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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장] ‘신경섬유종’ 故 심현희 씨 후원금 8억 원은 어디로?
입력 2021.04.12 (19:16) 수정 2021.04.12 (19:53) 뉴스7(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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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이 여성의 얼굴, 아직 기억하시는 분들 꽤 있으실 텐데요.

대전에서 신경섬유종을 앓다가 숨진 故 심현희 씨의 생전 모습입니다.

오늘은 심 씨 후원금을 두고 벌어진 심 씨 유족 측과 재단의 법적 분쟁을 얘기 해보려고 합니다.

[앵커]

저도 예전에 방송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안타까운 사연에 후원금도 꽤 많이 모였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기자]

네, 2016년 10월이었죠.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이 무너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심 씨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전해졌는데요.

방송이 나간 지 불과 나흘 만에 후원금이 무려 10억 원 넘게 모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심 씨는 2년쯤 뒤인 2018년 9월 치료 도중 과다출혈로 숨졌습니다.

그 뒤로는 관련 소식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심 씨 유족 측이 저희 KBS에 제보를 했습니다.

[앵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후원금 분쟁과 관련한 제보였겠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당시 해당 방송국은 한 복지재단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했는데요.

심 씨가 숨지자 복지재단 측은 자체 자문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의 문의 절차를 거쳐 남은 후원금의 사용계획을 변경하기로 합니다.

후원금은 심 씨 생전에 사용한 치료비 등을 제외하고 8억 원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잔액 가운데 심 씨 어머니 치료비와 생계비를 제외한 7억여 원을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다른 저소득층 환자를 위해 사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단 측은 이런 내용으로 심 씨 유족 측에 동의를 구했는데 유족 측이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애초에 후원자들이 심 씨와 가족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보내왔던 것이고, 또 방송사가 여러 후원자들과 심 씨와 가족인 자신들을 수익자로 한 계약을 체결했고, 재단은 이렇게 모인 후원금의 지급을 맡은 수탁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후원금 잔액을 자신들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1심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주장대로 수익자는 심 씨와 심 씨 가족이고 복지재단 측은 이런 계약 이행을 대신 맡은 수탁자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또 많은 후원자가 일반적으로 신경섬유종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보다는 '심 씨와 심 씨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보고 후원금을 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당시 방송을 본 시청자 중 일부가 후원금이 심 씨와 그 가족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었고, 이런 우려 때문에 재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재단 역시 후원금은 심 씨와 가족의 욕구에 맞게 지원될 계획이라는 공지를 했었고 그 공지에는 후원금 전액이 심 씨와 그 가족을 위해 사용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1심 법원은 재단 측이 후원금 잔액 8억여 원을 심 씨 가족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법원 판결대로 이 8억 원이 유족 측에게 지급됐나요?

[기자]

아닙니다.

재단 측이 항소를 했는데, 판결이 뒤집어졌습니다.

앞서 법원이 재단에 대해 후원금 지급 계약을 대신 진행하는 수탁자일 뿐이라고 봤다, 이렇게 말씀드렸죠.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재단이 후원금 모집의 주체라고 봤습니다.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계획서를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는데, 모집 기관이 아닌 방송사가 이걸 할 수는 없었겠죠.

모집 신청을 재단 측이 했고, 이후 집행 과정에서도 재단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후원금 결제창과 기부금 영수증에 재단 이름이 들어가 있는 점을 볼 때에도 후원자들도 후원금을 재단이 받아 집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후원금의 주된 목적이 심 씨의 수술비와 치료비 지원이었다면서 심 씨가 숨졌음에도 가족에게 잔액을 지급하는 게 후원자들의 의사와 전적으로 일치한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1, 2심 판결이 엇갈렸는데 그럼 이 8억 원이나 되는 후원금,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심 씨 유족 측은 소송비용을 이유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2심에서 나온 판결대로 현재 재단 측이 후원금 잔액을 관리하고 있는데요.

대신에 재단 측은 도의적인 차원에서 심 씨 가족 측에 2억 원을 생계지원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앵커]

많은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낸 소중한 후원금인데, 이렇게 분쟁에 휘말리면 후원자와 당사자, 관계자 모두 실망이 클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기부 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네, 이런 후원금 분쟁,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기부금 사용처 문제를 비롯해서 종종 나오는 이야기죠.

일단 이 사건만 놓고 보면 어느 한쪽이 무조건 맞다, 이렇게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족과 재단 양쪽 주장 모두 들어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마저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건데요.

