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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64.4% vs 58.3%…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21.04.14 (14:45) 취재K

"국가 재무제표상 부채는 국가채무와 다른 개념입니다."
"국가채무와 부채(재무제표상 부채)는 다릅니다."
"IMF 국가채무 비율은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재정준칙 상 국가채무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 7, 8일 잇따라 배포한 보도설명자료 제목입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이 달(4월) 재정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에 대해 우려했고, 이를 인용한 기사들이 다수 나왔습니다. 정부는 위에 언급한 보도자료 외에도, 오늘(14일) 기획재정부 안도걸 2차관이 '재정 이슈 관련 기자 간담회'까지 자처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습니다.

■IMF "한국, 국가채무 상승 곡선"
IMF는 보고서에서 "몇몇 국가들의 국가채무는 중기적 관점에서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예로 들었습니다. 특히 한국을 콕 찍어 "사회안전망과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 등을 위해 늘리고 있는 지출이 국가채무를 상승 곡선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IMF가 첨부한 각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보면 한국은 2021년 53.2%에서 2024년 64.4%, 2026년 69.7%로 상승합니다. 2021~2026년 상승 폭으로 봤을 때 비교 대상인 주요 35개국(Advanced Economies) 가운데 1위입니다.

■국가채무비율 64.4% vs 58.3%…누구 말이 맞나?

그런데 정부가 발표했던 수치는 다릅니다. 지난해 9월 1일 배포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21년 46.7% (3, 4차 추경 미반영) -> 2024년 58.3%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IMF는 64.4%, 정부는 58.3%로 차이가 큽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두 수치는 똑같이 '국가채무'지만 범위가 다릅니다. 정부의 국가 채무 비율은 '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만 포함했습니다. IMF의 국가채무비율에는 중앙정부+지방정부+비영리 공공기관 채무가 들어있습니다.

안도걸 2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비금융 공공기관은 기관마다 중기적인 재정 흐름이 있는데 어떻게 예측할 것이냐는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IMF의 예상에) 퀘스쳔 마크(의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국가채무 계산법이 틀렸다"거나 "2026년까지 국가채무 비율을 60% 아래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못 지키게 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정부도 할 말이 있는 셈입니다.

■상승 폭은 왜 우리만 클까?

그럼 수치는 그렇다 치고, 증가 폭은 왜 우리만 유독 클까요? IMF는 각국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하되(우리 정부의 경우 2020~2024년 중기재정계획), 나라마다 통계 시기와 작성 방법이 다른 점을 고려해 자체적인 계산법을 만들어 전망했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대외비라는 게 기재부 설명입니다.

기재부의 불만은 이 계산에서 '우리만 긴축 전의 펑퍼짐한 지출 계획을 반영했다'는 것입니다. 2022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을 보면 미국은 -12.3%, 영국 -6.8%, 독일도 -3.7% 이렇게 잡았는데 한국은 +2.5%로 돼 있습니다. 우리만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자료가 반영돼서 그렇다는 게 기재부 측 설명입니다. 정부가 긴축을 예고한 내년 예산안은 작업 중이라고 하고요.

■기재부 "재정에 대한 오해가 통념으로 굳어지는 것 좋지 않아"

기재부 강승준 재정관리관은 "피치나 S&P 같은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 연례협의할 때 항상 중요하게 챙겨보는 게 재정 건전성"이라면서 오해가 통념으로 굳어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인 셈입니다.

다만 빚 증가 속도 문제는 IMF가 아닌 우리 정부도 늘 걱정하던 문제입니다. 일부 수치가 억울하다고 해서 코로나19로 확장 일로인 우리 재정이 아주 '건전하다'고만 하기도 어렵습니다.

■"국가부채 판단, 결국 외부의 몫"

재정전문가인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본부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국가 부채 위험성에 대한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해외 투자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정 수지 적자가 더 안 커지고 안정화된다는 노력은 보여줘야 한다. 시그널을 줄 필요는 있다"고도 했습니다.

대외적으로 오해나 오보를 바로잡는 것보다 중요한 건, 결국 쓰는 건 얼마나 줄이고 세입은 어떻게 늘릴 것인지에 대한 '미래 가계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겁니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얘기만 하고 있지만, 국방이나 복지 등 고정적 비용이 들어가는 의무지출은 줄일 수 없고 정부가 지난해 시동을 건 '한국판 뉴딜'에도 수십조 원의 예산이 앞으로 들어갑니다. 줄일 수 있는 지출이 많지 않은 겁니다.

■돌고 돌면 증세 논의로…우리 정부는?

