 아들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아들이 술을 마신 상태인 것을 확인한 허 씨는 같이 온 며느리에게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는 진술을 대신 하게끔 부탁했습니다.

결국, 허 씨의 며느리는 경찰 조사에서 택시와의 사고가 자신이 벌인 것이라고 허위 진술을 했고, 허 씨는 보험사에도 며느리가 사고를 냈다며 거짓 사고를 접수하게 합니다.

이후 범행이 발각된 허 씨는 수사기관에 입건됐고, 재판에도 넘겨졌습니다. 허 씨의 죄목은 4가지입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범인 도피교사,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등입니다.

사고를 당한 택시 운전자가 당한 부상이 전치 2주 수준이었고, 차량 파손도 일부분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이 법정에 서게 될 정도로 커진 겁니다.

■ 법원 "죄질 상당히 불량"…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1심 재판부는 허 씨에 대해 "국가 형사사법권의 작용을 곤란하게 했고,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크다.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가 됐고, 형사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점이 참작됐습니다.

그렇게 내려진 형량은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입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허 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면서 "피고인이 범행으로 인한 모든 피해를 갚았다고 하더라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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