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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과 요구르트 한번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입력 2021.04.13 (11:03) 수정 2021.04.13 (17:13) 취재K

플라스틱 용기에 알약과 음료가 같이 들어 있는 제품,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약과 음료가 분리된 공간에 있어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알약과 음료를 한번에 먹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이 기술은 2003년 중소기업 J사가 개발해 특허 출원도 되어 있습니다. 이후 또 다른 중소기업 N사가 특허권을 인수해 상용화했습니다.

기술을 개발한 J사, 이 기술을 상용화해 납품하기로 한 N사, 그리고 hy(전 한국야쿠르트) 이렇게 3자는 해당 기술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전용실시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기술이 들어간 음료수는 매년 수천만 개씩, 지난해에는 약 1억 개나 팔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양유업에서 출시된 신제품 용기가 hy의 제품 용기와 아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알약과 음료가 분리돼 보관되다 뚜껑을 열면 같이 먹을 수 있는 작동 원리는 물론 외형까지 판박이라는 겁니다.

기존 시중 제품(오른쪽)을 납품하던 중소기업이 남양유업의 신제품(왼쪽)이 특허와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기존 시중 제품(오른쪽)을 납품하던 중소기업이 남양유업의 신제품(왼쪽)이 특허와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작동원리부터 주요 규격 같은 신제품...중소기업 "특허·디자인 침해"

대형마트 한 매대에서 같이 팔리고 있는 두 제품을 구매해 얼마나 비슷한지 확인해봤습니다.

일단 외관은 흡사했습니다. 용기의 외형은 물론 병의 높이, 입구의 크기 등 주요 규격이 일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의 뚜껑을 서로 바꾸어 끼워도 호환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 구성품들도 비슷해 음료와 알약을 동시에 마시는 작동원리마저도 같았습니다.

이 기술에 관한 특허권을 인수해 상용화한 N사는 전용실시권 계약에 따라 한국야쿠르트 외에는 다른 업체 요청이 와도 기술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신제품 출시로 회사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 타격받을 우려가 커졌다고 호소합니다.

N사 전무인 김종욱 씨는 "이 제품의 특허권을 인수하고 상용화하는 데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라며 "대기업이 특허 침해를 해왔을 때 중소기업은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N사는 한국야쿠르트와 함께 특허침해소송에 나섰습니다. 해당 특허가 침해돼 피해가 우려된다며 남양유업의 신제품 생산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중소기업 N사는 뚜껑을 통해 음료와 내부 알약을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다.중소기업 N사는 뚜껑을 통해 음료와 내부 알약을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다.

■ 남양유업 "제품 출시 전 특허침해 소지 없다 판단 받아"

남양유업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용기는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게 아니라 계약을 한 용기전문업체에서 생산 중이고, 해당 업체가 특허 침해 소지를 확인해 문제가 없다고 전해 이를 믿고 판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계약을 맡긴 용기업체와 N사 사이의 특허침해 갈등이라는 겁니다.

또 남양유업과 용기전문업체 측은 "문제가 된 특허는 이전부터 해외에 선행 사례가 있어 hy 제품도 이를 모방한 것"이라면서, 특허무효심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행 사례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알려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는 법적 분쟁 중이다보니 상대 측에 자신들의 법적 근거가 알려질 수 있어 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법원의 판단을 통해 특허 침해인지 여부가 나오겠지만, 전문가들은 용기전문업체와 N사의 갈등으로만 볼 수 없다며 남양유업도 특허침해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현호 대한변리사회 섭외이사는 "생산된 제품을 선의로 구매했더라도 사용을 하거나 판매를 하면 별개 행위기 때문에 별개로 침해가 성립된다"면서, "(용기전문업체가 보증을) 해줬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특허 침해를 벗어나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알약과 요구르트 한번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입력 2021-04-13 11:03:41
    • 수정2021-04-13 17:13:57
    취재K

플라스틱 용기에 알약과 음료가 같이 들어 있는 제품,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약과 음료가 분리된 공간에 있어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알약과 음료를 한번에 먹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이 기술은 2003년 중소기업 J사가 개발해 특허 출원도 되어 있습니다. 이후 또 다른 중소기업 N사가 특허권을 인수해 상용화했습니다.

기술을 개발한 J사, 이 기술을 상용화해 납품하기로 한 N사, 그리고 hy(전 한국야쿠르트) 이렇게 3자는 해당 기술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전용실시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기술이 들어간 음료수는 매년 수천만 개씩, 지난해에는 약 1억 개나 팔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양유업에서 출시된 신제품 용기가 hy의 제품 용기와 아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알약과 음료가 분리돼 보관되다 뚜껑을 열면 같이 먹을 수 있는 작동 원리는 물론 외형까지 판박이라는 겁니다.

기존 시중 제품(오른쪽)을 납품하던 중소기업이 남양유업의 신제품(왼쪽)이 특허와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기존 시중 제품(오른쪽)을 납품하던 중소기업이 남양유업의 신제품(왼쪽)이 특허와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작동원리부터 주요 규격 같은 신제품...중소기업 "특허·디자인 침해"

대형마트 한 매대에서 같이 팔리고 있는 두 제품을 구매해 얼마나 비슷한지 확인해봤습니다.

일단 외관은 흡사했습니다. 용기의 외형은 물론 병의 높이, 입구의 크기 등 주요 규격이 일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의 뚜껑을 서로 바꾸어 끼워도 호환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 구성품들도 비슷해 음료와 알약을 동시에 마시는 작동원리마저도 같았습니다.

이 기술에 관한 특허권을 인수해 상용화한 N사는 전용실시권 계약에 따라 한국야쿠르트 외에는 다른 업체 요청이 와도 기술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신제품 출시로 회사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 타격받을 우려가 커졌다고 호소합니다.

N사 전무인 김종욱 씨는 "이 제품의 특허권을 인수하고 상용화하는 데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라며 "대기업이 특허 침해를 해왔을 때 중소기업은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N사는 한국야쿠르트와 함께 특허침해소송에 나섰습니다. 해당 특허가 침해돼 피해가 우려된다며 남양유업의 신제품 생산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중소기업 N사는 뚜껑을 통해 음료와 내부 알약을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다.중소기업 N사는 뚜껑을 통해 음료와 내부 알약을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다.

■ 남양유업 "제품 출시 전 특허침해 소지 없다 판단 받아"

남양유업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용기는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게 아니라 계약을 한 용기전문업체에서 생산 중이고, 해당 업체가 특허 침해 소지를 확인해 문제가 없다고 전해 이를 믿고 판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계약을 맡긴 용기업체와 N사 사이의 특허침해 갈등이라는 겁니다.

또 남양유업과 용기전문업체 측은 "문제가 된 특허는 이전부터 해외에 선행 사례가 있어 hy 제품도 이를 모방한 것"이라면서, 특허무효심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행 사례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알려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는 법적 분쟁 중이다보니 상대 측에 자신들의 법적 근거가 알려질 수 있어 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법원의 판단을 통해 특허 침해인지 여부가 나오겠지만, 전문가들은 용기전문업체와 N사의 갈등으로만 볼 수 없다며 남양유업도 특허침해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현호 대한변리사회 섭외이사는 "생산된 제품을 선의로 구매했더라도 사용을 하거나 판매를 하면 별개 행위기 때문에 별개로 침해가 성립된다"면서, "(용기전문업체가 보증을) 해줬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특허 침해를 벗어나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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