이 때문에 분쟁을 피하려면 후원금을 모집하기 전부터 모집 목적과 사용 계획, 그리고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경우 그 대안을 세밀하게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이런 내용을 모집 기관과 당사자가 충분히 상의한 뒤 합의를 하고, 후원자들에게도 명확히 알려야겠습니다.
  • [사건팀장] ‘신경섬유종’ 故 심현희 씨 후원금 8억 원은 어디로?
    • 입력 2021-04-12 19:16:57
    • 수정2021-04-12 19:53:20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이 여성의 얼굴, 아직 기억하시는 분들 꽤 있으실 텐데요.

대전에서 신경섬유종을 앓다가 숨진 故 심현희 씨의 생전 모습입니다.

오늘은 심 씨 후원금을 두고 벌어진 심 씨 유족 측과 재단의 법적 분쟁을 얘기 해보려고 합니다.

[앵커]

저도 예전에 방송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안타까운 사연에 후원금도 꽤 많이 모였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기자]

네, 2016년 10월이었죠.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이 무너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심 씨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전해졌는데요.

방송이 나간 지 불과 나흘 만에 후원금이 무려 10억 원 넘게 모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심 씨는 2년쯤 뒤인 2018년 9월 치료 도중 과다출혈로 숨졌습니다.

그 뒤로는 관련 소식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심 씨 유족 측이 저희 KBS에 제보를 했습니다.

[앵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후원금 분쟁과 관련한 제보였겠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당시 해당 방송국은 한 복지재단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했는데요.

심 씨가 숨지자 복지재단 측은 자체 자문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의 문의 절차를 거쳐 남은 후원금의 사용계획을 변경하기로 합니다.

후원금은 심 씨 생전에 사용한 치료비 등을 제외하고 8억 원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잔액 가운데 심 씨 어머니 치료비와 생계비를 제외한 7억여 원을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다른 저소득층 환자를 위해 사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단 측은 이런 내용으로 심 씨 유족 측에 동의를 구했는데 유족 측이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애초에 후원자들이 심 씨와 가족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보내왔던 것이고, 또 방송사가 여러 후원자들과 심 씨와 가족인 자신들을 수익자로 한 계약을 체결했고, 재단은 이렇게 모인 후원금의 지급을 맡은 수탁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후원금 잔액을 자신들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1심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주장대로 수익자는 심 씨와 심 씨 가족이고 복지재단 측은 이런 계약 이행을 대신 맡은 수탁자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또 많은 후원자가 일반적으로 신경섬유종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보다는 '심 씨와 심 씨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보고 후원금을 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당시 방송을 본 시청자 중 일부가 후원금이 심 씨와 그 가족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었고, 이런 우려 때문에 재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재단 역시 후원금은 심 씨와 가족의 욕구에 맞게 지원될 계획이라는 공지를 했었고 그 공지에는 후원금 전액이 심 씨와 그 가족을 위해 사용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1심 법원은 재단 측이 후원금 잔액 8억여 원을 심 씨 가족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법원 판결대로 이 8억 원이 유족 측에게 지급됐나요?

[기자]

아닙니다.

재단 측이 항소를 했는데, 판결이 뒤집어졌습니다.

앞서 법원이 재단에 대해 후원금 지급 계약을 대신 진행하는 수탁자일 뿐이라고 봤다, 이렇게 말씀드렸죠.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재단이 후원금 모집의 주체라고 봤습니다.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계획서를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는데, 모집 기관이 아닌 방송사가 이걸 할 수는 없었겠죠.

모집 신청을 재단 측이 했고, 이후 집행 과정에서도 재단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후원금 결제창과 기부금 영수증에 재단 이름이 들어가 있는 점을 볼 때에도 후원자들도 후원금을 재단이 받아 집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후원금의 주된 목적이 심 씨의 수술비와 치료비 지원이었다면서 심 씨가 숨졌음에도 가족에게 잔액을 지급하는 게 후원자들의 의사와 전적으로 일치한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1, 2심 판결이 엇갈렸는데 그럼 이 8억 원이나 되는 후원금,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심 씨 유족 측은 소송비용을 이유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2심에서 나온 판결대로 현재 재단 측이 후원금 잔액을 관리하고 있는데요.

대신에 재단 측은 도의적인 차원에서 심 씨 가족 측에 2억 원을 생계지원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앵커]

많은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낸 소중한 후원금인데, 이렇게 분쟁에 휘말리면 후원자와 당사자, 관계자 모두 실망이 클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기부 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네, 이런 후원금 분쟁,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기부금 사용처 문제를 비롯해서 종종 나오는 이야기죠.

일단 이 사건만 놓고 보면 어느 한쪽이 무조건 맞다, 이렇게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족과 재단 양쪽 주장 모두 들어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마저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건데요.

이 때문에 분쟁을 피하려면 후원금을 모집하기 전부터 모집 목적과 사용 계획, 그리고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경우 그 대안을 세밀하게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이런 내용을 모집 기관과 당사자가 충분히 상의한 뒤 합의를 하고, 후원자들에게도 명확히 알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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