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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먹은 그 김치, 진짜 국내산일까?
입력 2021.04.10 (17:13) 취재K
'알몸 김치' 논란에 중국산 김치 포비아 확산…원산지 속이는 식당도 늘어
수입 식품류 소비자 불안 높아지는데 해썹( HACCP) 도입은 하세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른바 '알몸 김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옷을 벗은 중국인 남성이 절인 배추가 떠 있는 대형 수조에 들어가 배추를 굴착기로 옮기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충격적인 모습에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위생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졌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나서서 '해당 배추는 수출용이 아니라 중국 내수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추절임 영상 캡처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추절임 영상 캡처

불똥은 음식점으로 튀었습니다.

'이 김치 중국산 아니냐', '중국산 김치면 안 먹겠다'는 손님들이 늘었습니다. "그게 싫으면 국내산 김치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당에서 납품받는 중국산 김치는 10kg에 1만 2천 원 정도, 국내산은 값이 3배 이상 비쌉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기본 반찬에서 김치를 빼고, 대신 단무지를 내놓는 식당도 생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산지를 속이는 업주들도 늘었다는 겁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전국의 음식점과 통신판매업체 등 3,293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130곳이 적발됐습니다. 적발 업체 대부분(92.3%)은 일반 음식점이었습니다.

실제 단속에도 동행해봤습니다. 식당 내부 원산지 표시판에는 국내산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주방 안 냉장고에서 나온 김치 상자에는 '중국산' 글자가 선명했습니다.

업주들은 '중국산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았다'거나 '국산과 반반 섞어 썼기 때문에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단속에 걸린 식당 중에는 중국산 배추김치를 씻어 국산 백김치로 둔갑시킨 곳도 있었습니다.

단속에 적발된 식당 김치. 중국산 배추김치를 물에 씻어 국산 백김치로 둔갑시켰다.단속에 적발된 식당 김치. 중국산 배추김치를 물에 씻어 국산 백김치로 둔갑시켰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김치 대부분은 중국산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5~2019) 중국산 김치 국내 총 수입량은 135만 4,826톤에 달합니다.

연도별 수입량도 증가세로, 2015년 약 22만 톤에서 2019년 약 30만 톤으로 늘었습니다.

중국산 김치를 이렇게 많이 수입해서 먹어야 한다면, 안전성이라도 챙겨보자고 지난해 4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이 개정됐습니다. 수입 식품에도 안전관리인증 기준, 해썹(HACCP)을 적용하자는 내용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7월부터는 법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검사할 건지조차 정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공장에 우리 공무원을 보내서 검사할 건지, 중국에서 제삼자가 검사를 하고 우리나라에 알려줄 건지, 의무 적용 품목은 어떤 것으로 할지… 이런 세부적이고 민감한 내용을 고시로 정해야 법이 효력을 발휘할 텐데,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양국 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관련 연구차 중국 현지 공장 등을 방문하기도 했던 박기환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와 식약처가 협의하던 중이었는데 코로나19로 진행이 모두 멈춘 상태"라면서 "사실상 1년 정도 논의가 중단된 만큼 법 시행 일자는 잡혀있더라도, 고시가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수입 김치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식약처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소한 원산지 표시를 속여 손님상에 내놓는 비양심적인 행동만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 식당에서 먹은 그 김치, 진짜 국내산일까?
    • 입력 2021-04-10 17:13:00
    취재K
<strong>'알몸 김치' 논란에 중국산 김치 포비아 확산…원산지 속이는 식당도 늘어<br />수입 식품류 소비자 불안 높아지는데 해썹( HACCP) 도입은 하세월</strong>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른바 '알몸 김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옷을 벗은 중국인 남성이 절인 배추가 떠 있는 대형 수조에 들어가 배추를 굴착기로 옮기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충격적인 모습에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위생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졌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나서서 '해당 배추는 수출용이 아니라 중국 내수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추절임 영상 캡처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추절임 영상 캡처

불똥은 음식점으로 튀었습니다.

'이 김치 중국산 아니냐', '중국산 김치면 안 먹겠다'는 손님들이 늘었습니다. "그게 싫으면 국내산 김치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당에서 납품받는 중국산 김치는 10kg에 1만 2천 원 정도, 국내산은 값이 3배 이상 비쌉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기본 반찬에서 김치를 빼고, 대신 단무지를 내놓는 식당도 생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산지를 속이는 업주들도 늘었다는 겁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전국의 음식점과 통신판매업체 등 3,293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130곳이 적발됐습니다. 적발 업체 대부분(92.3%)은 일반 음식점이었습니다.

실제 단속에도 동행해봤습니다. 식당 내부 원산지 표시판에는 국내산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주방 안 냉장고에서 나온 김치 상자에는 '중국산' 글자가 선명했습니다.

업주들은 '중국산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았다'거나 '국산과 반반 섞어 썼기 때문에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단속에 걸린 식당 중에는 중국산 배추김치를 씻어 국산 백김치로 둔갑시킨 곳도 있었습니다.

단속에 적발된 식당 김치. 중국산 배추김치를 물에 씻어 국산 백김치로 둔갑시켰다.단속에 적발된 식당 김치. 중국산 배추김치를 물에 씻어 국산 백김치로 둔갑시켰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김치 대부분은 중국산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5~2019) 중국산 김치 국내 총 수입량은 135만 4,826톤에 달합니다.

연도별 수입량도 증가세로, 2015년 약 22만 톤에서 2019년 약 30만 톤으로 늘었습니다.

중국산 김치를 이렇게 많이 수입해서 먹어야 한다면, 안전성이라도 챙겨보자고 지난해 4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이 개정됐습니다. 수입 식품에도 안전관리인증 기준, 해썹(HACCP)을 적용하자는 내용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7월부터는 법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검사할 건지조차 정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공장에 우리 공무원을 보내서 검사할 건지, 중국에서 제삼자가 검사를 하고 우리나라에 알려줄 건지, 의무 적용 품목은 어떤 것으로 할지… 이런 세부적이고 민감한 내용을 고시로 정해야 법이 효력을 발휘할 텐데,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양국 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관련 연구차 중국 현지 공장 등을 방문하기도 했던 박기환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와 식약처가 협의하던 중이었는데 코로나19로 진행이 모두 멈춘 상태"라면서 "사실상 1년 정도 논의가 중단된 만큼 법 시행 일자는 잡혀있더라도, 고시가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수입 김치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식약처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소한 원산지 표시를 속여 손님상에 내놓는 비양심적인 행동만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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