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차량·택배차량에 유료 출입증?…아파트 갑질 논란

입력 2021.04.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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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에서 통학차량에 대한 유료 출입증 발급으로 '갑질'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에서 통학차량에 대한 유료 출입증 발급으로 '갑질'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학차량 운전자 : "어린이집 차량입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 : "등록 안 하면 여기로 못 다녀요!"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한 기사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원생을 실으러 가던 길인데 아파트 진입로에서 출입이 통제된 겁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차량 등록을 해야 출입을 허가해주겠다고 대답했는데요. 아파트 측은 출입차량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5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등록증을 발급받으라고 했습니다.

거기에 매월 2,500원가량의 이용료도 내야 했는데요. 발급을 받지 않으면 주 출입로 3개 중 정문을 통해서만 방문차량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후문의 출입시설. 인터폰을 누르자 출입증을 발급받으라는 안내가 나왔다.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후문의 출입시설. 인터폰을 누르자 출입증을 발급받으라는 안내가 나왔다.

"돈 안 내면 돌아가"…황당한 아파트 내규

문제는 이 아파트가 2천2백여 가구가 사는 대단지 아파트여서 주 출입로만 3개에, 건물만 20개 동이라는 점인데요. 정문으로 돌아가면 길게는 10분 이상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결국 아침마다 원생을 실어나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는 다 문을 열어주는데, 돈까지 내면서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일 텐데요. 하지만 괜한 분란을 일으켰다가 학원 운영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한 학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증을 발급받았습니다.

택배 차량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배달 속도가 생명인 기사들에게 시간은 금인데요. 담당 차량이 많은 우체국 등은 정문을 거쳐 가는 방식을 택했지만, 일부 기사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며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통학차량 기사는 힘든 형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취재진이 만난 통학차량 기사는 힘든 형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까지…"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찾아야"

아파트 측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대단지 아파트인데다 상권이 발달해 인근 방문 차량이 폭증하자 주차난과 교통난이 겹쳤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학원 차량 등의 장기주차를 줄이는 방편으로 입주민 회의를 거쳐 등록증을 발급하고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이 같은 사실을 몰랐습니다.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요금을 걷으면 오히려 그 부담이 다시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또 다른 주민은 "아이들의 안전 때문에 아파트 안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더군다나 다른 아파트들은 통학차량 등을 확인하면 추가 요금 등은 걷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부산의 또 다른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방문 차량의 출입은 허용하되 한 시간 이상 정차하는 경우 요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 편의상 내린 결정이라고 하는데요. 상권과 인접한 곳은 30분 정도로 조정했고, 택배차량은 별도 출입증을 발급하고 추가 요금은 징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또다른 통학차량 운전기사는 "방문차량으로 정문에서 통과하려 해도 거부당한 일이 있었다"며 아파트 주민의 편의를 위해 통학차량이 운행되는 점을 감안했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영세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워진 만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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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학차량·택배차량에 유료 출입증?…아파트 갑질 논란
    • 입력 2021-04-14 16:53:39
    취재K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에서 통학차량에 대한 유료 출입증 발급으로 '갑질'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학차량 운전자 : "어린이집 차량입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 : "등록 안 하면 여기로 못 다녀요!"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한 기사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원생을 실으러 가던 길인데 아파트 진입로에서 출입이 통제된 겁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차량 등록을 해야 출입을 허가해주겠다고 대답했는데요. 아파트 측은 출입차량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5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등록증을 발급받으라고 했습니다.

거기에 매월 2,500원가량의 이용료도 내야 했는데요. 발급을 받지 않으면 주 출입로 3개 중 정문을 통해서만 방문차량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후문의 출입시설. 인터폰을 누르자 출입증을 발급받으라는 안내가 나왔다.
"돈 안 내면 돌아가"…황당한 아파트 내규

문제는 이 아파트가 2천2백여 가구가 사는 대단지 아파트여서 주 출입로만 3개에, 건물만 20개 동이라는 점인데요. 정문으로 돌아가면 길게는 10분 이상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결국 아침마다 원생을 실어나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는 다 문을 열어주는데, 돈까지 내면서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일 텐데요. 하지만 괜한 분란을 일으켰다가 학원 운영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한 학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증을 발급받았습니다.

택배 차량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배달 속도가 생명인 기사들에게 시간은 금인데요. 담당 차량이 많은 우체국 등은 정문을 거쳐 가는 방식을 택했지만, 일부 기사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며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통학차량 기사는 힘든 형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까지…"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찾아야"

아파트 측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대단지 아파트인데다 상권이 발달해 인근 방문 차량이 폭증하자 주차난과 교통난이 겹쳤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학원 차량 등의 장기주차를 줄이는 방편으로 입주민 회의를 거쳐 등록증을 발급하고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이 같은 사실을 몰랐습니다.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요금을 걷으면 오히려 그 부담이 다시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또 다른 주민은 "아이들의 안전 때문에 아파트 안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더군다나 다른 아파트들은 통학차량 등을 확인하면 추가 요금 등은 걷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부산의 또 다른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방문 차량의 출입은 허용하되 한 시간 이상 정차하는 경우 요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 편의상 내린 결정이라고 하는데요. 상권과 인접한 곳은 30분 정도로 조정했고, 택배차량은 별도 출입증을 발급하고 추가 요금은 징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또다른 통학차량 운전기사는 "방문차량으로 정문에서 통과하려 해도 거부당한 일이 있었다"며 아파트 주민의 편의를 위해 통학차량이 운행되는 점을 감안했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영세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워진 만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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