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엉터리 주민참여예산…“선심성 사업에 세금 낭비”

입력 2021.04.12 (21:48) 수정 2021.04.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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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문제점,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김제시는 요즘 가스레인지 대신 많이 쓰고 있는 전기레인지를 경로당에 설치하는 사업을 주민참여예산으로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사업 추진 과정이 불투명해 예산 낭비 우려가 큰데도, 김제시는 문제를 감추는데 급급해 세금을 허투루 쓰는 걸 방조하고 있었습니다.

안태성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제시내 한 경로당.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부터 경로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없는데 얼마전 전기레인지, 이른바 '인덕션'을 새로 설치했습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원 : "작년 가을, 겨울인가 신청하라고 해서 갖고 왔어요. (신청을 하라고 했어요? 누가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근처 또 다른 경로당.

며칠 전 배달됐다는 인덕션은 주방에 설치도 안하고 다른 방에 놓여 있습니다.

김제시내 경로당에 왜 '인덕션' 바람이 분 걸까.

김제시는 경로당에서 '인덕션'이 필요하다고 해 사업비 전액을 도비로 지원받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추진했다고 말합니다.

[김제시 경로복지팀 직원 : "요즘은 인덕션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가스가 안 좋다고 하니까 이런 걸(인덕션)을 요구할 수 있거든요."]

과연 그럴까?

주민센터를 찾아가 어느 경로당에서 인덕션을 요구했는지 신청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개인 정보라며 거부합니다.

신청서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도 거부했습니다.

어느 경로당에 인덕션이 설치됐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제시 요촌동 주민센터 직원 : "(어디, 어디가 인덕션이 들어갔는지는 알려주셔야 할 거 아니에요?) 그건, 이제 알아보셔야죠. 저희는 알고는 있는데…."]

김제시는 수요를 조사한 뒤 신청을 받아 대상을 정했다고 했지만, 취재진이 찾아간 경로당에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합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장 : "연락이 안 왔어요. (아예 연락이 안 왔어요?) 예. (어디는 해주고, 어디는 안 해줬다는 건데요.) 그러니까요."]

'인덕션' 설치 사업을 아예 모르는 경로당도 있습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원 : "(여기는 달아준다는 얘기 없었어요?) 처음 듣는 소리이니까.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그것이 뭔데요. (모르세요? 뭔지?) 예."]

인덕션이 놓여 있던 이 경로당.

김제시에 확인해보니, 애초 사업 대상에서 빠져 있던 곳입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장 : "시에서 신청하라고 해가지고 신청해서 나왔어요. (시면은 동사무소를 얘기하시는 건가요?) 예. 동사무소에 신청했죠. 요촌동으로 해서 10대가 나왔데요. 그래서 선착순으로 신청한 사람만 준 것 같더라고요."]

인덕션 한 대당 백만 원씩, 경로당 백10곳에 설치 예산을 세웠는데. 김제시 19개 읍,면,동 가운데 11곳에만 집중돼 있습니다.

나머지 8곳은 어떻게 된 걸까?

[김제시 금산면 주민센터 직원 : "인덕션 사업 관련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에요. (인덕션은 금시초문이라는 거잖아요. 이 지역에서는?) 그렇죠."]

경로당 인덕션 설치 사업 예산이 책정된 11개 읍면동.

공통점을 찾아보니 한 도의원의 선거구입니다.

미리 사업을 정해 놓고 예산에 맞춰 인덕션을 할당한 건데, 재량사업비에서 주민참여예산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전북도의원 : "주민 편의를 챙겼다고 했는데, 일부는 예산이 약간 낭비되는 것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도 고심스럽네요."]

가장 기본적인 주민 신청 절차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 주민참여예산 사업.