결국은 증세 논의로 돌아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습니다. 영국은 2023년부터 법인세 세율을 올리기로 했고 미국도 법인세 인상 계획을 밝혔습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부유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IMF는 국가채무 문제로 우리나라를 '콕 찍었고', 우리 '주머니 사정'에 쏠린 시선은, 그래서 주머니 관리를 맡은 정부가 취할 다음 조처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국가채무비율 64.4% vs 58.3%…누구 말이 맞나?
    • 입력 2021-04-14 14:45:25
    취재K

"국가 재무제표상 부채는 국가채무와 다른 개념입니다."
"국가채무와 부채(재무제표상 부채)는 다릅니다."
"IMF 국가채무 비율은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재정준칙 상 국가채무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 7, 8일 잇따라 배포한 보도설명자료 제목입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이 달(4월) 재정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에 대해 우려했고, 이를 인용한 기사들이 다수 나왔습니다. 정부는 위에 언급한 보도자료 외에도, 오늘(14일) 기획재정부 안도걸 2차관이 '재정 이슈 관련 기자 간담회'까지 자처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습니다.

■IMF "한국, 국가채무 상승 곡선"
IMF는 보고서에서 "몇몇 국가들의 국가채무는 중기적 관점에서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예로 들었습니다. 특히 한국을 콕 찍어 "사회안전망과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 등을 위해 늘리고 있는 지출이 국가채무를 상승 곡선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IMF가 첨부한 각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보면 한국은 2021년 53.2%에서 2024년 64.4%, 2026년 69.7%로 상승합니다. 2021~2026년 상승 폭으로 봤을 때 비교 대상인 주요 35개국(Advanced Economies) 가운데 1위입니다.

■국가채무비율 64.4% vs 58.3%…누구 말이 맞나?

그런데 정부가 발표했던 수치는 다릅니다. 지난해 9월 1일 배포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21년 46.7% (3, 4차 추경 미반영) -> 2024년 58.3%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IMF는 64.4%, 정부는 58.3%로 차이가 큽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두 수치는 똑같이 '국가채무'지만 범위가 다릅니다. 정부의 국가 채무 비율은 '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만 포함했습니다. IMF의 국가채무비율에는 중앙정부+지방정부+비영리 공공기관 채무가 들어있습니다.

안도걸 2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비금융 공공기관은 기관마다 중기적인 재정 흐름이 있는데 어떻게 예측할 것이냐는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IMF의 예상에) 퀘스쳔 마크(의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국가채무 계산법이 틀렸다"거나 "2026년까지 국가채무 비율을 60% 아래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못 지키게 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정부도 할 말이 있는 셈입니다.

■상승 폭은 왜 우리만 클까?

그럼 수치는 그렇다 치고, 증가 폭은 왜 우리만 유독 클까요? IMF는 각국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하되(우리 정부의 경우 2020~2024년 중기재정계획), 나라마다 통계 시기와 작성 방법이 다른 점을 고려해 자체적인 계산법을 만들어 전망했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대외비라는 게 기재부 설명입니다.

기재부의 불만은 이 계산에서 '우리만 긴축 전의 펑퍼짐한 지출 계획을 반영했다'는 것입니다. 2022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을 보면 미국은 -12.3%, 영국 -6.8%, 독일도 -3.7% 이렇게 잡았는데 한국은 +2.5%로 돼 있습니다. 우리만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자료가 반영돼서 그렇다는 게 기재부 측 설명입니다. 정부가 긴축을 예고한 내년 예산안은 작업 중이라고 하고요.

■기재부 "재정에 대한 오해가 통념으로 굳어지는 것 좋지 않아"

기재부 강승준 재정관리관은 "피치나 S&P 같은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 연례협의할 때 항상 중요하게 챙겨보는 게 재정 건전성"이라면서 오해가 통념으로 굳어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인 셈입니다.

다만 빚 증가 속도 문제는 IMF가 아닌 우리 정부도 늘 걱정하던 문제입니다. 일부 수치가 억울하다고 해서 코로나19로 확장 일로인 우리 재정이 아주 '건전하다'고만 하기도 어렵습니다.

■"국가부채 판단, 결국 외부의 몫"

재정전문가인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본부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국가 부채 위험성에 대한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해외 투자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정 수지 적자가 더 안 커지고 안정화된다는 노력은 보여줘야 한다. 시그널을 줄 필요는 있다"고도 했습니다.

대외적으로 오해나 오보를 바로잡는 것보다 중요한 건, 결국 쓰는 건 얼마나 줄이고 세입은 어떻게 늘릴 것인지에 대한 '미래 가계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겁니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얘기만 하고 있지만, 국방이나 복지 등 고정적 비용이 들어가는 의무지출은 줄일 수 없고 정부가 지난해 시동을 건 '한국판 뉴딜'에도 수십조 원의 예산이 앞으로 들어갑니다. 줄일 수 있는 지출이 많지 않은 겁니다.

■돌고 돌면 증세 논의로…우리 정부는?

결국은 증세 논의로 돌아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습니다. 영국은 2023년부터 법인세 세율을 올리기로 했고 미국도 법인세 인상 계획을 밝혔습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부유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IMF는 국가채무 문제로 우리나라를 '콕 찍었고', 우리 '주머니 사정'에 쏠린 시선은, 그래서 주머니 관리를 맡은 정부가 취할 다음 조처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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