지역구 챙기기용이라는 지방의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이 여전히 뿌리박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선심성 사업에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느슨한 행정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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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엉터리 주민참여예산…“선심성 사업에 세금 낭비”
    • 입력 2021-04-12 21:48:09
    • 수정2021-04-12 22:23:39
    뉴스9(전주)
[앵커]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문제점,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김제시는 요즘 가스레인지 대신 많이 쓰고 있는 전기레인지를 경로당에 설치하는 사업을 주민참여예산으로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사업 추진 과정이 불투명해 예산 낭비 우려가 큰데도, 김제시는 문제를 감추는데 급급해 세금을 허투루 쓰는 걸 방조하고 있었습니다.

안태성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제시내 한 경로당.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부터 경로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없는데 얼마전 전기레인지, 이른바 '인덕션'을 새로 설치했습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원 : "작년 가을, 겨울인가 신청하라고 해서 갖고 왔어요. (신청을 하라고 했어요? 누가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근처 또 다른 경로당.

며칠 전 배달됐다는 인덕션은 주방에 설치도 안하고 다른 방에 놓여 있습니다.

김제시내 경로당에 왜 '인덕션' 바람이 분 걸까.

김제시는 경로당에서 '인덕션'이 필요하다고 해 사업비 전액을 도비로 지원받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추진했다고 말합니다.

[김제시 경로복지팀 직원 : "요즘은 인덕션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가스가 안 좋다고 하니까 이런 걸(인덕션)을 요구할 수 있거든요."]

과연 그럴까?

주민센터를 찾아가 어느 경로당에서 인덕션을 요구했는지 신청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개인 정보라며 거부합니다.

신청서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도 거부했습니다.

어느 경로당에 인덕션이 설치됐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제시 요촌동 주민센터 직원 : "(어디, 어디가 인덕션이 들어갔는지는 알려주셔야 할 거 아니에요?) 그건, 이제 알아보셔야죠. 저희는 알고는 있는데…."]

김제시는 수요를 조사한 뒤 신청을 받아 대상을 정했다고 했지만, 취재진이 찾아간 경로당에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합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장 : "연락이 안 왔어요. (아예 연락이 안 왔어요?) 예. (어디는 해주고, 어디는 안 해줬다는 건데요.) 그러니까요."]

'인덕션' 설치 사업을 아예 모르는 경로당도 있습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원 : "(여기는 달아준다는 얘기 없었어요?) 처음 듣는 소리이니까.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그것이 뭔데요. (모르세요? 뭔지?) 예."]

인덕션이 놓여 있던 이 경로당.

김제시에 확인해보니, 애초 사업 대상에서 빠져 있던 곳입니다.

[김제시 요촌동 □□경로당 회장 : "시에서 신청하라고 해가지고 신청해서 나왔어요. (시면은 동사무소를 얘기하시는 건가요?) 예. 동사무소에 신청했죠. 요촌동으로 해서 10대가 나왔데요. 그래서 선착순으로 신청한 사람만 준 것 같더라고요."]

인덕션 한 대당 백만 원씩, 경로당 백10곳에 설치 예산을 세웠는데. 김제시 19개 읍,면,동 가운데 11곳에만 집중돼 있습니다.

나머지 8곳은 어떻게 된 걸까?

[김제시 금산면 주민센터 직원 : "인덕션 사업 관련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에요. (인덕션은 금시초문이라는 거잖아요. 이 지역에서는?) 그렇죠."]

경로당 인덕션 설치 사업 예산이 책정된 11개 읍면동.

공통점을 찾아보니 한 도의원의 선거구입니다.

미리 사업을 정해 놓고 예산에 맞춰 인덕션을 할당한 건데, 재량사업비에서 주민참여예산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전북도의원 : "주민 편의를 챙겼다고 했는데, 일부는 예산이 약간 낭비되는 것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도 고심스럽네요."]

가장 기본적인 주민 신청 절차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 주민참여예산 사업.

지역구 챙기기용이라는 지방의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이 여전히 뿌리박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선심성 사업에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느슨한 행정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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